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균 통일부 장관(오른쪽)과 김영춘 해수부 장관이 9일 오후 열린 국회 남북경제협력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조명균 통일부 장관(오른쪽)과 김영춘 해수부 장관이 9일 오후 열린 국회 남북경제협력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조명균 통일부장관은 9일 “북한이 계속해서 주장하고 있는 ‘조선반도 비핵화’와 우리가 목표로 하는 북한의 비핵화하고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고위 당국자가 북한이 주장하는 ‘비핵화’ 개념이 우리와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이 말하는 ‘조선반도 비핵화’는 ‘미국 핵우산 제거’까지 포함된 개념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었지만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는 확고하다”고 반박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작년 3월 대북특사를 다녀온 뒤 “북측이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작년 4월 1차 남북정상회담 직후 라디오 인터뷰에서 “완전한 비핵화, 북한이 완전히 핵무기를 폐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표현이라고 평가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9월 평양 정상회담 직후 “김정은 위원장은 확고한 비핵화 의지를 거듭거듭 확약했다”고 했다. 그러나 조 장관이 이날 북한이 주장하는 ‘조선반도 비핵화’는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북한 비핵화’와 서로 다른 개념임을 처음으로 확인한 것이다.

조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남북경협특위에 참석해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의 비핵화’인가, ‘북한이 이야기하는 식의 비핵화’인가”를 묻는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의 질의에 “북한이 얘기하는 식의 비핵화는 아니다. 저희의 궁극적 목표는 북한의 비핵화”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계속된 질의에 “한반도 비핵화의 궁극적인 목표는 북한의 비핵화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했다.

조 장관은 “다만 목표를 향해가는 과정에 있어서 일단 북한으로 하여금 협상장으로 나오게 하고 문제를 풀어나가는 접근”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 핵우산 제거’에 대해서 “그건 북한의 비핵화 목표가 이뤄진 다음에 저희가 군사적으로 판단할 부분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야당은 “모든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북한의 비핵화’라는 용어를 쓰라”고 주장했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를 바꾸자는 것이다. 그러나 조 장관은 “취지는 동의하지만 북한의 비핵화라는 게 간단한 게 아니다”라며 “협상을 통해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측면을 이해해 달라”고 했다.

북한은 그동안 여러 차례 ‘조선반도 비핵화’는 북한 비핵화가 아니라고 강조해왔다. 작년 9월 태형철 김일성종합대학 총장 겸 고등교육상은 미국 대학에서 열린 포럼에 기조연설문을 보내 “조선반도 비핵화는 결코 우리 공화국의 일방적인 핵 포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20일 “미국은 조선반도 비핵화를 ‘북 비핵화’로 어물쩍 간판을 바꿔 놓음으로써 세인의 시각에 착각을 일으켰다”며 “(조선반도 비핵화는) 우리의 핵 억제력을 없애는 것이기 전에 조선에 대한 미국의 핵위협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라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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