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A, 위성사진 보도 "차량 수백 11월부터 집결한듯"
한국당 "대미 군사훈련중지 요구 기세로 北에도 하라"
횡설수설, '탈북자 입막기'…해병·新무기 홍보도 어깃장

북한이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 중인 정황이 민간위성에 포착됐다는 미국의 소리(VOA) 보도가 24일 나왔다. 전날(23일) 인민군 창건을 기념하는 자칭 '건군절'을 4월25일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일(2월9일) 하루 전인 2월8일로 변경한다고 예고한 데 이어서다.

문재인 정부가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평창 올림픽·패럴림픽 이후로 미루면서까지 남북 대화를 진행 중이지만, 이미 "핵무력 완성"을 강변 중인 북한 홀로 '보란듯이' 올림픽 개막에 맞춰 열병식을 거행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북의 열병식도 동계올림픽 이후로 미루라"고 즉각 비판했다. 정부는 '북측에 우려를 표명할 계획이 없느냐'는 지적에조차, 이렇다 할 입장을 내지 못하고 있다.

(사진=VOA 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사진=VOA 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앞서 이날 VOA 보도에 따르면 북한 시간으로 23일 오전 10시16분 평양 미림비행장 북쪽에 위치한 광장을 찍은 위성사진에 열병식 준비로 추정되는 대규모 움직임이 확인됐다. 해당 사진에는 광장 곳곳에 병력으로 보이는 군인들이 줄을 지어 이동을 하고 있고, 차량 수백여대도 광장 한편에 주차돼 있다고 VOA는 전했다. 

지난 11일 오전 10시15분 이 지역을 찍은 사진에서도 병력으로 보이는 20여 개의 점 형태의 무리가 광장 중심부에 도열한 모습이 드러나고, 이후 10시44분에 찍힌 사진에서는 이들 가운데 앞 두 줄에 모여 있던 병력들이 왼쪽 도로로 이동했다고 방송은 밝혔다.

VOA는 "수백여대의 차량은 지난해 11월 말부터 이 장소로 집결하기 시작해 12월 말에 현재의 대형을 갖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위성사진 분석 전문가인 닉 한센 미 스탠퍼드대학 국제안보협력센터 객원연구원은 VOA에 "화질이 좋은 또 다른 위성사진 서비스를 토대로 볼 때 광장 남쪽에는 도열한 항공기들도 포착됐다"며 "이들이 열병식 때 동원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자유한국당은 오전 정태옥 대변인 논평을 통해 "평창올림픽에 대한 중대한 도발"이라며 북한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을 거명한 뒤 "기념일은 4월25일로 하든 2월8일로 하든 자기 마음대로겠지만 군사 열병식은 올림픽 이후로 미루라. 평화올림픽에 대한 진정이 있다면 본 요구는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에도 "미국에 단호하게 군사훈련 중지를 요구하던 기상과 기세로 김정은 집단에게도 열병식을 3월18일 이후로 미룰 것을 강력히 요구하라"고 일갈했다. "관철되지 않을 때는 평창올림픽이 아니라 평화올림픽이고, 그야말로 '현송월에 의한 김정은을 위한 평양올림픽'이라는 것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도 했다.

반면 이런 요구에 정부는 '하나 마나 한' 이야기로 변명하는가 하면, '탈북민 입막음' 등 북한 눈치보기 행보 일색인 것으로 드러났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열병식 관련 북측에 우려 입장을 표명할 계획이 없느냐'는 질문에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여러가지를 고려해 노력하고 있다"며 "평창올림픽이 임박했기 때문에 평창올림픽을 안전하고 성공적으로 만들기 위해 여러 준비를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는 "열병식에 관해서 우리 군도 그런 북한군의 동향에 대해 관련 동향들을 지속적으로 한미 공조 하에 추적·감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구체적인 정보사항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남북이 평창 올림픽, 패럴림픽에서 만나 함께 뛰고 대화하고 화합할 수 있는 자체가 평화의 새로운 시작"이라는 기존 수사를 되풀이하기도 했다.

백 대변인은 '평창이 아닌 평양올림픽'이라는 야권과 여론의 비판에는 "정부는 평창올림픽이 평화올림픽이 돼야 한다는 분명한 입장을 갖고 있다"고, '대북 저자세'라는 지적에는 "상호 이해와 존중의 정신 하에 단절된 남북관계를 복원하고 개선해 발전시켜나가고 나아가 궁극적인 한반도 평화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가 표방하고 있는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이루도록 일관되게 일희일비하지 않고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각각 강변했다.

정부는 또 공안 당국에서 태영호 전 공사를 비롯 북한 체제를 비판하는 유력 탈북 인사들에게 "평창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되도록 언론 인터뷰 등 공개 활동을 자제해달라"는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조선일보는 이날 복수의 탈북 인사들 언급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는데, 통일부는 "태영호 전 공사는 통상적인 대외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부인했다.

군 당국에서는 우리 군의 신(新)무기 도입 행사에 대한 홍보도 축소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올 3월 말 미국에서 열릴 우리 공군 전투기 F-35A 1호기의 출고식 행사에 우리 측 송영무 국방부 장관 또는 전제국 방사청장이 축하 메시지를 보내려던 계획도 취소됐다. 스텔스 성능이 뛰어난 F-35A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 시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우리 군 '킬 체인' 전략의 핵심 자산이다. 군 수뇌부의 축하 취소 조치의 배경으로 정부 안팎에선 "F-35A 출고 행사가 남북 대화 국면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고려가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방부는 최근 해병대 측에 "북 참수·침투 작전에 투입한다는 식의 홍보를 자제하라"는 지시마저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8일 휴식차 부산항에 입항하려던 미국 버지니아급 핵추진 잠수함 텍사스함에 우리 측이 난색을 표하며 '일반인 눈에 잘 안 띄는 진해 기지가 어떠냐'고 권고하자,  주일 미군 기지인 사세보 항으로 뱃머리를 돌려 버린 것도 '북한 눈치보기' 빈축을 산 대표 사례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성기웅 기자 skw42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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