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T모바일의 기술 탈취한 혐의
민사소송에서 480만달러 지급 판결...법무부 수사로 확대

 

미국 연방 검찰이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미국 기업의 기술을 절도한 혐의로 조사하고 있으며, 곧 기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가 1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화웨이는 미 이동통신업계 3위인 T모바일에서 휴대전화 성능 테스트를 위해 개발한 로봇 ‘태피'(Tappy)’와 관련된 기밀을 탈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WSJ은 기술 탈취와 스파이 행위 등으로 서방 동맹국의 전방위적인 견제를 받고 있는 화웨이가 이번 연방 검찰 수사로 한층 더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T모바일 측은 화웨이가 휴대전화 단말기를 공급하는 사업 파트너 관계를 악용해 지식재산권을 도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T모바일은 지난 2014년 화웨이 측을 상대로 시애틀 연방법원에 민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T모바일은 고소장에서 화웨이 근로자들이 무단으로 태피 로봇 사진을 찍으려고 했고, 일부 부품을 몰래 빼돌리기도 했다고 밝혔다. 당시 붙잡힌 화웨이 근로자는 "화웨이의 연구개발부서가 자사 제품을 개선하는 데 쓰기 위해 부품을 빼돌렸다"고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2017년 연방 배심원단은 화웨이가 T모바일의 로봇 기술을 탈취했다고 판결하며 T모바일에 480만 달러를 지급하도록 결정한 바 있다. 해당 소송을 계기로 미 법무부가 수사를 발전시켰다는 것이 WSJ의 설명이다.

미 법무부는 민사 소송에 명시된 행위와 관련한 형사 소송 내용을 포함해, 화웨이측의 기술 도난 혐의를 폭넓게 조사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이에 따라 통신장비에 스파이 칩을 심어 중국 정부의 첩보 활동을 돕고 있다는 의혹을 받아온 화웨이는 지적재산권 침해 문제에도 휘말리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 기업의 지적재산권 탈취와 기술 이전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해왔다.

미국은 지난 8월 안보 위협을 이유로 화웨이와 ZTE 등 중국 기업이 생산한 통신장비 사용을 금지하고 호주·뉴질랜드·영국 등 주요 동맹국에도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이 캐나다에서 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가 보석으로 석방됐다. 지난 8일에는 화웨이 유럽 지사의 판매 책임자 왕웨이징이 간첩 혐의로 붙잡혔다.

이에 15일 런정페이(74) 화웨이 회장이 4년 만에 공식 석상에 나타나 기자회견을 열기에 이르렀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위대한 대통령"이라며 몸을 낮추고, "중국 정부를 위해 스파이 행위를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WSJ는 미국 연방 검찰이 화웨이를 기술 절도 혐의로 곧 기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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