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슈 타미플루. (사진 = 연합뉴스)
로슈 타미플루. (사진 = 연합뉴스)

정부가 남북협력기금을 들여 북한에 보낸다는 타미플루가 국산 제네릭(복제약)이 아닌 외국산(스위스) 오리지널 타미플루인 것으로 드러나, 국내 제약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 측이 해외 암시장 등에서 현금화가 쉬운 오리지널 타미플루를 지목해 요구한 것인데, 문재인 정부가 덜컥 수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통일부는 8일 제301차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서면으로 열고 '인플루엔자 관련 대북물자 지원에 대한 남북협력기금 지원안’을 의결했다. 이 지원안에는 타미플루 20만명분 구매비와 수송비 등을 명목으로 ‘남북협력기금’에서 35억 6,000만원을 사용한다고 돼 있다. 북한 측은 스위스 로슈 사가 만든 타미플루(오리지널)를 요구했다고 한다. 우리 정부는 이에 이의 없이 곧바로 응했다.

우리 정부는 2009년 이명박 대통령 시절에도, 정부는 타미플루 40만명분과 또 다른 독감 치료제인 리렌자 10만명분을 경의선 육로를 통해 북측에 제공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국산 타미플루 제네릭이 개발되지 않았지만 2017년 8월부터 본격적으로 제네릭이 개발돼 현재 국산 타미플루 제네릭은 100여가지에 달한다.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지난해 9월 남북이 평양 정상회담에서 보건·의료 분야 협력 강화에 합의하면서, 국내 약품이 북한에 가길 희망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로슈 타미플루를 요구한 북한 안에 별 이의 없이 동의했다. 국내 제약업체들은 “국산 제네릭을 정부에 납품한 적도 있고, 로슈 타미플루와 국산 제네릭의 효능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기술력이 충분한 국산을 두고, 왜 굳이 외국산 약품을 쓰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2009년에도 로슈 타미플루(오리지널)를 사용했기에, 이번에도 그렇게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도 북한 측에 로슈 타미플루를 보냈기에 이번에도 그렇게 했다는 것이다. 김진숙 보건복지부 남북협력TF팀장은 9일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북한은 지금까지 오리지널 타미플루만을 사용해 왔다. 과거 WHO나 우리 정부가 타미플루를 제공했을 때도 모두 로슈 타미플루였다”며 “국산 제네릭 제공을 위해 북한과 협의하기도 어렵고, 제네릭을 보내려면 입찰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시의성 있는 약이다 보니 이런 점도 고려가 됐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북한 측 요구와 우리 측 수용 과정에 “국산 제네릭을 고민 안한 건 아니다. 절차 상 어려움도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이 콕 찍어 로슈의 타미플루를 원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의문도 나오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정부가 권장하는 값싼 제네릭을 두고, 정부가 왜 굳이 비싼 오리지널 약품을 보내는지 모르겠다"며 "부피가 작고 즉각 유통이 가능한 의약품을 현금화하려는 북한의 의도를 우리 정부가 알고도 군말없이 수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문재인 정부는 의약품 등 '인도적 지원'이 핵 개발 자금 등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낮다고 강변한 바 있다. 다만 이런 발언 당시에는 국제기구를 통해 '인도적 지원'이 이뤄졌다. 이번에는 정부가 직접 의약품을 북 측에 전달한다. 이때문에 '북한이 현금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적지않게 나온다.

이런 '지원품 현금화'는 외신 등을 통해 보고된 바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017년 9월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하면서 “유니세프와 유엔 산하 기관인 세계식량계획(WFP)등이 시행하는 '인도적 지원'은 의미가 없다”며 “순수한 의미의 인도주의 지원물자가 일부 특권층과 외화벌이 사업에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사진 = 의료 관련 사이트 Plushcare 페이지 캡처)
(사진 = 의료 관련 사이트 Plushcare 페이지 캡처)

한편 해외 의료 관련 사이트인 플러시케어(plushcare)에 따르면, 로슈 타미플루의 가격은 175달러(75mg 10회 처방 기준·약 20만원), 제네릭 타미플루의 가격은 135달러(75mg 10회 처방 기준·약 15만원)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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