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재판 당시 법조사회 민낯 보고 경악”
“헌법 수호 의지 없다”는 헌재에 “헌법에 보장된 형사상 진술거부권 행사한 것”
“탄핵심판, 독재사회의 인민재판이었다”

헌법재판소(이진성 소장)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선고를 두고 “촛불 집회 완성에 법적 도장을 꾹 눌러준 것”이라고 자평한 것에 대해 법조계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헌법재판관들이 헌법과 양심에 따라 내린 탄핵 결정을 헌재가 촛불 시위와 연관시키는 것이 사법권 독립 취지에서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조대환 변호사 (前 민정수석)
조대환 변호사 (前 민정수석)

박근혜 정부 시절의 마지막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인 조대환 변호사는 24일 PenN에 보내온 글을 통해 “탄핵 심판을 보며 법조사회의 민낯을 보고 경악했는데, ‘촛불을 완성했다’고 평가하는 헌재의 뻔뻔함에 또 한 번 경악했다”고 말했다.

헌재는 지난 22일 올해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만든 ‘헌법재판소 결장과 대한민국의 변화’라는 책에서 "사상 첫 현직 대통령 파면이라는 선고는 국정 농단 사건에 대한 분노로 촉발된 촛불시위가 헌법적으로 승화된 결과물이었다"며 "살아 있는 최고 권력을 민주적으로 퇴진시키는 역사의 도도한 물결에 법적 인증 도장을 꾹 눌러준 것“이라고 밝혔다.

조 변호사는 헌재의 이러한 평가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헌재가 탄핵심판 당시 국회의 빈약한 탄핵 소추의 위법성에 대해 제대로 판단하지 않은 것을 헌법재판사의 ‘오점'으로 꼽았다. “위헌심사가 국회의 위헌 입법을 심사하듯이 탄핵재판 역시 국회의 위법 여부를 가려주는 게 헌재의 존재 이유”라는 것이다.

당시 헌재는 “국회가 (탄핵을 의결하면서) 충분히 조사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고, 충분히 조사함이 바람직하다”고 하면서도 “국회의 자율적 재량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지적한 박 전 대통령의 대리인에게 헌재가 ‘헌법재판을 해봤느냐’고 면박을 준 것에 대해서는 “헌재 재판관들 역시 탄핵 재판을 해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헌재 재판관들이 ▲탄핵 재판의 역사적 소명을 받았다고 주장한 것 ▲증거동의가 되지 않은 검찰기록을 탄핵 심판에 예단해 이용한 것 ▲법정시한을 무시하고 재판관들의 임기에 맞춰 결정시한을 못 박은 것 ▲朴 전 대통령 대리인단이 신청한 증인들을 무더기로 불허 결정한 것 ▲신문이 이뤄진 증인들의 증언내용과 배치되는 사실 인정을 결정문에 기재한 것 등이 헌재의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결정적으로 당시 헌재가 박 전 대통령의 파면 사유로 “청와대 압수수색을 거부하는 등 헌법 수호 의지가 없다”는 점을 제시한 것에 대해 “누구에게나 헌법에 의해 보장되는 형사상 진수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라며 “헌재는 스스로 기관의 존재 목적이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있다는 점을 망각하고 오만하게 군림하는 구시대 권력기관으로 전락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조 변호사는 또 당시 청와대 압수수색을 거부한 주체는 대통령 경호실장과 비서실장이었다고도 말했다. 청와대의 시설관리책임자는 법령상 경호실장과 비서실장이며, 박 전 대통령은 탄핵소추로 권한이 정지된 상태였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헌재가 ‘대통령이 헌법 수호 의지가 없다’고 선언한 것은 법치사회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것이라는 취지다.

그는 마지막으로 “(헌재의 판결을 보는 순간) 법치사회는 물러가고 독재사회의 인민재판을 받는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고 당시를 평가했다.

다음은 조 변호사가 보내온 글의 전문이다.

<우리 헌법재판사의 부끄러운 오점>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을 지켜보면서 법조인 그리고 법조사회의 민낯을 보고 경악했다. 내가 평생 천직으로 삼고 자부심으로 일해 온 법조사회가 그리고 법조인들이 이렇게 능력 면에서 무식하고 무책임하며 인격적으로 비양심적이고 뻔뻔스러운 것인가 하는 회의를 일으킨 일대 사건이다. 문제는 국회에서 증거도 없이 언론의 보도내용과 검찰 공소장만 가지고 탄핵의결을 한데서 시작한다. 우선 검사의 공범에 대한 공소제기 그리고 특검의 조사가 진행 중일 뿐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규명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그리고 국회 자체에서도 객관적 조사룰 거침이 없이 법사위와 본회의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도 않은 채 소추하는 심각한 위법상태를 저질렀다. 국회 스스로 졸속 소추를 자인하기 때문에 특별조사 상임위원회를 가동함과 동시에 특검까지 출범시킨 상태였다. 이러한 국회의 직무 유기에 대하여, 헌재는 “충분히 조사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고 충분히 조사함이 바람직하다.”고 전제하면서도 국회의 자율적 재량권을 존중해야 된다며 눈감고 넘어갔다. 바람직하지 아니한 것을 알면 바람직하게 만드는 것이 최고사법기관인 헌재의 의무 아닌가? 국회의 자율재량권을 존중해 주려면 헌법재판소는 왜 존재하는가? 위헌심사가 국회의 위헌 입법을 심사하듯이 탄핵재판 역시 국회의 위법 여부를 가려 주는 것이 헌재의 존재이유다. 앞으로는 국회 일부 세력이 검찰과 짜고 대통령을 함부로 기소한 다음 다수의 힘으로 탄핵소추만 하면 “국회의 재량권 존중”이라는 이유만으로 국민이 직선으로 선출한 대체불가의 절대권력인 대통령이 물러나게 될 것인데 이럴 경우 국회 견제를 위해 헌재를 구성한 국민들의 의사는 완전히 무시되는 것이다. 이를 지적하는 변호인에 대하여 “헌법재판을 해 봤느냐”고 면박을 줬는데 헌재 재판관들 역시 “탄핵재판을 해 봤느냐”는 공격을 받으면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탄핵 재판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탄핵재판을 해본 적도 없으면서 근거 없이 탄핵재판의 역사적 소명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증거동의 되지 아니한 검찰기록을 먼저 가져다 일별하여 예단을 형성한 이후에야 법정시한을 무시하고 재판관들의 임기에 맞춰 결정시한을 못 박은 것이나 변호인들이 신청한 증인들을 무더기로 불허결정 한 것이나 또 신문이 이뤄진 증인들의 증언내용과 배치되는 사실인정이 결정문에 버젓이 기재되는 결과는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다. 누구에게나 헌법에 의하여 보장되는 형사상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것을 두고 “헌법수호 의지가 없다.”고 당당히 법정에서 선언한 헌재는 스스로 기관의 존재 목적이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있다는 점을 망각한 오만하고 군림하는 구시대 권력기관으로 전락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청와대의 시설관리책임자는 법령 상 경호실장과 비서실장이므로 압수수색을 거부한 주체 역시 경호실장과 비서실장임을 잘 알고 있을 뿐더러 나아가 대통령은 이미 탄핵소추로 인하여 권한이 정지된 상태임을 잘 알면서도 청와대 압수수색을 거부한 것을 두고 역시 “대통령이 헌법 수호의지가 없다.”고 선언하는 순간 법치사회는 물러가고 독재사회의 인민재판을 받는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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