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사무처, 창립 30년 기념책자 발간
"파면 결정 부당성 외친 태극기 시위는 오래 못 간 저항“
법조계 “헌재 독립성 스스로 부정한 것”
헌법재판소가 지난 22일 올해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만든 ‘헌법재판소 결장과 대한민국의 변화’라는 책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에 대해 “촛불집회의 헌법적 완결체”라고 자평했다. 헌법재판관들이 헌법과 양심에 따라 내린 탄핵 결정을 헌재가 촛불 시위와 연관시키는 것이 사법권 독립 취지에서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헌재는 책자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과 관련해 “헌재 선고는 촛불집회의 헌법적 완결체"라며 "사상 첫 현직 대통령 파면이라는 선고는 국정 농단 사건에 대한 분노로 촉발된 촛불시위가 헌법적으로 승화된 결과물이었다"고 밝혔다. 또 "살아 있는 최고 권력을 민주적으로 퇴진시키는 역사의 도도한 물결에 법적 인증 도장을 꾹 눌러준 것"이라고 했다.
반면 태극기 시위에 대해서는 "헌재 앞에서 성난 태극기 진영의 군중이 모여들어 파면 결정의 부당성을 외쳤다. 하지만 그 같은 저항은 오래가지 않았다"고 했다.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이 탄핵 결정 이후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는 입장을 낸 데 대해서도 언급했다. 헌재는 "이런 풍경은 2004년 헌재의 수도 이전에 대한 위헌 결정에 비판적이던 노무현 당시 대통령을 향해 박 대통령이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는 건 헌법에 대한 도전이자 체제에 대한 부정'이라고 비판했던 것과는 극명하게 대비됐다"고 적었다.
헌재는 '대통령 탄핵 심판이야말로 가장 정치적 성격의 헌법 재판'이라는 이석연 전 법제처장의 신문 기고문을 인용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는 헌법 제103조를 헌재 스스로 부인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헌재 측은 책 내용에 대해 "민간 용역을 통해 집필한 것으로 헌재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헌재 사무처가 공식 발행한 책이라 이러한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