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요 언론은 김정은의 4차 방중은 북한과 중국이 모두 미국과의 외교에서 협상력을 높이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또한 북한과 중국의 연대가 강화되면 결과적으로 한미동맹과 대북압박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AP통신은 10일 김정은의 중국 방문은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과 사전 조율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또한 유엔의 대북제재 완화와 관련해 중국 측의 지지를 얻으려는 시도로 해석했다.

AP통신은 “북한이 1년 넘게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중단했지만 체제 생존의 수단인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겠다는 실질적인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이 북한 비핵화에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했지만 두 정상의 개인적 관계는 미중 무역 전쟁으로 퇴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김정은의 이번 방중은 북중 외교 모두에서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라고 전했다. WP는 “중국과 북한은 서로를 지렛대 삼아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북중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합의를 이뤄내길 모색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한 윌슨 센터의 밴 잭슨 연구원의 기고문을 통해 ‘리얼리티쇼’와 비슷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외교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싱가포르 정상회담처럼 준비 없는 2차 정상회담을 또다시 후속 실무 회담을 교착상태에 빠뜨린다고 지적했다.

잭슨 연구원은 “정상외교가 결렬되면 양측은 다시 서로를 비난할 것이고 특히 미국은 자국 영토를 위협할 수 있는 핵 역량을 가진 핵보유국 북한을 다뤄야 할 것”이라며 “또다시 세부적인 합의 없이 회담이 끝나면 이후 검증 단계에서 북한이 과거처럼 ‘지연전술’을 쓸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보여주기식’ 외교는 결국 앞으로 미국의 정책 결정권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대북 지렛대를 약화하고 북한은 그동안 무기 프로그램을 강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국제문제와 대미협상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강조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북한은 비핵화 협상에서 타결을 원하면 제재 완화 등 이를 위한 토대를 준비해야 할 것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시 한 번 상기시키려는 목적”이라며 “미국과 북한 모두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중국의 지지가 핵심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외교협회 스콧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김정은의 이번 방중은 미국과의 협상을 앞두고 몸값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면서도 “이처럼 빈번한 중국 방문은 김정은의 취약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브루킹스 연구소 정박 선임연구원은 “김정은은 신년사와 중국 방문을 통해 자신은 외교를 지속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자신감을 과시하려 했다”며 “평화협정과 미국의 전략자산 철수 등을 언급하며 김정은이 원하는 조건과 방법을 계속 고수할 것임을 시사한 것은 앞으로 한미동맹과 대북제재 이향을 약화할 수 있다는 것을 미국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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