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상법개정·협력이익공유제·생계형적합업종 등 정부가 기업 환경 악화시킨다는 비판에 대한 언급 없어
'허심탄회한 토론' 이어가겠다고 홍보한 청와대, 130여명 기업인들 불러놓고 고작 1시간 대화 시간 주어져
극심한 미세먼지 속 산책 강행하며 사진 촬영...결국 '보여주기식' 만남에 불과했다는 지적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주요 그룹 총수는 두 번째줄에 자리했다. 앞줄 왼쪽부터 강호갑 신영 회장, 방준혁 넷마블 의장, 권세창 한미약품 대표, 김재희 이화다이아몬드 대표, 문 대통령,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 둘째 줄 왼쪽부터 최정우 포스코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구광모 LG 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신유동 휴비스 대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신동빈 롯데회장, 허창수 GS 회장, 곽재선 KG 그룹 회장. (연합뉴스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를 통해 "지금까지 잘해오셨지만, 앞으로도 일자리 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고용 창출에 앞장서주실 것을 다시 한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다만 기업이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방해 요소로 작용하는 '최저임금인상', '근로시간단축' 외에도 상법개정·협력이익공유제 등 재계가 당면한 최대 현안에 대한 언급보단 원론적인 얘기만 오고갔다.

또 기업인들의 원전공사 재개 요청에 대해서도 "에너지정책 전환 흐름의 중단은 없다"고 밝혀 논란과 부작용이 큰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일 뜻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대기업 총수급과 중견기업인 등 130여명의 기업인을 청와대 영빈관으로 초청해 "좋은 일자리 만들기는 우리 경제의 최대 당면 현안"이라며 '상생 협력'과 '혁신 성장'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고용과 투자는 기업의 성장과 미래동력 확보를 위한 기반이며 동시에 국가 경제와 민생에 기여하는 길"이라며 "지금까지 잘해오셨지만, 앞으로도 일자리 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고용 창출에 앞장서주실 것을 다시 한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300인 이상 기업은 청년들이 가장 선호하는 좋은 일자리"라며 "30대 대기업 그룹은 지난 5년간 고용을 꾸준히 늘려왔고, 300인 이상 기업은 작년에 고용을 5만여명 늘려서 전체 고용 증가의 절반을 차지했다"고 언급했다. 다만 "300인 이상 대기업이 우리나라 설비투자의 약 85%를 차지하는데 주요기업이 주력산업 고도화와 신산업을 위해 꾸준히 투자를 해주셨지만, 작년 2분기부터 전체 설비투자가 감소세로 전환한 아쉬움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기업이 힘차게 도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올해 정부의 목표"라며 "여러 기업이 올해부터 대규모 투자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아는데, 정부 전담 지원반을 가동해 신속히 추진될 수 있도록 돕겠다. 앞으로도 적극적인 사업 발굴과 투자에 더욱 힘써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새해를 맞아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드리고, 정부에 바라는 말씀을 듣고자 모셨는데, 올해에도 모든 기업이 발전하면서 우리 경제의 활력을 정부와 함께 만들어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중소기업과의 상생 협력을 대폭 확대해주신 것에 대해서도 각별한 감사 말씀을 드린다"며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기업뿐 아니라 협력업체들까지 전체 생태계가 함께 발전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협력업체에 대한 개발이익 조기 지급, 상생결제 확대, 자금지원, 원천기술과 인력지원, 환경문제에 함께 책임지는 모습은 대기업에 국민과 중소기업이 신뢰를 가질 좋은 계기"라고 밝히면서 "작년 상생결제의 첫 100조원 돌파는 공정한 성과 배분의 희망적인 사례가 될 것이며 사내벤처 육성과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은 제조업 혁신과 신기술·신제품 개발 등 혁신성장을 위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이번 '2019 기업인과의 대화'를 통해 문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허심탄회한 대화가 오고 갈 수 있도록 자유롭게 토론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시간은 1시간 가량으로 제한되고 참석자 수는 130여명에 달해 정작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경제 현안에 대해 제대로 토론할 기회가 없었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불과 2주 전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에 대해 "정부의 과도한 행정조치에 대한 정상화를 통해 다소나마 임금 인상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였으나 이마저도 무산되었다"고 강하게 지적했고, 두 달 전에는 상법개정에 대해 "경제는 어렵고 외국 헤지펀드들의 공세도 거세지는 상황에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내 기업의 경영권은 크게 위협받고 경쟁력도 흔들릴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와 관련한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기업인들과의 대화를 마친 뒤 참석자들과 사진촬영을 가졌다. 이후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방준혁 넷마블 의장 등과 함께 본관 소나무길을 거쳐 소정원, 녹지원까지 25분간 산책을 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밝혔다. 

기업인들과의 허심탄회한 토론이 오갈 것이라고 홍보했던 청와대는 결국 바쁜 기업인들을 불러내 사진 촬영에만 급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재계 10대 그룹의 총수급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는 사실 외에는 특별한 내용 없이 '보여주기식' 만남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군다나 이날 미세먼지는 그야말로 최악의 수준이었다. 한국환경공단 에어코리아에 따르면 이 날 서울의 초미세먼지(PM2.5) 일평균 농도는 오후 4시 기준 ㎥당 115㎍(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을 기록했다. ‘매우 나쁨(76㎍/㎥ 이상)’ 기준의 1.5배였다. 산책 행사는 이날 오전 9시경까지만 해도 심각한 미세먼지 상황에 따라 취소될 수도 있다는 소식이 들렸지만 오전 11시경 강행되는 것으로 확정, 문 대통령과 기업인들은 사진 촬영을 위해 미세먼지를 감수하면서 산책을 했다.

청와대 산책하는 문 대통령과 주요 기업인들 (연합뉴스 제공)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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