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前 대법원장, 검찰 조사에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며 혐의 사실상 전면부인한 듯
검찰 출두 前 "국민여러분께 큰 심려 끼쳐드린데 대해 진심으로 송구스러운 마음"
"사건과 관련된 법관들, 적어도 법과 양심에 반하는 일 안했다고 믿어"
김진태 "김명수, 달(moon)도 차면 기운다는 것 모르는 듯"

양승태 전 대법원장 [연합뉴스 제공]
양승태 전 대법원장 [연합뉴스 제공]

양승태 전 대법원장(71) 은 11일 오전 9시께 검찰 소환에 앞서 대법원 정문 앞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검찰 측이 주장하는 이른바 '사법 농단' 혐의에 대해 “모쪼록 편견이나 선입관 없는 공정한 시각에서 이 사건이 조명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은 “저의 재임기간 동안에 일어났던 일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데 대해 진심으로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며 “이 일로 인해 법관들이 많은 상처를 받고, 또 여러 사람들이 수사당국으로부터 조사까지 받은 데 대해 참담한 마음”이라고 말하며 이같이 전했다.

그는 “이 모든 것이 저의 부덕의 소치로 인한 것”이라며 “그 모든 책임은 제가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 자리를 빌어 국민 여러분께서 우리 법관들을 믿어 주실 것을 간절히 호소하고 싶다”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 사건에 관련된 여러 법관들이 각자의 직권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적어도 법과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을 저는 믿는다”라며 “나중에라도 만일 그 사람들의 과오가 밝혀지면 그 역시 제 책임이고 제가 안고 가겠다. 모쪼록 편견이나 선입관 없는 공정한 시각에서 이 사건이 조명되길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이런 상황이 사법부 발전과 그를 통해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루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양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 앞에서 입장을 밝힌 뒤 차를 타고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이동했다. 오전 9시 7분쯤 검찰에 도착한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청 앞에 마련된 포토라인에서는 별 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곧장 조사실로 이동했다.

이번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이 지금까지 확보한 관련자 진술과 증거자료를 토대로 진행된다. 

신문은 단성한·박주성 부부장 등 수사 초반부터 실무를 책임진 검사들이 돌아가면서 하고 신봉수 특수1부장이 총괄한다.

이번 조사에 동석하는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법무법인 로고스의 최정숙 변호사가 맡았다. 

검찰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60·구속기소) 과 차한성(65)·박병대(62)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등 사법행정 담당 법관들이 청와대·외교부와 재판절차를 논의할 당시 얼마나 구체적으로 보고받고 지시를 내렸는지, 2015년 8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에서 징용소송과 상고법원 설치에 대한 논의를 주고받았는지도 집중 조사했다.

검찰은 조사에서 징용소송 재판거래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를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 조사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사실상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양 전 대법원장 검찰 출석에 대한 소감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법원 담장 '밖에서' 기자회견을 했다"며 "우리 사회는 40년 근무한 곳에서 5분 회견하는 것도 쫓아낼 정도로 각박하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이제 조사를 시작했는데 벌써 유죄나 마찬가지"라며 "재판정에 가기도 전에 날아오는 돌멩이에 맞아 쓰러질 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어디 법대로, 순리대로 되는 땐가? 전직 대통령 두 명을 감옥에 보내더니 이젠 전직 대법원장까지 보내려고 한다. 국격이 땅에 떨어지는 정치보복의 민낯"이라며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러고도 발 뻗고 잠이 올까? 달(moon)도 차면 기우는 걸 모르나 보다"고 덧붙였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다음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검찰 출두 前 발언 전문(全文)

무엇보다 먼저, 제 재임기간 중에 일어난 일로 국민 여러분께 이토록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 일로 법관들이 많은 상처를 받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수사기관의 조사까지 받은 데 대해서도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이 모든 것이 제 부덕의 소치로 인한 것이니 그에 대한 책임은 모두 제가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는 이 자리를 빌어 국민 여러분께 우리 법관들을 믿어 주실 것을 간절히 호소하고 싶습니다. 절대 다수의 법관들은 언제나 국민 여러분에게 헌신하는 마음으로 법관으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성실히 봉직하고 있음을 굽어 살펴주시기 바랍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여러 법관들도 각자의 직분을 수행하면서 법률과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하고 있고, 저는 이를 믿습니다. 그 분들의 잘못이 나중에라도 밝혀진다면 그 역시 제 책임이므로 제가 안고 가겠습니다. 

 자세한 사실관계는 오늘 조사 과정에서 기억나는 대로 가감 없이 답변하고, 오해가 있는 부분은 충분히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모쪼록 편견이나 선입감이 없는 공정한 시각에서 이 사건이 조명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이런 상황이 사법부 발전과 그를 통해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루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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