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기자회견에서 김태우 수사관과 신재민 前사무관 폭로에 대해 노골적 '평가절하'
"한국당, '김태우-신재민 특검법' 만들면 한국당이 더 수렁에 빠질 것" 주장
김태우에 "조사 세게 받을 분...직분에 안 맞는 행동하고, 자기방어 위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언론플레이해"
신재민에 "사무관 시야와 고위공무원 시야 달라...자기 관점과 다르다고 '잘못' 규정하는 것은 좋은 태도 아냐"
"당·정·청 '강철같은 원팀' 될 것"...청와대 참모진 개편에도 긍정적 속내 드러내
"文정부, 민생경제 활력 일으키지 못했다는 평가 나왔다"면서도 "낙수효과 다했다" 계속 주장
"민주당, 연동형 비례대표제 지지...국회의원 정수도 300명 넘지 않게 하겠다"
한국당 "김태우 신재민 관련 발언은 공익제보자 입에 재갈 물린 망언"
바른미래당 "유체이탈...文 셀프 용비어천가 따라했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오전 국회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오전 국회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인 김태우 수사관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에 대해 “이분들은 조직에 적응을 잘 못한 사람들”이라고 깎아내렸다.

이해찬 대표는 13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 질의응답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김 수사관은 대검찰청에서 징계가 확정됐다. 조사를 세게 받아야 할 분이고, 직분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고 자기방어를 위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갖고 언론플레이를 했다”고 주장했다.

신 전 사무관에 대해서는 “(신 전 사무관은) 스스로 그만뒀다. 비위는 아니지만 공무원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했기 때문”이라며 “그만두고 나서 4~5개월동안 아무 소리 안 하다가, 김 수사관 사건이 터지니까 (적자국채 발행 등을 주장하며) 자기합리화를 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3~4년 경력의 사무관이 보는 시야와 고위공무원이 보는 시야는 많이 다를 수밖에 없다. 최종 결정은 장관이나 대통령이 하는데, 자기 관점과 다르다고 잘못됐다고 규정하는 것은 공무원 사회에서 썩 좋은 태도가 아니다”라고도 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신 전 사무관의 문제제기는) 자기가 경험한, 자기가 보는 그 좁은 세계 속의 일을 가지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을 한 것이다. 정책 결정은 (신 전 사무관이 주장한 내용보다는) 훨씬 더 복잡한 그런 과정을 통해 결정하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문 대통령의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오전 국회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오전 국회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김 수사관과 신 전 사무관의 양심선언과 관련, 자유한국당은 ‘김태우-신재민 특검법’을 주장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 주장에 대해서는 “(김 수사관의 주장을)받아서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까지 열었는데, (주장과) 맞는 말이 안 나왔다”며 “그런 것을 가지고 특별법을 만든다는 것은 한국당이 더 수렁에 빠지는 일”이라고 했다.

“미·북 회담 이후 김정은 답방, 추가 남·북회담 이뤄질 것”

이 대표는 미·북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지난해 북·중 정상회담 후 한달 뒤 미·북 정상회담이 열렸다. 아마 오는 2월 중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이 이뤄질 것”이라며 “정상회담에 앞서 고위급 회담이 이뤄져야 해, 그것을 보면 확실히 판단이 설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정상회담이 이뤄지면 지난번처럼 원칙적인 것만 합의하면 안 되고, 실질적인 진전이 있어야 한다”며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기대했다. 이 대표는 북한 김정은의 서울 답방과 추가 남·북 정상회담도 미·북 정상회담에 따라 결정된다고 봤다.

이 대표는 또 “당·정·청은 강철같은 원팀이 되겠다. 청와대 2기 참모진과 함께 대통령이 약속한 사람중심 경제, 혁신적 포용국가 건설에 혼신을 다하겠다”며 청와대 참모진 개편에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날 오후 예정된 무소속 손금주·이용호의 민주당 입·복당 심사와 관련해선 “(당 지도부와) 사전교감은 없었다. 옛날 같은 인위적 이합집산을 위해 불공정한 룰을 적용하는 일은 없다. 그런 걸 안 하려고 제가 당 대표를 나온 것이므로 철저히 지켜나가겠다”고 했다.

“文 정부, 민생경제 활력까지 일으키지는 못했다는 평가도 나왔다“면서도 ”낙수효과, 그 효과 다했다”

이 대표는 “정부 정책이 민생경제 활력까지 불러일으키지는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지난 한 해 문재인·민주당 정부는 카드 수수료 인하,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고 김용균 노동자의 삶이 담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등 국민의 삶과 관련된 적지 않은 변화를 만들어 냈다”면서도 “이러한 변화가 국민이 느끼는 삶의 안정, 민생 경제의 활력까지 불러일으키지는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겸허한 마음으로 국민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또 “보수 야당이 주장하는 '낙수효과'는 그 효과가 이미 다했다. 과거 10년 동안 이어졌던 보수정권의 실험은 실패했다”며 “지난해 우리 사회를 달궜던 광주형 일자리, 안타깝게도 두 분의 고귀한 생명이 희생된 택시·카풀 문제, 유치원 3법에 이르기까지 공동체 전체의 지혜를 모아서 해결책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길은 사회적 대화와 대타협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민주당은 올해 ▲ 유치원 3법 관철 ▲ 빅데이터 경제 3법·공정거래법 개정 ▲ 검경 수사권 조정·고위공직자수사처법·국정원법 개정 마무리 등의 내용을 입법할 예정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오전 국회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오전 국회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원전 공사 재개에 대한 얘기도 언급했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을 지지하는 입장이었으나, 앞서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원자력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정부가 건설 계획을 백지화한 신한울 원전 3·4호기에 대해 공사를 재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신한울 3·4호기는) 공론화 위원회를 거쳐서 (공사 중단이) 결정된 것"이라면서도 "(정책을) 보완하는 논의 과정은 필요하다”며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또 여·야 5당이 1월까지 합의 처리하기로 한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의 입장은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이고, 국회의원 정수는 300명을 넘지 않게 한다는 것”이라며 “전국 단위의 큰 선거가 없는 올해가 좋은 기회다. 국회의 비례성과 대표성, 전문성을 함께 높일 수 있는 정치개혁 방안을 반드시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野, 이해찬 회견에 일제히 비판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을 보여줬다’며 강력히 비판했다.

윤영석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이 대표의 회견은 문재인 대통령의 ‘자화자찬 현실도피 신년사’의 복사판”이라며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에 대해 ‘조직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한 것은 집권당 대표가 지녀야 할 자질을 의심케 하는 발언으로, 공익제보자 입에 재갈을 물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논평에서 “이 대표는 문 대통령의 ‘셀프 용비어천가’를 따라했다”며 “최악의 양극화 정부 탄생에 대한 성찰과 반성은 찾을 수 없고, 노동개혁에 대해선 사회적 대화가 잘 되고 있다는 엉뚱한 소리를 했다. (두 공익제보자를) ‘조직 부적응자’로 발언한 것은 망언을 보태는 꼴”이라고 했다. 

반면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은 이 대표의 선거제 개혁 관련 내용에 집중해 논평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선거제 개혁에서 자당(민주당)의 불이익을 따지며 머뭇거리는 과오를 보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지금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구체적 실현 방안을 집권당 대표로서 책임감 있게 밝힐 때”라 지적했다. 김정현 민평당 대변인은 “(민주당은) 정치개혁에 대해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며 “야당들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요구에 대해 애써 우회하려 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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