靑 반부패비서관실, 특감반원에 사찰 테마 정하고 지시 내려…민간인 사찰 건수 포함
"환경부, 보수야권 성향 공공기관장 밀어내고 그 자리에 자기네 사람들 앉히려 기획"
공직자 휴대폰 사찰, 靑 "공직자 동의한 것" 해명했으나...金 "그게 진정한 동의였겠나"
"김태곤 前 특감반 데스크가 입 열면 文 탄핵도 가능...내가 공개한 것의 4배 이상 효력"
金, 17일 4차 檢 참고인 조사 비공개 출석..."개인 사생활 침해에 부담"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등 의혹을 제기한 김태우 수사관이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10일 오전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으로 들어서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등 의혹을 제기한 김태우 수사관이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10일 오전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으로 들어서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청와대 상부에서 특별감찰반에 민간인 사찰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김태우 수사관이 검찰 4차 참고인 조사에 앞서 민간인 사찰 지시 의혹을 추가로 공개했다.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에서 ‘갑질’ ‘채용비리’ ‘지역토착비리’를 ‘테마’로 민간영역 감찰을 시켰다는 것이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주진우 부장검사)는 17일 오전 10시부터 김 수사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그가 제기한 의혹과 관련한 사실관계를 확인한다는 것이다.

신동아는 조사가 있던 이날 조사 1시간 전 김 수사관과의 단독 인터뷰를 전하며,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 지시와 환경부 내 야권 인사들에 대한 블랙리스트 문건 작성에 대한 추가 공익제보를 함께 보도했다.

靑 반부패비서관실, 특감반원들에 사찰 테마 정하고 ‘포괄적 지시’와 ‘세부적 지시’ 했다

김 수사관에 따르면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은 ‘갑질’과 ‘채용비리’ ‘지역토착비리’를 테마로 민간영역 감찰을 지시했다. 포괄적으로 ‘테마’를 정해준 뒤, 이 테마 주제로 갑질 등을 조사해오라고 했던 것이다. 김 수사관은 “반부패비서관실의 ‘포괄적 지시’에 따라 민간부문인 시멘트업계의 불공정 갑질 첩보를 보고했고 윗선에 채택됐다”며 “재건축 비리나, 노무현 정부 인사들이 가상화폐에 관여한(투자한) 내역 등을 알아보라고도 했다”고 했다. 또 특감반원들이 테마에 대해 조사하면, 청와대는 김 수사관의 보고를 받아 관계기관에 이첩했다고도 했다. 첩보 사실에 대해 즉각 조사해, 사실로 드러나면 처벌하라는 것이다. 이는 특감반에서 요구하는 일주일에 한 건 이상의 ‘실적’ 문제 때문이었다.

구체적인 첩보 내용도 거론됐다. 김 수사관은 2017년 7월 11일 ‘코리아나호텔 사장 배우자 ○○○ 자살 관련 동향’이라는 첩보를 작성해 보고했는데, 이는 김태곤 특감반 ‘데스크’가 구두로 직접 지시했다고 한다. 김 수사관은 ‘노무현 정부 인사 가상화폐 관여’ 역시 이인걸 특감반장이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의 지시를 받아와, 특감반원들에게 “참여정부 인사들이 비트코인과 관련해 무슨 활동을 했든 뭐라도 좋으니 갖고 와라”고 지시했다고도 했다. 현재 참여정부 인사 대부분은 민간인 신분이다.

민간기업인 ㈜공항철도의 임직원 비위 첩보 조사도 있었다. 김 수사관은 이 사찰 역시 이인걸 특감반장의 지시로 이뤄졌다고 했다. 청와대는 “공항철도를 공기업으로 착각했다”고 해명했지만, 김 수사관은 “‘(주)공항철도 비리(생활적폐) 관련’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김 수사관에게 건네면서 감찰을 지시했다”고 했다. 신동아는 “이인걸 특감반장의 지시 문건에 주식회사라는 점이 명기돼 있었다는 점에서, 청와대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져 보이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야당 출신 축출’ 내용 담긴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블랙리스트, 환경부가 스스로 만들었다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야권 성향 인물들을 밀어내려 한다는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도 김 수사관의 내부고발로 시작됐다. 실제 이 문건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환경부는 처음에는 이 문건이 없다고 했지만, 문건 확인 이후 “(블랙리스트는) 김태우 특감반원 요청으로 만들었다”고 번복했다.

