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미세먼지 농도 108㎛…2015년 관측 이후 '최악' 기록
정부, 脫원전 추진하며 화력발전은 오히려 늘려…'미세먼지 저감 응급조치'에만 목매
미세먼지 中 영향 60~80%인데도...中에 별도 입장표명은 없어
미국·유럽은 이례적 폭설로 인명·재산피해 속출

고농도 미세먼지로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곳곳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14일 서울 잠실대교에서 바라본 잠실 일대가 미세먼지가 갇혀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고농도 미세먼지로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곳곳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14일 서울 잠실대교에서 바라본 잠실 일대가 미세먼지가 갇혀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미세먼지가 14일 전국 하늘을 뒤덮었다. 한반도가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는 원인은 탈(脫)원전 정책으로 인한 화력발전량 증가와, 중국발(發) 미세먼지가 늘어난 점이 지적된다. 이런 가운데 유럽과 미국 등에는 이례적인 폭설과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13일 수도권에 첫 실시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는 14일에도 이어진다. 저감조치는 서울, 인천, 경기(연천·가평·양평 제외) 지역에서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이어진다. 비상저감조치는 당일 오후 4시까지 하루 평균 초미세 먼지(PM2.5) 농도가 50㎍/㎥를 초과하고, 다음 날에도 초미세먼지가 50㎍/㎥가 넘을 것으로 예측되면 발령된다. 이번 비상저감조치는 전국적이다. 전국적으로 총 10개 시도(부산, 대전, 세종, 충남, 충북, 광주, 전북 등)에서 발령되기 때문이다.

14일 오전 10시 대기오염 상태. (사진 = aqicn 캡처)
14일 오전 10시 대기오염 상태. (사진 = aqicn 캡처)

미세먼지는 PM(Particulate Matter)이라는 단위를 사용한다. 우리나라는 PM10을 기준으로 미세먼지 예보를 시행하고 있다. PM10은 지름이 10㎛(마이크로미터) 이하인 물질을 의미하며, 이 때부터 미세먼지로 분류한다. 지름이 2.5㎛ 이하인 물질은 초미세먼지로 분류하는데, 해변에 있는 모래알 입자가 지름이 70㎛ 정도다. 초미세먼지는 76㎛만 넘어도 ‘매우나쁨’으로 분류된다. 14일 오전 10시를 기준으로, 전국이 100 이상의 초미세먼지 농도를 보이고 있다. 이날 서울 지역의 하루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108㎛로, 관측사상(초미세먼지는 2015년부터 관측 시작) 최악을 기록했다.

기상청은 “이번 미세먼지는 대기 정체로 국내·외 미세먼지가 축적된 후 낮 동안 국외 미세먼지가 유입되어 전 권역에서 농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며 오는 15일 오후부터 고농도 미세먼지가 남진하여 중부지역부터 점차 농도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미세먼지가 늘어난 원인으로는 ▲화력발전량 증가 ▲중국발 미세먼지 증가를 꼽을 수 있다. 14일 한국전력공사의 '전력통계속보'에 따르면, 2018년 1월부터 11월까지의 전체 화력발전량은 총 22만 8,219GWh로 전년 동기(22만 4,498GWh)보다 3,721GWh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탈원전 정책으로, 원자력발전량은 같은 기간 13만 7,989GWh에서 12만 1,075GWh로 1만 6,914GWh 줄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탈원전을 선언했고, 노후 석탄화력발전을 LNG 발전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미세먼지가 전혀 나오지 않는 원자력발전과 달리, LNG발전도 미세먼지 발생 요인 중 하나다. 정부는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하면서야 석유·중유 발전기 16기의 출력을 제한했다.

고농도 미세먼지로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곳곳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14일 서울 종로구 종로6가에 설치된 노후 경유차 단속 CCTV 아래로 차량이 지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고농도 미세먼지로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곳곳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14일 서울 종로구 종로6가에 설치된 노후 경유차 단속 CCTV 아래로 차량이 지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한편 국내 환경당국은 중국 영향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은 최근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사례 분석 결과에서 “중국 북부지방 고기압 영향으로 대기 정체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안정한 대기상태에서 중국 등 국외발 미세먼지가 유입됐고, 국내 오염물질이 축적돼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중국의 미세먼지가 북서풍을 타고 와 6시간 뒤 서울 도심을 뒤덮는다고 주장한다.

(사진 = 문재인 공식 블로그 제공)
2017년 5월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미세먼지 관련 공약. (사진 = 문재인 공식 블로그 제공)

반면 중국 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류여우빈 중국 생태환경부 대변인은 지난달 28일 “서울의 미세먼지는 주로 서울에서 나온 것”이라는 입장을 낸 바 있다. 우리 정부는 별도의 입장 표명이 없는 상태다. 문 대통령의 2017년 대선 당시 공약(미세먼지를 한중 정상급 주요의제로 격상시키겠다)과는 다른 행보다.

우리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한국 내 미세먼지 발생에 있어 중국을 포함한 국외 평균 영향은 연간 최대 60~80%로 높아질 때도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중국 측에 입장을 전달하기기보다는, 국내 미세먼지를 먼저 줄여야 한다고 설명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국외영향은 계절별, 기후조건에 따라 다르다”며 “최근 대기흐름 정체 등 기후변화로 지역 배출원 영향에 따른 고농도 미세먼지 빈발이 우려된다”고 했다.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꼽히는 화력발전 비중은 오히려 늘리면서도, 차량 2부제와 노후차 단속 등 '응급조치'에만 치중하고 있는 것이다.

오스트리아에서 폭설에 묻혀 자칫 죽을 뻔했던 산양이 지나가던 열차의 기관사들 덕분에 구조됐다고 DPA통신이 9일(현지시간) 전했다. (사진 = 연합뉴스)
오스트리아에서 폭설에 묻혀 자칫 죽을 뻔했던 산양이 지나가던 열차의 기관사들 덕분에 구조됐다고 DPA통신이 9일(현지시간) 전했다. (사진 = 연합뉴스)

한편 유럽과 미국은 폭설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가장 눈이 많이 내린 오스트리아에는 지난 일주일 동안 최고 3m의 눈이 쌓였다. 오스트리아뿐 아니라 독일, 발칸반도 등에도 폭설로 인한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그리스 북부 플로리나 지역에서는 이달 초 사상 최저기온인 영하 23도를 기록하기도 했다. 미국 중서부와 동부에서도 눈폭풍 ‘지아’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지아’는 미주리, 캔자스, 네브라스카, 일리노이 등 중서부를 강타한 뒤 워싱턴DC로 이동하고 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