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지급 빈번할 뿐 아니라 근로자 퇴사했어도 사업주가 신청하기만 하면 지급" 폭로
고용노동부, 예산집행률 올리려 무리하게 지급..."미신청 사업장에도 지급하라" 지시까지
잘못 집행될 수밖에 없었던 '일자리안정자금' 실태..."환수도 어렵다" 심사원들 우려

일자리 안정자금 지급이 실제로 어떻게 집행되는지에 대한 일자리 안정 자금 심사원들의 폭로가 나왔다. 

중앙일보는 16일 "심사원들을 통해 SNS방 대화록을 입수했다"며 "고용노동부의 실적(집행률) 압박이 무리한 집행으로 이어졌다"는 10여 명의 일자리 지원 심사원들의 고발 내용을 보도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일자리 안정자금 집행 과정을 추적하면서 일자리 안정 자금 심사를 담당하는 10여 명의 취재원을 확보했고, 이들은 일자리 안정자금이 얼마나 허술하고 무리하게 집행됐는지에 대한 실상을 고발했다.

이들은 정부가 예산집행률을 맞추려 무리하게 추진한 나머지 '일단 입금부터 시키고 보자'는 식으로 진행됐다며 "심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주다보니 중복 지급도 많다", "중복 지급은 죄다 환수해야 될텐데 벌써부터 환수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일부 심사원들은 사업장 주인으로부터 "일부로 신청 안했는데 주면 어떡하냐"라는 항의 전화까지 받았다고 폭로했다.

이들은 사업주들의 악의적인 부정 수급보다는 무리한 집행으로 인해 중복 지금이나 착오 지급 등의 문제가 극심했다며, 그 이유로 정부가 지원 대상을 무리하게 늘리다보니 규정이 수십 차례 개정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정부가 무리하게 예산 집행률을 맞추려하다 보니 '지급부터 하자는 식'으로 업무가 처리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안정자금 마감일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당초 신청일은 지난달 14일, 지급 마감일은 27일이었다. 그동안 심사기간(2주)을 거쳐 지급이 이뤄져야 했지만 고용부는 14일 이후에도 신청을 받으라는 지침을 내렸다. 결국 심사원들은 12월 31일까지 신청을 받았다.

이러다보니 근로자가 퇴사했어도 사업주가 신청하기만하면 자금이 지원된다거나, 1개월 이상 고용을 유지해야 지급이 가능하다는 규정도 지켜지지 않은 경우가 빈번했다.

심지어 미신청 사업장에도 무려 2300억원의 세금이 투여됐다. 작년 11월 말 '미신청 근로자에 대한 추가 지원을 하라'는 지시가 근로공단 각 지사에 내려왔기 때문이다.

근로공단이 11월 말 작성한 내부 회의 자료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12월 21~24일 지급을 목표로 미신청 근로자에 대한 지원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이들은 지원금을 거부하거나 지원 대상이 아닐 시, 거부 의사를 서면으로 제출하면 환수하거나 2019년 지원금에서 상계 처리하겠다고 안내했다.

이에 심사원들이 모인 단체 카톡방에선 "어짜피 환수할 돈인데 지급부터 해놓고 환수하라니", "내가 사업주라도 화나겠다", "내년(2019년)엔 환수 노답일듯", "진짜 돈을 퍼주네요"라는 의견이 오고 갔다.

안정자금 지급액은 9월(1853억원), 10월(1992억원), 11월(2422억원)에서 12월엔 7769억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지난달 12일부터 지급 마감일인 26일까지 지급된 자금은 4388억원에 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일자리 안정자금은 약 4500억원이 남았다. 한 근로공단 관계자는 "이 시기에 약 2300억원을 미신청 사업장에 지급하는 것이 목표였다"며 "미신청 근로자에 대한 추가 지원이 (집행률 상향의) 일등공신이었다"고 중앙일보는 전했다. 

일자리 안정 자금 지급을 위한 단기 일자리 충원도 논란이다. 근로복지공단은 작년 11월 말 현장서비스요원 789명을 추가로 충원했다. 평일 기준 20일만 일하는 단기 계약직으로, 이에 소요된 예산은 9억원이었다. 일자리 안정을 지급하기 위해 혈안이 된 나머지 절차도 무시하고, 단기 계약직을 잔뜩 뽑아 일단 주고 아니면 환급하면 된다는 식으로 업무처리가 진행된 것이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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