자유한국당 '청와대 특별감찰반 정권실세 사찰 보고 묵살 및 불법사찰 의혹 진상조사단' 회의가 12월2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가운데, 진상조사단원인 김용남 전 의원(오른쪽)이 당에서 제보받은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 문건이 지난 1월 작성돼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반을 지휘하는 민정수석실에 보고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용남 자유한국당 전 의원(오른쪽)이 당에서 제보받은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 문건이 지난 1월 작성돼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반을 지휘하는 민정수석실에 보고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 수사관은 “환경부 장관과 관련해 쓰고 있던 첩보를 위해 특감반원 시절 환경부를 찾았는데, 환경부 쪽에서 기다렸다는 듯 ‘블랙리스트’ 문건을 제공했다”며 “청와대와 정부의 수뇌부에서 보수야권 성향 공공기관장들을 속히 밀어내고 그 자리에 자기네 사람들을 앉히려고 기획했던 것으로 의심된다”고 했다. 블랙리스트를 제공받은 후, 환경부 산하 기관에는 ‘낙하산 인사’들이 다수 들어왔다고 한다. 청와대와 환경부 측은 이 의혹에도 부인하기도 했다. 인터뷰에서 ‘이전 정부도 블랙리스트를 만들지 않았냐’고 질문하자, 김 수사관은 “그건 맞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가 이들(전 정부)을 응징했다. 자기들도 똑같은 잣대를 적용받아야 한다”고 했다.

“특감반 데스크가 입 열면 文 탄핵 논의 가능하다...공직자 휴대폰 제출도 동의 없이 우르르 몰려가”

김 수사관은 김태곤 전 특감반 ‘데스크’가 이번 의혹을 풀 열쇠라고 주장했다. 그는 “‘데스크’는 특감반원의 민간인 사찰 등 첩보내용을 다 알고 있는 만큼, 그가 입을 열면 내가 공개한 것의 4배 이상의 효력이 있는 것이다. 다른 특감반원들은 가만히 있으면 안 잘리니까 절대 말을 못 한다”고 했다. 이어 “김태곤 전 특감반 데스크가 폭로에 나서면, 문재인 정부는 박살이 나고 탄핵이 논의될 수도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박형철 비서관에 대해서도 다시 언급했다. 김 수사관은 ‘박형철 비서관과 고교 동문이고 사법연수원 동기인 검찰 간부 A씨가 한 아파트 시행업자로부터 지난해 설을 앞두고 떡값을 받았다‘는 첩보를 이인걸 특감반장에 보고했다. 이인걸 특감반장은 박형철 비서관에게 이를 즉각 보고했고, 박형철 비서관은 곧장 A씨에게 첩보내용 등을 알렸다고 한다. 그는 해당 내용을 알리며 “혐의자에게 직접 이런 내용을 알리는 것을 보고 화가 났다"고도 했다.

청와대는 언론보도 취재원을 알아내기 위한 목적 등으로 공직자들의 휴대폰을 임의제출받아 살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김 수사관은 이에 대해서도 비판하며 “한번은 특감반원들이 우르르 몰려가 한 부처 공직자 여러 명의 휴대전화를 왕창 들고 온 적도 있었다”고 했다. 청와대는 휴대폰 제출 대상인 공무원 등이 제출에 ‘동의’해 이뤄졌다고 해명한 상태다. 김 수사관은 “그게 진정한 동의였겠는가? 특감반 위에선 내게 휴대전화를 분석해 보고서를 쓰라고 지시했다. 내연녀가 있는지 여부까지 모든 것을 다 본다”고 했다. 또 “공직자의 내연녀가 사는 아파트 동·호수까지 확인했고, 위에서는 ‘소환조사’ 하라고 했다”고도 밝혔다.

(왼쪽부터)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비서관, 임종석 비서실장,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이들과 이인걸 반부패비서관실 선임행정관(특별감찰반장)까지 총 4명을 자유한국당은 12월20일 오후 4시쯤 직권남용·직무유기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다고 예고했다.(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비서관, 임종석 비서실장,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사진=연합뉴스)

조국 민정수석은 17일 특감반원 등의 공직자 휴대폰 제출 조치 등을 계속 강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수사관은 휴대폰 제출 등이 진정한 동의가 아니었다는 취지로 발언했지만, 조국 민정수석은 “휴대폰 임의 제출 방식의 경우 ‘비강제적 수단’”이라며 “(임의 제출 등 조사의) 인권침해 논란 소지를 원천 차단함과 아울러, 지난 14일자로 (임의 제출) 업무 매뉴얼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대검은 지난 11일 김 수사관에 대해 해임을 결정한 바 있다. 첩보내용을 언론에 제보해 공무상 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지인의 비리수사에 대한 개입과 골프 접대를 받은 혐의도 추가됐다. 김 수사관은 이에 대해서도 “청와대의 민간사찰 의혹 등을 고발한 것은 비리누설이지 기밀누설이 아니다. 내부고발자에 대한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김 수사관은 17일 검찰 4차 참고인 조사에서 비공개 출석했다. 김 수사관의 변호인인 이동찬 변호사는 “(김 수사관이) 수사로 인한 피로라기보다는, 개인 사생활 침해 부분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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