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2017년 9월 대선백서 선대위 명부 '공명선거특보'에 조해주…이제와 "행정적 실수"?
선관위법 9조 "위원 정당가입·정치관여시 해임·파면가능"…2野 행안위 인사청문회 거부
바른미래 "조해주 선관위원 내정 한달 전 '나무위키' 민주당 선대위 명부서 삭제" 폭로
文캠프 SNS본부 주도 '文 지지영상' 찍은 유시춘 EBS 이사장 이은 '정치중립 파괴' 논란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 운영을 둘러싼 '사찰 농단', 기획재정부 적자국채 강요 등 폭로에 따른 '경제 농단' 의혹에 이어, 중앙선거관리위원(장관급) 인선을 계기로 '선거 농단'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중앙선관위원으로 지명한 조해주 후보자가 제19대 대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공명선거특보'에 임명됐었다는 물증(物證)이 드러난 데 따른 것이다.

조해주 후보자는 지난해 12월13일 문상부 상임위원의 임기 만료에 따라 후임자로 내정됐다. 그는 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이 지난 2017년 대선 넉달 뒤인 9월 발간한 '대선백서' 두번째 부록 '국민주권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명부'에 '공명선거특보'로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대통령보다 긴 6년 임기의 선관위원에 '문재인 캠프' 출신 인사를 문 대통령이 앉히려 한다는 점에서 파문이 일고 있다. 조 후보자는 최초로 의혹을 제기한 언론 등에 민주당으로부터 지난해 12월12일 "조 후보자를 당시 공명선거특보로 임명한 적이 없다"는 확인서를 발급받았다며 부인했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 부록2 내 국민주권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명부 일부 캡처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 제19대 대선백서 부록2 내 국민주권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명부 일부 캡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8년 12월 지명한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 후보자가 공명선거특보로 들어가 있다.(사진=대선백서 E-book 자료 캡처)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의 제19대 대선백서 E-book 구글북스 버젼은 2019년 1월 현재도 열람 가능하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9일 즉각적인 지명철회 요구와 국회 인사청문회 거부에 들어간 상황이다.

청문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행정안전위 한국당 위원 9명은 이날 오전 열리기로 했던 조해주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직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에 관여한 조 후보자에게 중앙선관위원 자격이 없다"며 청문회 거부를 선언했다.

행안위 한국당 간사 이채익 의원은 선거관리위원회법 9조 '위원은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에 관여한 때 선관위원이 해임 해촉 또는 파면될 수 있다'는 조항을 들어 "조 후보자의 캠프 활동은 명백한 결격사유에 해당한다"며 "애초에 위원 자격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문 대통령은 조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하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하고, 조 후보자는 자진사퇴하라"고 요구하며 청문회에 불참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위원들이 1월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한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후보자의 제19대 대선 문재인 캠프 '특보' 활동 이력에 대해 정치중립 위반이라며 인사청문회 실시를 거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연합뉴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위원들이 1월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한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후보자의 제19대 대선 문재인 캠프 '특보' 활동 이력에 대해 정치중립 위반이라며 당일 인사청문회 실시를 거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연합뉴스)

행안위 바른미래당 간사 권은희 의원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2017년 12월 당시 인터넷백과사전 '나무위키'에 오른 민주당 국민주권선대위 명단에 조 후보자가 포함돼 있었으나, 선관위원 내정을 한달쯤 앞둔 2018년 11월 특정 신규가입 아이디가 조 후보자의 이름을 의도적으로 삭제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폭로했다.

해당 아이디는 기록을 삭제한 당일 나무위키에 가입한 뒤, 이후 활동 내역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은희 의원은 "후보자가 공명선거특보로 실제 임명됐고, 그와 관련된 히스토리까지 삭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선거백서에 조 후보자의 이름이 등재된 데 대해 "행정적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또 지난해 12월12일 선관위를 통해 '민주당 사무총장' 명의로 "캠프에서 활동한 바 없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발급받았다며 이를 공개하기도 했다. 다만 새로이 제기된 '나무위키 기록 삭제' 의혹에 대해선 구체적인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에 야당은 '해당 확인서 발급에 관여한 민주당 관계자들을 행안위에 증인으로 출석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는데 여당은 거부하고 있다.

인터넷백과사전 '나무위키'의 미러사이트에는 아직 제19대 대선 더불어민주당 국민주권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명선거특보(공명서거특보로 오기됨)로 조해주 국민대 정치대학원 겸임교수가 임명돼 있었다는 흔적이 남아 있다.

권 의원에 따르면, 민주당 간사인 홍익표 의원은 증인 출석 요청에 대해 "증인 출석과 관련해서는 거부한다. 다만 이 부분을 소명할 수 있도록 경위서를 통해 설명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냈으며, 야당은 우선 민주당의 경위서를 살펴본 뒤 증인 출석 요구 및 인사청문회 진행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조 후보자에 대한 행안위 인사청문회는 당일 오전 여당 소속 위원들만 참석한 채 반쪽짜리로 진행됐으며 한시간만에 정회됐다.

문재인 대통령 몫으로 지명된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후보자가 1월9일 오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여당 단독으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행안위원들이 '청문회 거부'로 자리를 비운 가운데 선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은 이 자리에서 강경근 전 선관위 상임위원과 지난 2014년 임명된 최윤희·김용호 선관위원을 거명하며 "보수정권이야말로 정치적 편향 인사들을 중앙선관위원으로 지명했었다"고 '물타기'에 나섰다.

한편 유시춘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이사장도 조 후보자와 비슷한 문재인 캠프 활동 이력으로, '정치중립 파괴' '무자격 친문(親문재인)' 보은인사라는 논란 대상이 된 바 있다.

유시춘 이사장은 유시민 전 노무현 정부 보건복지부 장관(現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친누나이며, 2017년 5.9 대선 사전투표(4·5일)를 앞두고 민주당 선대위 SNS본부의 '사전투표 독려-문재인 후보 지지' 영상에 문화예술계 지지자로서 등장했었다.

유시춘 현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이사장은 2017년 제19대 대선 더불어민주당 국민주권 중앙선거대책위원회 SNS본부가 제작한 사전투표 독려-문재인 후보 지지영상에 출연한 바 있다.(사진=자유한국당 제공)
유시춘 현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이사장은 2017년 제19대 대선 더불어민주당 국민주권 중앙선거대책위원회 SNS본부, 문화예술정책위원회가 제작한 사전투표 독려-문재인 후보 지지영상에 출연한 바 있다.(사진=자유한국당 제공)

한국당이 이에 관한 민주당 대선캠프 홍보영상 자료를 폭로해 논란이 일었던 지난해 12월초, 유시춘 이사장은 한 언론에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적이 없다"며 "당시 당원도 아니었으며 대선캠프에 있지도 않았다"는 논리를 댔다. 

대선백서에 따르면 유시춘 이사장은 공명선거특보로 이름을 올린 조 후보자의 경우와는 달리 선대위 명부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선대위의 '콘텐츠 제작 및 배포' 활동 이력 중 "사전투표 독려-유시춘 소설가 외 4인 참여" 내역이 소개돼 있다. 한국당이 배포한 유시춘 이사장 등장 영상 자료에는 선대위 내 '문화예술정책위원회'와 연계 활동을 했음이 드러나는 대목도 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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