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NGO의 선박 '씨 워치3'에 타고 있던 북아프리카인들이 9일 몰타에 내릴 수 있게 됐다는 소식을 들은 뒤 환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제공]
독일 NGO의 선박 '씨 워치3'에 타고 있던 북아프리카인들이 9일 몰타에 내릴 수 있게 됐다는 소식을 들은 뒤 환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제공]

유럽 국가들의 수용 거부로 지중해 선박 위에서 유럽진입을 꿈꿔온 소위 난민 49명이 몰타 항구로 들어오게 됐다.

조지프 무스카트 몰타 총리는 독일 비정부기구(NGO)에 의해 작년에 구조된 뒤 배에서 내리지 못하고 몰타 연안을 맴돌던 북아프리카인 49명이 유럽연합(EU) 회원국 8개국의 분산 수용 방침에 따라 일단 몰타 항구로 들어오게 됐다고 9일(현지시간) 밝혔다.

독일의 이른바 난민구조 단체인 '씨 워치'와 '씨 아이'가 운영하는 선박은 각각 지난 달 22일과 29일에 몰타 연안에서 조난 한 북아프리카인 32명, 17명을 차례로 구조했으나 유럽 국가들 누구도 이들을 받겠다고 나서지 않은 까닭에 보름 넘게 이들을 항구에 내려놓지 못했다.

무스카트 총리는 이날 몰타 수도 발레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몰타와 유럽 8개국의 합의에 따라 현재 NGO 구조선에 타고 있는 난민들이 일단 몰타군의 순시선으로 갈아탄 뒤 몰타에 입국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아프리카인들은 이후 독일, 프랑스, 포르투갈, 아일랜드, 루마니아,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 8개국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몰타가 지난 달 하순 자국 해역에서 구조한 또 다른 이주민 249명 가운데 131명은 다른 유럽 국가에 분산 배치될 예정이며, 방글라데시 출신의 이주민 44명은 본국으로 송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스카트 총리는 또 몰타가 이들 북아프리카인을 일찌감치 수용하지 않은 것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이 난민들은 몰타의 법적인 책임이 있지 않은 해역에서 구조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몰타는 매우 작은 나라로, 조난한 사람들을 돕는 건 우리의 천성"이라면서도 "하지만, 나는 총리로서 몰타의 국가안보 수호라는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NGO들은 자의적으로 행동한 뒤 자신들이 초래한 문제들을 남에게 해결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며 난민 구조 활동을 펼치는 NGO를 비난했다.

이주민들에게 자국 항구의 빗장을 건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내무장관을 비롯해 유럽의 상당수 지도자들은 NGO들이 해당 국가의 구조 시스템을 무리하게 앞서 나가면서 지중해에서 너무 적극적으로 해상 월경자 구조활동을 벌임으로써 불법 이주민들을 실어나르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한편, 유럽 국가들의 합의로 이탈리아도 일부 북아프리카인들을 수용하기로 한 가운데 강경 난민 정책에 앞장서고 있는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이탈리아는 몰타로부터 어떤 난민도 받아선 안된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나는 현재에도, 미래에도 난민들이 추가로 이탈리아에 도착하는 것에 전적으로 반대할 것"이라며 "이탈리아는 유럽과 NGO의 압력과 위협에 굴복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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