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내내 경찰, 정부에서 추진한 정책을 열심히 한 데서 상응하는 보상 있어야"
일부서 "경찰 수뇌부와 가까운 인물들만 승진시켜" 불만
"여성 승진 확대 등 민갑룡 취임사 지키느라 격무부서 근무자들이 간접적 피해본다"

박창호 오산경찰서장. (사진 = 경찰청 제공)

민갑룡 경찰청장의 첫 인사를 두고 경찰 내부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민 청장은 지난해 7월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으로 경찰청장이 된 후 인사를 진행했는데, 인사 당사자들인 일선 경찰들은 승진이 공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14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1일 경찰 내부 게시판에는 ‘경찰 승진제도 개선에 대한 제언’을 제목으로 한 게시물이 올라왔다. 이 글은 실명으로 게재됐는데, 작성자는 박창호 경기 오산경찰서장(경찰대 4기)이었다. 그는 경찰청 생활안전국 성폭력대책과장으로 일하다 지난 10일 오산경찰서로 발령났다.

박 서장은 게시물에서 “지난해는 미투 강풍이 온나라를 강타한 한 해였다. 불법촬영, 여성 관련 집회, 사이버성폭력 등 여성대상범죄 등 여성범죄 대응에 경찰의 역량이 집중된 한 해”라며 “1년 내내 경찰과 정부에서 대표적으로 추진한 정책을 열심히 추진한 부서에 상응하는 보상이 있어야 한다. 인사 공정성 제고를 위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민 총장의 인사에 대한 불만은 지난해에도 나온 적이 있다. 송무빈 서울경찰청 경비부장(경무관)은 지난해 11월 29일 경찰 고위직 승진인사에서 누락되자, “현직 경찰 인사에 대통령 ‘빽’이 고려되면 안 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탄핵 관련 촛불집회 관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경호 등 격무 부서를 담당했는데, 승진에서 누락당했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민 청장이 경찰 핵심 수뇌부와 가까운 인물들만 승진시켰다고 주장한다. 한 경찰 관계자는 “평소 경찰 수뇌부와 친분이 있는 사람들만을 승진시켰다는 불만이 있다”며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몇 가지 대의명분만 내세워 불만을 잠재우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경비부장에 이어 박 서장까지 공개적으로 경찰 인사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면서, 조직문화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편 민 청장은 취임 당시 “선진국에서도 여성을 많이 뽑으라는 기준을 제시하고 남녀가 거의 동등한 조건에서 일하고 있다”며 “여성 관련 치안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경찰 조직 내 인력 구성도 맞게 변화되는 것이 당연하다. 경찰은 힘을 쓰는 남성적인 일이라고 생각되는데, 이 사회 공동체의 거울이라 생각해야만 진정 시민의 경찰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경찰청은 이번 총경 인사에서도 여경 승진의 확대를 명분으로 내건 것으로 알려져, 격무 부서 등에서 근무하는 다른 경찰들이 간접적 피해를 봤다는 증언도 이어지고 있다.

김종형 기자 kjh@penm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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