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앞 '풀무질' 경영난 끝에 사업포기…서울대 인근 '그날이오면' 규모 축소
운동권 아지트 '좌익서적 전문서점' 90년대 서울에만 40개 육박…현재 2개로 '급감'

서울대 인근에 위치한 좌익서적 전문서점 '그날이 오면' 과거 사진. 광우병 쇠고기 수입을 반대한다는 플래카드를 서점 입구에 걸어두고 영업하고 있다. '그날이 오면'의 김동운 씨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함께 찍은 사진으로 제작한 플래카드를 서점 입구에 걸어두기도 했고 플래카드 하단에는 '그날이오면 홍보대사 원순C와 함께'라는 글도 있었다.(연합뉴스 제공)

카를 마르크스를 비롯한 좌익 사상가들의 책이나 그들을 다룬 서적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던 서점 '풀무질'이 오랜 경영난 끝에 새로운 인수자를 찾아 나선다. 

이적도서 판매로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받아 조사를 받기도 했던 은종복 씨는 1993년부터 운영하던 풀무질을 인수할 사람을 찾겠다고 14일 밝혔다. 풀무질은 1985년 성균관대 앞에 문을 열었다.

은씨는 "5월까지 운영하면서 인수할 사람을 찾을 계획"이라며 "인수하는 사람이 없다면 폐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5월까지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서울 풀무질을 폐업하고 제주도에 내려가서 풀무질이라는 이름으로 서점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은씨는 "10여년 전부터 적자가 누적돼 출판사와 은행 등에 갚을 돈이 1억원이 넘는다"며 "요즘은 하루에 30여명, 방학 때는 20여명의 손님이 온다"고 좌익 서적에 대한 소비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요즘 대학생들은 1학년 때부터 취업준비에 뛰어들기 때문에 과거와 달리 책을 볼 여유가 별로 없다"며 "인문학, 사회과학에 대한 관심이 줄어 오히려 고시생들이 사는 수험 서적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 시내 대학교 인근에서 좌익 서적 전문 판매 서점을 표방하는 곳은 풀무질과 서울대 인근에 있는 '그날이 오면' 단 2곳뿐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980년대 대학가를 장악했던 운동권 학생들의 '아지트' 역할을 하던 좌익 서적 전문 판매 서점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리지고 있는 것이다. 운동권 문화의 영향이 남아있던 1990년대초만 해도 서울 대학가에는 40여개에 달하는 좌익 서적 취급 서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날이 오면'은 영업을 포기할 정도의 위기로 내몰리지 않았지만 서점 규모를 크게 줄였다. 1988년 개업한 '그날이 오면'을 1990년부터 운영해온 김동운 씨는 "이미 예전부터 경제 사정이 어려웠다"면서 "작년에 규모를 줄여 임대료가 더 저렴한 위치로 이사를 했다"고 말했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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