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광주사태에 대해 당사자들이 '이미 끝난 일이니 인정하고 가자'는 논리 편 적 있는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부당성 공감하지 못한다면 우파 정치 활동은 하나될 수 없어"
"2016년 탄핵사태는 몇 십 년이 걸려도 우파가 인내력을 가지고 역사 교정 요구해야 한다"

김행범 부산대 교수
김행범 부산대 교수

김행범 부산대 교수는 우파진영 일각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인정하자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 “탄핵은 2년 전에도 잘못된 것이었고, 이제도 그걸 인정할 수 없으며, 앞으로도 부당한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 탄핵의 부당성에 대한 공감이 없다면 우파 정치 활동은 하나로 묶여질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김행범 교수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박근혜 탄핵을 인정하자?’라는 제목의 글에서 “일부 우파진영이 이 말(박근혜 탄핵 인정)을 좌파 본진보다 더 강력하게 요구하는 듯하다”며 “가해자보다 피해자측이 먼저 지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박근혜 탄핵을 이제는 인정하자’는 일부 우파인사들의 주장에 담긴 다양한 의미와 부당성을 분석했다.

김 교수는 “첫째, 이 주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2년 전 탄핵을 받고 구속된 ‘현재 상황을 인정하자’는 의미일 수가 있다”며 “그러나 이는 탄핵의 부당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이 탄핵받을 만한 짓을 해서 합당한 심판을 받았음을 자인하라’는 의미일 수 있다며 그러나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과는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이런 주장자들과 더 공유할 것은 없다”며 “오늘날 문재인 정권에 대한 정당성 판단의 결정적 기준 및 지금 우리 사회 두 진영의 정확한 구분이 바로 여기에서 나오기 때문”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만일 이 주장이 ‘박 전 대통령이 이미 쫓겨났고 투옥 중이므로 탄핵이 옳았다고 인정해야 한다'는 현실 인정 혹은 타협의 의미라면 이는 마치 '사형이 이미 집행되었으니 그 사형은 정당한 것임에 틀림없다'는 논리적 오류를 저지르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탄핵을 정리하고 미래로 가자’든지, ‘거기에 매여 있으면 영원히 일어나지 못하므로 따라서 이제 탄핵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결국 문재인 정권이 주도했던 탄핵 사건의 부당성을 덮어버리거나, 무시하거나, 그걸 외면하자는 제안에서 기인하는 것이라면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며 “이걸 친박-비박의 차원 문제라고 치부하여 평가절하함은 본질을 축소하는 것으로 탄핵의 정당성 여부에 관한 가치 공유 없이는 우파 정치 활동은 하나로 묶여질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1980년 광주사태의 처리에 대해 그 당사자들이 이런 식으로 ‘이미 끝난 사안이니 이를 인정하고 가자’는 논리를 자체 진영 동료들에게 설득한 적을 본 적이 없다”며 “2016년 대한민국에서 일어났던 박근혜 대통령의 부당 탄핵 사안은 몇 십 년이 걸리더라도 우파가 인내력을 가지고 역사 교정을 요구해야 할 주제가 되었다"고 했다. 이어 "탄핵은 2년 전에도 잘못된 것이었고, 이제도 그걸 인정할 수 없으며, 앞으로도 부당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다음은 김행범 교수의 페이스북 글 전문(全文)

<박근혜 탄핵을 인정하자?>

일부 우파진영의 분지가 이 말을, 정작 좌파 본진보다 더 강력하게, 요구하는 듯하다. 가해자보다 피해자측이 먼저 지친 것일까? 이 질문의 진정한 의미는 몇 가지 차원이 있을 것이다.

첫째, 탄핵을 받고 나아가 구속 상태에 있다는 물리적 상태를 인정하라는 의미일 경우일 수 있다. 탄핵을 인정하란 말이 그런 의도의 문장이었다면, 이를 우파 동료들에게 요구함은 천하에 쓸모없는 동어반복이다. 그건 시공 상의 당연한 현실이며 그건 우리가 인정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 언어 낭비는 불필요하다.

둘째, 대통령은 탄핵받을 만한 짓을 했다는 것, 곧 합당한 심판을 받았다고 자인하라는 의미일 수 있다. 즉 물리적 탄핵 상태의 인정 외에, 거기에 더해, 그 정당한 처분의 원인인 네 죄와 도덕적 타락을 이제 고백하라는 것이다. 사형 집행 직전의 죄수에게 네 죄를 고백하고 죽는다면 몸은 죽더라도 천국에 가게 해주겠다는 조언과 같다. 만약 탄핵을 인정하라는 주장이 이런 뜻으로 주장되었다면 우리는 이런 주장자들과 더 공유할 것은 없다. 오늘날 문재인 정권에 대한 정당성 판단의 결정적 기준 및 지금 우리 사회 두 진영의 정확한 구분이 바로 여기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셋째, 좀 특수한 논증으로, 위 두 명제를 종합해서, 탄핵의 정당성을 인정하라는 요구를 하는 경우이다. 즉 알다시피 대통령은 이미 쫓겨나 있고 투옥 중인 끝장 난 사안이니(위 첫째), 탄핵이 옳았다고 인정해야 한다는(혹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 인정, 혹은 심지어 그렇게 인정하고 넘어가자는 타협안의 제안으로) 논리이다(뒤 둘째). 이것은 탄핵받은 효과가 이미 실현된 상태에 있으니 그 탄핵은 옳았다고 사후 추정하겠다는 것이다. 마치 사형이 이미 집행되었으니 그 사형은 정당한 것임에 틀림없다는 논리와 같다. 이런 뜻이라면 물리력 가진 승자의 처분은 다 인정하란 말과 같다.

“탄핵을 정리하고 미래로 가자든지, 거기에 매여 있으면 영원히 일어나지 못한다... 따라서 이제 탄핵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위처럼 결국 이 정권이 주도했던 탄핵 사건의 부당성을 덮어버리거나, 무시하거나, 그걸 외면하자는 제안에서 기인하는 것이라면 하나도 인정할 수 없다. 이걸 친박-비박의 차원 문제라고 치부하여 평가절하함은 본질을 축소하는 것이다. 결국, 탄핵의 정당성 여부에 관한 가치 공유 없이는 이후의 모든 우파 정치 활동은 하나로 묶여질 수도 없다.

1980년 광주사태의 처리에 대해 그 당사자들이 이런 식으로, 이미 끝난 사안이니 이를 인정하고 가자는 논리를, 자체 진영 동료들에게 설득함을 본 적이 없다. 인내는 우파가 전혀 훈련받지 못한 자질이다. 2016년 대한민국에서 일어났던 박근혜 대통령의 부당 탄핵 사안은 몇 십 년이 걸리더라도 우파가 인내력을 가지고 역사 교정을 요구해야 할 주제가 되었다: 탄핵은 2년 전에도 잘못된 것이었고, 이제도 그걸 인정할 수 없으며, 앞으로도 부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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