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2017년 미세먼지 배출량 감축·종합관리대책·韓中 정상급 주요의제 격상 公約했지만 '空約' 됐다
2018년 미세먼지 주의보 건수, 2017년보다 늘어...15일 지난 올해도 지난해 주의보의 35% 차
文정부, 中에 별다른 비판 못해...中 생태부 "서울 미세먼지는 서울서 배출된 것" 궤변도
일각서 "文정부 비호하는 환경단체 등도 조용하다...정부에 도움되는 행동만 하려는 것 아닌가" 의혹도
野 김학용 “환경부, 지난 4일에서야 미세먼지 마스크 건강효과 분석 나섰다“ 비판

초미세먼지가 '매우 나쁨' 수준으로 사흘 연속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서울 시내 경복궁이 보이는 광화문 일대에는 이른 아침부터 미세먼지로 뿌옇게 흐려있다. (사진 = 연합뉴스)
초미세먼지가 '매우 나쁨' 수준으로 사흘 연속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서울 시내 경복궁이 보이는 광화문 일대에는 이른 아침부터 미세먼지로 뿌옇게 흐려있다. (사진 = 연합뉴스)

미세먼지에 갇힌 날이 사흘째 계속되고 있다. 최근의 미세먼지는 60%가량이 중국발(發) 미세먼지라는 점이 밝혀지면서,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과 각종 환경단체의 침묵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환경부와 수도권 3개 지방자치단체는 15일에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 조치가 사흘 연속으로 시행되는 것은 사상 최초다. 이날 오전 10시를 기준으로, 경남 일부지역을 제외한 전국의 미세먼지 농도는 150㎍/㎥ 이상이었다. 미세먼지는 머리카락 굵기의 10분의 1이고, 초미세먼지는 40분의 1 이하인 미세한 물질을 의미한다. 이런 초미세먼지는 신체로 유입되기 쉬운데, 호흡기 질환을 비롯한 각종 신체질환 등을 일으킨다는 여러 연구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날(14일) 서울의 초미세먼지 평균농도는 108㎍/㎥로, 2015년 관측 이래 최악을 기록했다.

최근 우리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에 따르면, 한국 내 미세먼지 발생에 있어 중국을 포함한 국외 평균 영향은 60%에서 최대 80% 이상이다. 특히 지난해 10월부터 헤이룽장(黑龍江)성 등 대도시에서 목탄·석탄을 사용하는 난방 보일러를 가동하며 대규모 스모그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내부 집계에서도, 중국 북부 일대는 겨울철에 초미세먼지(PM2.5)농도가 연평균보다 20% 이상 높아졌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안정한 대기 상태에서 중국 등 국외발 미세먼지가 유입됐다”며 “중국 미세먼지가 북서풍을 타고 와, 6시간 뒤에는 서울 도심까지 온다”고 했다.

2017년 5월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미세먼지 관련 공약. (사진 = 문재인 공식 블로그 제공)
2017년 5월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미세먼지 관련 공약. (사진 = 문재인 공식 블로그 제공)

최악의 미세먼지로 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면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내놓은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의 공약(公約)은 지키기는커녕 상황을 더 악화시킨 공약(空約)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미세먼지 배출량 30% 감축 ▲강력하고 촘촘한 종합관리 대책 ▲대통령 직속 특별기구 신설 ▲한·중 정상급 주요의제 격상 등 4가지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국내 기상예보 업체인 에어코리아에 따르면, 문 대통령 집권 후인 지난해 초미세먼지 농도로 인해 주의보 이상 조치가 내려진 건수는 총 316건이다. 문 대통령이 집권을 장담하며 ‘미세먼지 대책’ 등 공약 4가지를 내놓은 2017년 건수는 총 129건이었다. ‘미세먼지 대책’을 언급한 2017년보다 지난해, 주의보 이상의 발령 건수가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또, 새해가 된 지 2주가량 지난 15일까지 집계된 2019년 주의보 이상 조치 건수도 112건이었다. 벌써 35%에 달하는 주의보 이상의 조치가 이뤄진 것이다.

