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전 대법원장, 1차 조사 이후 '조서 검토하겠다'며 추가로 출두
검찰, 통진당 재판개입-헌재 동향 수집 등 의혹 두고 사실관계 조사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지난 11일 검찰 조사를 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이 사흘 만인 14일 다시 소환됐다. 검찰은 이날 조사에서는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 확인 소송 개입과 헌법재판소 파견 판사에게 헌재 동향 등을 수집·보고하도록 지시한 혐의에 대해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대법원장은 1차 조사 반나절 뒤인 다음날(12일) 오후 조서를 확인하기 위해 검찰에 또 다시 나오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4일 오전 9시 30분 양 전 대법원장을 다시 소환해 2차 피의자 신문에 나섰다. 이날 조사에서 검찰은 ▲ 옛 통합진보당 재판개입 ▲ 헌법재판소 내부기밀 불법 수집 ▲ 전 부산고법 판사 비위 은폐·축소 ▲ 공보관실 운영비 불법 사용 등 의혹을 둘러싼 사실관계를 물을 방침이다. 몇차례 추가 조사를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도 청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11일 처음 검찰에 출석했다가, 14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자정이 가까운 시각에 귀가했다. 다음날(12일) 오후 1시경에도 변호인(최정숙 변호사)과 함께 검찰에 다시 나왔다. 양 전 대법원장은 앞서 검찰 측과 밤샘조사를 하지 않기로 합의해, 조사 당일 조서를 다 읽지 못해 추가로 나와 조서 열람을 하겠다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측은 양 전 대법원장이 연속으로 출두한 것을 고려해 13일 추가 조사 일정을 늦췄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인 최정숙 변호사는 1차 조사 이후 “소명할 부분은 재판 과정에서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추가 출두 등이 검찰 수사전략 파악을 위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옛 통진당 의원 지위의 판단 권한은 헌재가 아닌 법원에 있다“며 “양 전 대법원장이 법원행정처 문건을 보고받고 일선 재판부에 내려보내도록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1심 판결은 이와 다르게 나왔는데, 검찰은 이에 대해서도 수긍하지 않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의 법원행정처가 헌재에 파견나간 최모 부장판사로부터 내부 동향 정보 등을 보고받았고, 이 정보가 양 전 대법원장 등에게 들어갔다는 주장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11일 검찰 조사 전 “이 사건에 관련된 여러 법관들이 각자의 직권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적어도 법과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을 저는 믿는다”며 “모쪼록 편견이나 선입관 없는 공정한 시각에서 이 사건이 조명되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그는 조사에서도 혐의를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1차 조사에서 징용소송·블랙리스트 의혹 등에 대한 신문이 첫 날 마무리된만큼, 이날 조사에 따라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