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원의원들 “美핵우산은 일본 등 역내 친구들과 동맹 위한 것”

미국의 전문가들은 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 전에 ‘비핵화’의 정의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6월 1차 미북 정상회담 이후 미북 간 ‘비핵화’의 정의를 둘러싼 불일치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미국과 국제사회가 인식하는 ‘북한 비핵화’에 북한이 정말로 동의하는지부터 확실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전문가들은 용어와 원칙의 정립 없이 미북정상이 다시 만나는 것은 오로지 북한에만 이득이 되는 일이라며 협상의 진전을 위해서는 기초 의제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북아 전문가인 딘 챙 헤리티지재단 연구원은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미국이 직면하고 있는 주요 문제들 가운데 하나는 비핵화라는 용어에 대한 근본적인 불일치”라며 “북한인들은 이를 미군철수로 인식하지만 미국은 핵무기 프로그램의 종식으로 인식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챙 연구원은 “한국정부마저도 미국과 의제가 일치하는지 불분명하다”며 “한미 간 조율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는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것과 전혀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은 ‘조선반도 비핵화(한반도 비핵화)’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핵위협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라고 수차례 밝혔다. 조명균 통일부장관도 최근 “북한이 주장하는 ‘조선반도 비핵화’와 우리가 목표로 하는 북한의 비핵화는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VOA에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문제를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말하는 ‘비핵화’가 무슨 의미인지 명확히 전달할 수 있으며 김정은과 그 대가로 어떤 것이 적당할지 등에 대해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했다.

올리 하에노넨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고문은 VOA에 북한에 광범위한 ‘비핵화’를 요구하기 보다는 세부적인 조건들을 놓고 북한과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하이노넨 선임고문은 “북한의 핵 개발 시설과 핵무기 재료,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 시설 등을 모두 없애야 북한이 무기 제조에 필요한 핵분열 물질을 만들 수 없다”고 했다.

한편 미국의 상원의원들은 “한반도에 실재하는 유일한 위협은 북한의 핵무기”라며 “비핵화 개념에 미국의 핵우산 제거가 포함되는 것은 아시아에서 미국의 역할 중단을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탐 우달 상원 외교위원은 10일(현지시간) VOA에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의 정의에 미국의 핵 위협 제거가 포함돼 있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그곳에서 미국이 가하는 위협이 대체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가 미국의 핵우산 제거까지 포함된 개념이라면 미국에게 아시아에서 어떤 역할도 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이라며 “이는 ‘말도 안 되는’ 비핵화 정의”라고 일축했다.

우달 의원은 “(미국의) 핵우산은 미국을 위해서가 아니라 일본과 같은 다른 나라들을 위해 그곳에 있는 것”이라며 “역내 미국의 동맹국들과 친구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크리스 쿤스 민주당 상원 외교위원은 VOA에 미국이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를 분명히 규정했다. 쿤스 의원은 “북한이 먼저 핵무기 관련 시설과 장비, 물질, 그리고 재원을 모두 밝힌 뒤 이런 핵무기를 제거하는 과정에 대한 협상을 시작하는 것이 비핵화”라고 설명했다.

공화당의 댄 설리반 상원 군사위원은 “미국은 ‘합법적’으로 배치된 주한미군을 ‘불법적’으로 배치된 북한의 핵미사일과 절대 교환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설리반 의원은 “미국의 핵우산은 지난 70년 동안 아시아태평양 지역 역내 안보를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며 “미국의 동맹국과 관련해 미국이 핵우산을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상원 외교위 동아태소위원장인 공화당 코리 가드너 의원은 “비핵화의 정의에 대한 북한의 주장은 ‘북한은 비핵화할 계획이 없다’는 뜻”이라며 ‘무의미한’ 2차 미북정상회담을 취소할 것을 트럼프 행정부에 촉구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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