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 아닌 기형적 軍인사로 군인 자포자기하게 하더니, '상명하복' 생명줄까지 잘라"
"창군이후 장군인사 외부영향 안받는 시스템 정착되고 선배들은 신명 바쳤는데…"
軍수뇌부 겨냥 "대놓고 비선라인 만나 차마시며 진급자 선별한 건 軍 와해 작심한 것"
"아무나 못 앉는 자리, 지휘부가 인사 공정성 실추…앞으로 낙천자 누가 수긍하겠나"

육군 3성 장군 출신 한기호 자유한국당 전 의원이 청와대 행정관의 육군참모총장 호출·군(軍) 인사개입 파문을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군 인사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성명서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기호 전 의원은 9일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정권이 집권한 이후 '파격'이 아닌 '기형'적 군 인사로 군인들을 자포자기하게 만들더니, 결국은 청와대의 가벼운 장난질로 군의 단결과 위계질서를 송두리째 무너뜨려 '상명하복'이란 생명줄을 잘라놨다"며 이같이 밝혔다.

사진=한기호 자유한국당 전 의원 페이스북 캡처

한 전 의원은 "창군 이후 장군 인사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가장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각 개인의 능력에 의해 선발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정착됐고, 역대 통수권자들도 정치적 중립은 물론이요 정무적 고려를 최소화하기 위한 군의 노력을 인정해 이런 시스템을 손대지 않았다"고 상기했다.

일례로 "어떤 참모총장은 자신의 직을 걸고 청와대에서 대통령이 '인사권자인 내가 싸인만 하는 제도에 동의할 수 없다'고 하자, 대통령과 장시간의 설전을 해 결국은 서명을 받아냈고 그날은 덕분에 한밤중에 진급 발표가 된 전례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토록 선배들이 공정한 인사를 통해 군을 보호하고 대상자들이 진급을 위해서 좌고우면하지 않고 본연의 임무에 매진하게 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전투력을 고양하는데 신명을 바쳤었다"며 "물론 모든 총장과 장관이 다 그런 건 아니고, 일부 소신도 없고 휘둘린 자들이 있지만, (역대 군 수뇌부) 대다수가 (외부)개입을 차단하기 위한 노력을 한 건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현 정권에서) 통수권자라는 권력을 등에 업고 하급 실무자(정모 전 청와대 인사수석실 5급 행정관 지칭)가 농간을 부리는데, 드러내놓고 '비선 라인'을 만나서 차 마시고 술 마시며 진급자를 선별했다는 건 군을 와해시키려고 작심한 행위"라고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을 비롯한 군 수뇌부를 겨냥했다. 아울러 "중벌로 다스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 전 의원은 "군은 계급사회로, 전시가 되면 상관은 하급자에게 생사마저도 가름할 명령권이 있으며, 반드시 복종해야 하기 때문에 그 상관이 될 자는 아무나 그 자리에 앉힐 수 없는 것"이라며 "(청와대 행정관과 군 장성 인사를 논했다는) 이번 사태로 누가 군의 진급에 대해서 불만을 토로 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그동안) 어차피 다수의 진급 대상자 중에서 소수를 선발하기 때문에 낙천(천거받지 못하고 떨어짐)자가 더 많을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낙천자들은 군 지휘부의 공정성을 의심하지 않고 낙천이 돼도 받아들였다"며 "하지만 앞으로 낙천자들이 침묵하고 수긍하겠는가?"라고 거듭 반문했다.

한 전 의원은 "이제 무슨 말로 이 난국을 수습할 수 있겠나. 잘못됐을 때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국정조사를 하든, 특검을 해서 명명백백히 진실을 보여야 한다"며 "대통령은 국민과 국군에게 국군 진급의 공정성을 보장하고 개입하지 않겠다는 성명서를 내야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한 전 의원은 육군사관학교를 31기 졸업하고, 제5군단장과 육군교육사령관을 지냈으며, 2010년 7월 실시된 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출마-당선돼 정계에 발을 들였다. 2012년 4월 제19대 국회의원 재선에 성공했으나, 2016년 선거구 획정 결과 지역구가 홍천-철원-화천-양구-인제로 통·폐합된 뒤 인근 지역구였던 황영철 의원과의 공천 경쟁에서 패했다. 원외(院外) 인사의 몸이지만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당 국가안보특별위원회 위원, 남북군사합의검증특위 위원 등으로 활동해 왔다.

황영철 의원이 '탄핵-대선 분당(分黨) 책임' 등으로 지난해 12월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 산하 조직강화특별위원회에 의해 당협위원장직 배제된 뒤, 홍천-철원-화천-양구-인제 지역구는 당협위원장 재공모 대상이 됐다. 한 전 의원은 정해룡 전 강원지방경찰청장, 정병철 전 국회의원 보좌관, 문원국 넥스트비티 대표이사, 김덕만 전 국민권익위 대변인, 이창성씨 등 6명이 접수해 재기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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