에어코리아 대기정보 예보/경보 자료 갈무리. (그래픽 = 김종형 기자)
에어코리아 대기정보 예보/경보 자료 갈무리. (그래픽 = 김종형 기자)

대부분의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넘어온다는 연구가 잇따르고 있지만, 정부와 국내 환경단체는 국내 미세먼지 발생요인을 줄이겠다고만 하고 있다. 지난해 9월과 11월에는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폐지·노후 경유차 운행 제한 확대·클린디젤 정책 폐기 등을 골자로 하는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을 내놨다. 서울시 등 지자체도 “자체 미세먼지를 줄이겠다”며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차량 2부제를 실시하고, 노후차량 단속에 나서고 있다. 이런 응급조치 역시 지자체별로 기준이 다르다는 점도 지적된다. 정부는 뒤늦게 보완대책을 내놨다면서, 다음달 15일부터 모든 지자체의 기준을 통일하겠다고 했다.

정부 조치가 응급조치에 그친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초미세먼지는 국가적 현안으로 공동 대응하며 협력해나가길 바란다”고 발언했지만, 중국 측은 지난달 20일 류여우빈 생태환경부 대변인이 “서울 미세먼지는 주로 서울에서 배출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문 대통령 혼자만 얘기하고 중국은 딴 소리하는데, 이게 ‘정상급 주요의제 격상’인가”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아직 한국과 중국이 공동연구를 통해 만든 보고서는 한 장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미세먼지대책특별위원장인 송옥주 의원은 “문 대통령뿐 아니라 환경부 실무 차원에서도 한중 양국이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시민들은 “중국에 더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라”고 지적한다. 중국에는 소극적인 정부가, 노후차 등을 단속하고 차량 2부제를 강요하며 시민 불편만 늘게 한다는 것이다. 한국갤럽의 2017년 6월 조사에 따르면 특히 30~40대 여성들이 미세먼지 이슈에 민감한 반응을 나타냈는데, 이들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지지층이다. 미세먼지로 인해 문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과 문재인 정부에 비판 기능을 수행해야 할 국내 시민단체들에 대해서도 비판이 이뤄지고 있다. 세월호나 사드 배치, 강정마을이나 4대강과 같은 반미·친중 시위에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환경단체들이, 정작 국민 건강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미세먼지 사안에는 ‘꿀 먹은 벙어리’ 행세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친문(親文) 성향이 있는 시민단체들이 문재인 정부에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은 거부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실제로 환경운동연합과 환경재단 등 일부 단체들은 기고문 등에서 ”미세먼지 오염 현상에서 중국 영향은 환경부 주장보다 훨씬 낮았다”등의 주장을 하기도 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인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도 15일 정부 대응을 비판하며 “전국을 뒤덮은 심각한 미세먼지에 불안한 국민들은 마스크 하나에 의존해 숨을 쉬고 있다. 그런데 소관부처인 환경부는 '미세먼지 마스크 건강피해 저감효과 분석 및 향후 추진계획' 연구용역을 지난 4일에서야 발주했다“며 “미세먼지의 원인은 커녕 발원지도 모르고, 뾰족한 대책도 못 내놓는 상황에서 국민 불안만 가중시키더니, 여태껏 무엇을 하다 이제와서 마스크의 건강 영향을 측정하겠다고 하는 것인지 국민들로서는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라고 했다.

한편 기상청은 “이번 미세먼지는 대기 정체로 국내·외 미세먼지가 축적된 후 낮 동안 국외 미세먼지가 유입되어 전 권역에서 농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며 오는 15일 오후부터 고농도 미세먼지가 남진하여 중부지역부터 점차 농도가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15일 한반도와 인근 지역 대기오염 지수. (사진 = aqicn.org 캡처)
15일 한반도와 인근 지역 대기오염 지수. (사진 = aqicn.org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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