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한경, 사법부 행보 지적

법원 추가조사위는 최근 두 달간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을 재조사해왔다. 그 결과, 추가조사위는 ‘블랙리스트’는 없다고 결론내렸다. 하지만, 일부 판사 동향을 파악하는 문건이 발견됐다며 새로운 불씨를 남겨뒀다.

추가조사위의 행보에 대해 여러 논란이 제기된다. 추가조사위는 행정처 판사들의 컴퓨터를 당사자 동의없이 강제로 개봉했다. 이와 관련해 최원규 조선일보 사회부 차장은 “영장 없이 판사 사무실 서랍을 뒤진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평가하며, ‘적법 절차를 무시한 이번 조사는 매우 나쁜 선례로 남을 것이다. 앞으로 법정에서 판사들이 절차를 내세워도 “판사님부터 ‘적법 절차’ 지키시죠”라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또한 판사들의 이런 행보에는 법원 내 진보 성향 모임인 특정 연구회 출신들의 ‘완장’ 의식, 전임 양승태 사법부에 대한 증오가 깔려있을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한다.

재조사 범위에 대해서도 논란이다. 애초 추가조사위가 행정처에 알린 조사 범위는 2015년 7월부터 2017년 2월까지며 ‘블랙리스트’와 관련한 문건만 검색하겠다고 밝혔지만, 2015년 2월 법원행정처를 떠난 심의관들까지 불러 조사를 하는 등 ‘제멋대로’ 조사 범위를 바꿨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선일보는 1면톱에 <판사PC 뒤져놓고 뒤진 흔적 없앴다(조백건 기자)>를 보도하며, ‘추가조사위가 강제로 개봉한 법원행정처 판사 컴퓨터의 하드디스크 복사본을 ‘디가우징(강력한 자력으로 모든 데이터 삭제)’ 기술을 이용해 완전히 파기했다‘고 보도했다. 이 복사본에는 추가조사위가 어느 시기에 작성된 어떤 문건을 열어봤는지에 관한 ’재조사 흔적‘이 담겨있다.

이에 대해 “검찰이 향후 재조사 과정의 위법성을 수사할 때를 대비해 핵심 증거를 없앤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고 설명한다. 검찰 또한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파기하지만 추가조사위원들은 컴퓨터 강제 개봉 혐의로 고발된 피의자 신분이어서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또한 행정처 컴퓨터에는 비밀번호가 걸려 있어 비밀침해죄 논란은 더 커질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앞서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은 추가조사위원 6명을 비밀 침해(컴퓨터 강제 개봉)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한국경제 고윤상 기자는 <법원 추가조사위, 불리한 내용 쏙 뺀 채 공개 ‘의혹’>이라는 보도를 통해 추가조사위의 결과 발표가 ‘취사선택’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나 국제인권법연구회 핵심 판사들에게 불리한 내용은 조사결과에서 제외했다는 의혹이 나온다는 것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국제인권법연구회 내 진보성향 소모임인 ‘인사모(인권을 사랑하는 판사들의 모임)’ 관련 문서에는 조직적인 ‘김명수 대법관 만들기 작업’,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상고법원 신설 추진 반대’ 등이 담겨 있다고 전해진다.

이와 같은 행태에 대해 한 현직 부장판사는 “조사위 구성 자체부터 공정성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예견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법관들이 대법관을 만들겠다며 조직적으로 움직인 정황은 법원행정처로서 당연히 파악하고 대응해야 할 내용”이라고 항변했다.

한편, 조선일보 박국희 기자는 <헌재 “탄핵 선고, 촛불 완성에 법적 도장 꾹 눌러준 것”> 보도를 통해 헌재에서 공식 발행한 책이 ‘사법권의 독립성을 부정’하고 있다는, 법조계 안팎의 비판적인 목소리를 전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2일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헌법재판소 결정과 대한민국의 변화’라는 책을 공식 발행했다. 책에는 작년 탄핵 심판과 관련해 “헌재 선고는 촛불집회의 헌법적 완결체”라고 기록됐다. 태극기 시위 세력에 대해서는 “파면 결정의 부당성을 외쳤다. 하지만 그 같은 저항은 오래가지 않았다”고 전한다.

이에 대해 이시윤 전 헌법재판관은 “헌법재판관의 소신 재판을 지나치게 이념적이고 정치적으로 평가한 것”이며 “마치 촛불 세력에 휘둘려 여론 재판하듯 탄핵 심판을 한 것처럼 평가한 것에 대해선 재판관들부터가 불쾌해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법조계 안팎에서도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는 헌법 제103조를 헌재 스스로 부인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지적한다.

 

●한겨레·경향 ‘추가 조사 필요’

반면,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다시 한 번 ‘진실 규명’을 요구하며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두 신문 모두 사설을 통해 ‘법원행정처 강제수사’가 불가피하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이유는 의혹의 핵심인물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컴퓨터에는 접근하지 못했으며, 조사를 실시한 컴퓨터 3대의 파일에서도 비밀번호로 열어보지 못한 파일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법원 자체적으로는 진실 규명이 불가능하니 검찰이나 특검의 강제수사가 불가피해졌다고 밝힌다.

경향신문은 “추가조사위원회가 밝혀낸 내용만으로도 범죄 혐의는 차고 넘친다”며 이번에도 ‘차고 넘치는’ 혐의를 지적했다. 직권남용과 증거인멸의 혐의도 지적한다. 또한 사법부에 대한 강제수사가 원칙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지만 김명수 대법원장은 시민들의 분노가 임계치를 치닫고 있다고 있음을 인식해야한다고 말했다. 마치 탄핵사태와 같이 시민들의 분노를 우선해 원칙을 깨고서라도 강제수사를 해야한다고 종용하는 것으로 비춰진다. 경향은 1면에서도 <“사법농단 진상 철저 규명” 목소리 커진다>라는 보도를 통해 2차 추가조사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고 부각했다. '농단(이익(利益)을 독점(獨占)함)'이라는 표현을 이용함으로써 ‘청산 프레임’을 유지하려는 모양새다. 이어 3면에서는 <재판 돕는 기구 법원행정처, 대법원장 비서 역할하며 '타락'> 보도를 통해 법원행정처에 대해 정치인, 관료 언론인들을 수시로 접촉하며 판사들을 감시하고 죄어왔다고 비판했다.

한겨레신문은 대법관들이 ‘재판에 영향이 없었다’는 점만 강조하고 모르쇠로 일관하며 대법원 지키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번 사안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1면 <반성없이…‘재판 뒷거래’ 부인한 대법관들>, 3면 <‘원세훈 상고심’ 의혹·충격 모르쇠…‘대법원 지키기’ 급급>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성기웅 기자 skw42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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