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토마 피케티가 쓴 ‘21세기 자본’에 대한 칭송이 자자했다. ‘돈 놓고 돈 먹기’가 항상 땀 흘린 노동자를 유린한다는 피케티의 주장은 책이 세상에 나오고 1년 만에 스스로의 고백으로 허구임이 드러났다.

2015년 5월 피케티는 자신의 책이 잘못됐다는 논문을 게재했다. 4만원(39.95달러)이나 주고 ‘21세기 자본’은 사서 읽은 학자들은 책의 두꺼움만큼 허무함을 느꼈을 것이다.

자본가가 노동자를 착취한다는 19세기 마르크스의 세계관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피케티는 ‘불평등’이라는 환상만 남겨두고 사라졌다.

2015년 12월 장하성 고려대 교수(현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는 ‘왜 분노해야 하는가-분배의 실패가 만든 한국의 불평등’이라는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장 교수의 책은 피케티가 남긴 환상을 쫓아 불평등이라는 화두를 국내에 보급하는데 일조했다.

장 교수는 역사적으로 허구가 된 ‘자본가의 노동자 착취’라는 프레임을 버리고 월급쟁이간의 소득격차가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안 그래도 먹고살기 힘든 일반 대중의 피부에 와 닿는 새로운 프레임을 짰다. 장 교수는 자신의 책에서 했던 ‘혁명이 아니고서는 불평등을 해소할 수 없다’는 주장처럼 문재인의 혁명정부에서 월급쟁이들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는 최저임금 인상을 실현했다.

한국은행이 제공하는 데이터를 활용해 ‘월급쟁이들의 소득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고 이를 분노의 씨앗으로 삼았던 장 교수가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그리고 국내 경제학계 역시 장 교수의 주장에 대해 반론을 펼치지 못했다.

올해 1월 동국대 김낙년 교수가 한국은행 대신 국세청이 제공하는 자료를 활용해 연구한 결과를 냈다. 김 교수는 ‘월급쟁이들의 소득 격차는 2010년부터 2016년까지 꾸준히 완화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장 교수가 주장하는 내용과는 정반대다. 김 교수는 “한국은행이 제공하는 자료를 쓰면 임금 소득자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결과를 얻지만 국세청 자료를 쓰면 다른 결과를 얻는다”며 “1년 전부터 한국은행에 통계 자료의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통계 자료에 대한 문제점은 중앙일보의 한애란 기자가 ‘양극화 심화는 통계 착시? 소득불평등, 2010년 이후 완화됐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충실히 다루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자신의 통계 자료에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

김 교수의 연구결과로 장 교수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의 근거가 흔들리고 있다. 안 그래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각종 부작용으로 연일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장 교수를 응원하기 위해 한국은행은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성장에 기여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면서 문제의 통계자료를 제공한 죄책감 씻기에 나서고 있다.

피케티와 장 교수가 주장하고 있는 불평등의 환상은 정확한 근거가 없다. 피케티는 스스로 자신의 연구의 한계를 시인했지만 장 교수는 아직도 반성하지 않는다. 다행인 것은 피케티의 책 보다 장 교수의 책이 50% 저렴했다는 것 외에는 없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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