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정황 담은 유튜브서 칼부림 장면과 경찰 대응-시민 반응 등 담겨
현장 출동 경찰, 테이저건 등 사용했으나 제압 실패...가해자 도주 장면까지 찍혀
일부서는 "제압 당사자로부터 소송 우려한 경찰이 소극적으로 진압한 것 아니냐" 의혹 제기도

13일 오후 7시경 암사역 인근에서 발생한 미성년자 칼부림 사건. A군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가게 문을 붙잡고 있는 시민 모습이 보인다. (사진 = 유튜브 영상 캡처)
13일 오후 7시경 암사역 인근에서 발생한 미성년자 칼부림 사건. A군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가게 문을 붙잡고 있는 시민 모습(좌)과 A군이 경찰과 맞서는 모습(우)이 보인다. (사진 = 유튜브 영상 캡처)

서울 강동구 암사역 주변에서 미성년자가 칼을 휘둘러 현장에서 체포됐다. 상황을 담은 영상이 유튜브 등에 올라와, 인터넷상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 많은 네티즌들은 경찰 측 대응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13일 오후 7시경 암사역 근방에서 흉기를 휘두른 A군(18)을 특수상해 혐의로 체포했다. A군은 친구 사이인 B군(18)과 다투다가 흉기를 꺼내 휘둘러, B군의 허벅지에 상처를 입혔다. B군은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귀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한 부상은 입지 않았다고 한다.

이날 사건 정황을 다룬 유튜브 영상도 올라왔다. ‘19.01.13 암사역 칼부림 사건’이라는 제목의 2분 13초짜리 영상에는 폭행 장면과 경찰 대응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영상을 올린 게시자는 영상 하단 설명글에 “(영상 찍으면서) 왜 안 말렸냐 하지 말라. 제압하려고 뒤로 갔다가 칼침맞을 뻔했다”라고 적었다. 주변에 있던 시민들 역시 A군에게 섣불리 접근하지 않고 있었다.

영상 초기에는 A군과 B군이 다투는 모습과 함께, 주변 시민들이 겁에 질려 가게 문을 붙들고 있는 모습 등이 포착됐다. 영상 후반부에는 경찰이 출동해 A군의 제압을 시도하는 모습도 담겼다. 영상에 나온 경찰은 테이저건을 꺼내고 A군을 향해 “칼을 버리라”고 하지만, A군은 담배를 피우며 주변에 있던 자전거 등을 들었다 놓는 등 물러서지 않았다. 한 경찰이 테이저건을 발사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던 모습이 확인됐다. 이에 다른 경찰이 삼단봉을 꺼냈고, 두 경찰관이 다가가자 A군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도망쳤다. A군은 도망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 측에 붙잡혔다고 한다.

영상 댓글 등에는 경찰 대응을 문제삼는 네티즌이 다수 있었다. 네티즌들은 “주변에 시민들이 많이 있었는데 경찰이 대피시키지도 않았고, 테이저건 사용 이후에는 인파 사이로 도망가게 했다” “제대로 포위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한 손으로 테이저건을 조준해 사용했다. 결국 빗맞은 것으로 보인다” “이미 B군이 부상당했는데, 경찰이 인권단체 비난 등을 생각하면서 범죄자(A군)를 제압하지 못한 게 아닌가” 등의 의견을 남겼다. 실제로 테이저건을 사용한 경찰이 A군이 다가오자 뒷걸음치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경찰 측은 "물러섰던 것은 현장 유지를 위한 행동이었다. 테이저건도 적중하긴 했지만 A군이 몸을 뒤틀어 두 전극 중 하나가 빠져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경찰 측이 섣불리 제압 등을 시도했다가, 제압 당사자(이 경우 A군)로부터 과잉진압 등으로 논란이 일 것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진압하지 않은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했다. 실제로 최근 법원 등은 ‘인권적 변화’라며 경찰에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판단을 내리고 있다. 경찰청 역시 2017년 9월 “인권 친화적 변화”라며 경찰력 행사에 신중하라는 경찰개혁위원회 권고안을 별 이의 없이 수용한 바 있다. 당시 경찰 스스로 공권력을 내려뒀다는 비판도 일었다.

A군이 경찰에 맞서는 모습. (사진 = 유튜브 영상 캡처)
A군이 경찰에 맞서는 모습. (사진 = 유튜브 영상 캡처)

일부 네티즌은 테이저건을 빗맞춘 것으로 인식하면서, 경찰의 부족한 테이저건 사용 능력이 지적되기도 했다. 경찰 측이 테이저건을 사용했음에도 제압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은 점이 영상으로 확인되면서다. 경찰 측 테이저건 실습 교육은 주로 예산 문제로 인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이저건의 한 발 가격은 약 3만 2,000원으로 권총 실탄(200원) 등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다. 과거에도 경찰 내 테이저건 실습 교육이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 적이 있다.

다만 이 ‘암사역 칼부림 사건’에 경찰 출동 자체는 신속히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출동 경찰은 신고 이후 현장까지 1분 내에 도착했다고 한다. 첫 신고가 들어온 시간은 오후 7시 1분이었는데, A군이 체포됐다고 보고된 시간은 여기서 9분이 지난 7시 10분이었다.

사건이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경찰은 A군의 범행 동기나 경찰 측 대응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한다. 변원희 강동서 형사4팀장은 13일 통화에서 “사건이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관련 사안은 내일 조사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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