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432명, 찬성 202명로 반대가 압도적...집권 보수당 의원 중에도 부결표 던진 의원들 많아
메이 총리 “정부 불신임안 부결시 브렉시트 ‘플랜B’ 논의”
EU, 英에 ‘EU’ 잔류 촉구...“‘노딜 브렉시트’ 대비 강화할 것”

브렉시트 합의안 부결 직후 성명 발표하는 메이 영국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브렉시트 합의안 부결 직후 성명 발표하는 메이 영국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하원이 15일(현지시간) 승인투표(meaningful vote)에서 브렉시트(Brexit) 합의안을 압도적 표차로 부결시켰다. 이 합의안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유럽연합(EU)이 타결한 것으로 하원에서의 부결로 메이 총리는 큰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오는 3월 29일로 정해진 브렉시트가 두달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투표 결과로 인해 영국은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이른바 ‘노딜(No Deal) 브렉시트’를 받아들여 큰 혼란 속에 EU를 떠나거나 2016년 브렉시트 결정을 뒤집는 정치적 대격변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영국 의사당에서 열린 하원 찬반 승인투표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은 반대 432표, 찬성 202표로 부결됐다. 영국 의정 사상 처음으로 정부가 230표라는 가장 큰 표차로 의회에서 패배한 것이다. 특히 메이 총리가 속한 집권 보수당에서 118표의 반대표가 나와 충격을 더했다. 여당 반란표에는 브렉시트 지지 의원과 EU 잔류 의원이 섞여 있었다.

메이 정부 불신임안 투표 16일 실시...통과되면 조기 총선 돌입

합의안 부결 직후 제1야당인 노동당 제러미 코빈 대표는 메이 정부 불신임안을 제출했다. 불신임안 투표는 16일에 실시된다.

불신임안이 통과되면 메이 정부는 퇴진하고 영국은 조기 총선에 돌입한다. 이에 따라 새로운 내각이 구성되면 2차 국민투표를 통해 EU 탈퇴 또는 잔류 여부를 다시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영국과 유럽연합은 지난 2016년 6월 23일 영국이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를 결정한 지 약 2년 5개월(29개월), 양측이 브렉시트 협상을 시작한 지 약 1년 5개월(17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협상을 마무리했다.

구체적으로 양측은 브렉시트 전환(이행)기간, 분담금 정산, 상대국 국민의 거주권리 등에 관한 내용을 담은 585쪽 분량의 EU 탈퇴협정에 합의한 데 이어, 자유무역지대 구축 등 미래관계 협상의 골자를 담은 26쪽 분량의 '미래관계 정치선언'에도 합의했다.

이후 양측은 합의안에 대한 의회의 비준동의 절차에 착수했고, 이의 일환으로 가장 먼저 영국 하원이 승인투표를 실시했다.

영국은 지난해 제정한 EU 탈퇴법에서 의회의 통제권 강화를 위해 비준동의 이전에 정부가 EU와의 협상 결과에 대해 하원 승인투표를 거치도록 했다.

이날 승인투표가 가결되면 영국과 EU는 정식 비준동의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합의안이 부결되면서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no deal)’ 브렉시트’나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된 브렉시트가 아예 무산될 가능성이 모두 거론된다.

메이 총리 "의회의 합의안 반대는 명백...무엇을 지지하는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이날 브렉시트(Brexit) 합의안 부결 직후 정부 불신임에 대한 의회의 뜻을 묻겠다고 밝혔다.

만약 의회가 정부를 신임할 경우 보수당은 물론 각당 지도부와 함께 브렉시트 합의안이 통과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입장도 나타냈다.

메이 총리는 이날 의회 승인투표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이 부결되자 곧바로 발표한 성명에서 이같이 말했다.

메이 총리는 "의회가 이번 합의안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이 명확해졌다"면서도 "그러나 이번 투표결과는 의회가 무엇을 지지하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메이 총리는 정부가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하기 위해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제1야당인 노동당이 정부 불신임안을 제출하면 16일 의회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의회가 정부에 대한 신임을 확인한다면 보수당 내 동료 의원, 보수당과 사실상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민주연합당(DUP)은 물론 의회 내 각당 지도부와 함께 합의안 통과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만약 이 같은 논의를 통해 유럽연합(EU)과 협상 가능하면서도 의회의 충분한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방안이 도출되면 이를 EU와 논의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3월 29일 예정된 브렉시트까지 고의로 시간을 늦추는 전략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근 의회에서 가결된 의회 의사일정안(business motion) 개정안을 존중, 이날 승인투표 부결일로부터 3 개회일 이내인 오는 21일까지 이른바 '플랜 B'를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메이 총리는 마지막으로 영국 국민은 2016년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를 결정했다며, 총리로서 이를 전달하기 위한 의무를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합의안 압도적 부결에 우려 표명

한편 유럽연합(EU)은 영국 하원에서 브렉시트 합의문 승인투표가 부결되자 영국의 EU 잔류를 촉구하는 한편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비를 강화할 것을 밝혔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영국 하원에서 브렉시트 합의문 승인투표가 큰 표차로 부결된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투스크 의장은 “협상이 불가능하고, 아무도 ‘노 딜’을 원하지 않는다면 궁극적으로 유일한 긍정적인 해법이 무엇인지 말할 용기를 누가 가질 것인가”라고 질문하며 영국의 EU 잔류를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 장클로드 융커 위원장은 최악의 상황으로 꼽히는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대비를 강화할 것을 시사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EU가 영국과 추가 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내비쳤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교장관은 이날 영국 하원의 투표 전에 유럽의회가 있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를 방문한 자리에서 브렉시트 합의문이 영국 의회에서 거부될 경우 브렉시트 협상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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