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ICBM 성능 만족, 실험 필요없어…김정은의 대량생산 지시 따르고있어"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14일(현지시간) 북한이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뿐만 아니라 올해 1월 1일 신년사 발표 후에도 핵무기를 빠르게 대량생산하고 있다며 현재 약 20개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했다. 블룸버그는 또한 북한은 2020년경 100개의 핵탄두 보유가 가능한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 언론들의 이 같은 보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의 2차 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에 대한 미국 정계의 회의적 시선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조용히 진화하고 있다, 트럼프를 압박하면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정은이 2019년 신년사에서 이전과 달리 ‘핵무기를 만들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실제로 북한은 핵무기 생산을 계속 이어가고 있으며 아마도 더욱 확장시키고 있음을 증거들이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심지어 “인공위성 사진 분석과 미국 정보 당국 발(發) 정보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6월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 이후 핵무기 실험을 중단했지만 로켓과 핵탄두를 계속해서 빠르게 대량생산하고 있다”고 했다. 비확산 분석가들에 따르면 북한정권은 아마도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이후) 여러 대의 ICBM을 추가로 생산했다. 한 무기통제 단체는 김정은이 6개 이상의 핵폭탄을 제조하기에 충분한 핵분열 물질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했으며, 이에 따라 현재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는 총 20개가 된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 NBC방송도 북한이 지난해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은 것을 정책을 바꾼 것이 아니라 연구·개발에서 대량 생산으로 넘어간 데 따른 것이며 현재 속도라면 2020년에 약 100개의 핵탄두를 보유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을 인용해 지난해 12월 28일 보도했다.

지난해 11월까지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에서 활동했던 비확산 전문가 멀리사 해넘은 블룸버그 통신에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개발 속도를 늦췄거나 중단했다는 증거는 없다”며 “그보다는 북한은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최근의 보고서들은 북한이 계속해서 두 개의 우라늄 농축 시설들을 운영해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하나는 기존의 영변 핵시설 근처에 있으며 다른 하나는 기체 원심 분리기 시설로 의심되는 장소에 있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 7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상원 청문회에서 북한은 여전히 핵분열 물질을 생산하고 있다고 시인한 것을 상기했다.

이어 “다른 보고서들은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기간에 앞서 핵무기를 강화했으며 여전히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ICBM을 처음으로 생산한 것으로 추정되는 공장을 여전히 운영 중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북한은 새롭게 최근 위장이 더 쉬운 고체 연료 로켓을 위한 엔진들을 만드는 공장을 확장했고, 장거리 미사일 지하 기지를 확장했다”고 했다.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핵무기 시험을 중단하고 새로운 실험 시설을 해체하겠다던 김정은의 결정을 믿었지만 북한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새로운 무기들을 만드는 것을 막지 못했고 결국 이는 미국을 위협할 수 있음을 보고서들은 보여준다”고 했다. 또한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핵무기를 만들지도 않고 실험하지도 않고 사용하거나 확산하지도 않겠다고 말했지만 김정은의 비핵화 약속에 대해 회의론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미북 비핵화 협상 교착 상태가 김정은에게 미국 본토를 타격하는데 필요한 기술을 완성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해줬다는 것이다. 비확산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기 재진입 및 표적 시스템을 확보하는 건 단지 시간의 문제라고 말했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프로그램의 제프리 루이스 소장은 블룸버그 통신에 "ICBM을 생산한 나라 가운데 재진입체를 만드는 문제에 가로막힌 곳은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핵 목록 공개 및 사찰 없이는 '비밀스러운 정권'의 실제 무기 보유 현황을 파악하기 힘들다며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실험 없이도 진전할 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함에 따라 감시하기가 그만큼 더 어려워졌다는 사찰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다.

이와 관련해 해넘은 "그들(북한)은 ICBM의 성능에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ICBM 실험을 할 필요가 없다"며 "대신 그들은 핵무기 및 미사일 운반체에 대한 김정은의 대량 생산 지시를 따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핵탄두 보유량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초당파적인 미국군축협회는 지난해 북한이 최소 15개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며 연간 6∼7개 이상의 폭탄을 생산할 수 있는 핵분열성 물질을 대량 생산하고 있다고 추산한 바 있다. 다만 군축협회는 "이러한 추정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며 2020년까지 핵탄두 보유 규모가 20∼100개 사이가 될 수 있고, 이스라엘 수준(추정치 기준 80개의 폭탄 보유)을 넘어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루이스 소장은 “이스라엘이 국제사회로부터 부분적으로 암묵적 용인을 받은 것처럼 북한은 자신의 핵무기에 대해서 이런 종류의 불투명함을 원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국제사회의 대북공조 체제는 김정은이 더 많은 핵미사일과 핵탄두를 만드는 것을 중단시키는데 거의 효과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국제제재가 북한 경제를 압박할 수 있지만 핵 프로그램 생산을 중단시키지는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위축시킬 정도로 큰 정치적, 경제적 압박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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