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칼럼] 主敵이 없는 군대는 군대도 아니다
[김영호 칼럼] 主敵이 없는 군대는 군대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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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주적으로 하지 않은 이번 국방백서는 군사전략 기초를 깡그리 무시한 것
북한이 우리의 생존 위협하는 '실존적 적'인데도 무시하는 것은 북한 눈치보기
경제 뿐만 아니라 안보 분야에서도 국가를 총체적 위기상황으로 몰아넣는 문재인 정부
김영호 객원 칼럼니스트

국방부가 발간한 ‘2018년 국방백서’에서 ‘북한=주적(主敵)’이라는 용어가 삭제되었다. 그 대신 백서는 “우리 군은 대한민국의 주권, 국토, 국민, 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우리의 적으로 간주한다”라고 적시했다. 북한을 특정하지 않고 한국을 위협하는 세력을 모두 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과연 이런 국방백서가 다른 나라들에 있는지 의문이다.

북한은 전체주의체제로서 조선노동당이 지배하는 ‘당통제국가’이다. 당이 군과 모든 사회를 지배하는 체제이다. 노동당 규약은 대한민국을 적이고 타도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의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지난 70년간 내내 무너뜨리기 위해서 재래식전쟁과 전복전을 해오고 있는 북한을 주적이라고 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독일 정치사상가 칼 슈미트는 “정치는 친구와 적을 구분짓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대국가가 우리를 적으로 규정하고 죽이려고 달려드는데 우리가 그 상대를 적으로 생각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우리는 궤멸당되고 말 것이다. 이번 국방백서를 보면 남북관계에 이런 위험한 상황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국가안보를 책임져야 할 군이 북한=주적이라는 개념을 없앴다고 하는 것은 우리 군의 존재이유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이다. 주적이 없는 군대는 군대도 아니다.

북한을 주적으로 하지 않고 우리를 위협하는 모든 세력을 적으로 간주한 이번 국방백서는 군사전략의 기초를 깡그리 무시하고 있다. 모든 나라는 국력과 군사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군사전략은 진공상태에서 마음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특정 국가가 처해 있는 여건을 평가하고 그 여건에서 생겨나는 위협의 우선 순위를 정해서 전략이 정해져야 하는 것이다. 이 여건을 무시하고 “모든 세력이 적이다”라고 하는 것은 국력의 한계를 무시한 비현실적이고 과대망상적인 사고이다.

주적을 적시하지 않고 미래에 다가올 적을 모두 적이라고 상정한다고 하면 어떻게 군사작전계획을 마련하고 평시에 군사대비훈련을 한다고 하는 것인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엄연히 북한이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실존적 적’인데도 이를 무시하는 것은 북한 눈치보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백서는 문재인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본격화되고 있는 ‘대북한 유화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미국과 유엔과 국제사회가 모두 북핵이 한반도 뿐만 아니라 동북아지역과 세계 평화에 위협적이라고 보고 물샐틈없는 대북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그런데 작년 한해 동안 문재인정부는 대북한 국제제재레짐을 허물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래서 미국 언론은 문재인대통령을 전체주의정권의 독재자 김정은의 대변인이라고 비판했던 것이다.

적이 명확하게 규정되어야 자력으로 그 적에 대항하고 억제하지 못할 경우 동맹 체결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동맹의 형성과 지속 조건은 바로 위협 인식을 국가들이 공유하는 것이다. 한미연합사를 중심으로 하는 한미연합방위체제는 북한을 군사적 위협으로 상정하고 구축되어 있다. 이번 국방백서는 이런 방위체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으로서 한미관계에도 매우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국제정치에서 특정 국가에 대한 ‘위협 인식’의 판단 근거는 그 나라가 갖고 있는 군사력과 공격적 군사전략과 과거 침략 경험, 정치체제의 특징에 기초해 있다. 북한은 6번의 핵실험을 통해서 수십개 핵무기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신년사에서 김정은은 북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북한은 사실상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는 ‘북한판 파키스탄모델’을 추구하고 있다.

북한군은 장사정포와 같은 재래식 무기도 70% 이상을 휴전선 가까이에 배치하는 공격적 군사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북한은 1950년 이미 한번 남침을 한 적이 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북한은 노동당 규약에서 남한 적화를 명시해두고 있는 ‘혁명적 전체주의국가’이다. 이런 모든 요인들을 고려해 볼 때 북한이 우리의 위협이 아니고 주적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번 국방백서를 보면 문재인정부는 경제 뿐만 아니라 안보 분야에서도 국가를 총체적 위기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히틀러는 독일에 대해서 유화정책을 펴는 유럽 국가들을 싸울 의사가 없는 겁쟁이들로 보고 영토 침략을 계속하다가 급기야 세계대전을 일으켰다. 문재인정부의 대북한 유화정책은 한미공조체제를 무너뜨리고 한반도 안보 불안정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김영호 객원 칼럼니스트(성신여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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