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사무처, 창립 30년 기념책자 발간
"파면 결정 부당성 외친 태극기 시위는 오래 못 간 저항“
법조계 “헌재 독립성 스스로 부정한 것”

헌법재판소가 지난 22일 올해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만든 ‘헌법재판소 결장과 대한민국의 변화’라는 책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에 대해 “촛불집회의 헌법적 완결체”라고 자평했다. 헌법재판관들이 헌법과 양심에 따라 내린 탄핵 결정을 헌재가 촛불 시위와 연관시키는 것이 사법권 독립 취지에서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헌재는 책자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과 관련해 “헌재 선고는 촛불집회의 헌법적 완결체"라며 "사상 첫 현직 대통령 파면이라는 선고는 국정 농단 사건에 대한 분노로 촉발된 촛불시위가 헌법적으로 승화된 결과물이었다"고 밝혔다. 또 "살아 있는 최고 권력을 민주적으로 퇴진시키는 역사의 도도한 물결에 법적 인증 도장을 꾹 눌러준 것"이라고 했다.

이정미 헌법재판소 소장 권한대행이 지난해 3월 10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선고하고 있다
이정미 헌법재판소 소장 권한대행이 지난해 3월 10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선고하고 있다

반면 태극기 시위에 대해서는 "헌재 앞에서 성난 태극기 진영의 군중이 모여들어 파면 결정의 부당성을 외쳤다. 하지만 그 같은 저항은 오래가지 않았다"고 했다.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이 탄핵 결정 이후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는 입장을 낸 데 대해서도 언급했다. 헌재는 "이런 풍경은 2004년 헌재의 수도 이전에 대한 위헌 결정에 비판적이던 노무현 당시 대통령을 향해 박 대통령이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는 건 헌법에 대한 도전이자 체제에 대한 부정'이라고 비판했던 것과는 극명하게 대비됐다"고 적었다.

헌재는 '대통령 탄핵 심판이야말로 가장 정치적 성격의 헌법 재판'이라는 이석연 전 법제처장의 신문 기고문을 인용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는 헌법 제103조를 헌재 스스로 부인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헌재 측은 책 내용에 대해 "민간 용역을 통해 집필한 것으로 헌재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헌재 사무처가 공식 발행한 책이라 이러한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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