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이번 4차 방중을 미국에 대한 모종의 신호로 해석했다. 중국의 지지를 확보해 대비 협상력을 높이려는 시도이자 미국과 진전을 이루지 못할 가능성을 대비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었다. 또한 북한의 이러한 셈법은 미국이 북한 문제를 좌우하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중국의 이해관계와도 맞아 떨어진다는 분석이었다.

리처드 부시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8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김정은이 폭넓은 외교의 중요한 순간 직전에 중국을 찾는 것이 매우 이상하게 생각된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에게 무엇인가를 지시하려는 것인지 정확한 상황을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김정은의 이번 중국 방문은 미국에 대한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와일더 전 선임보좌관은 “미국과 추가 협상에 들어가는 김정은이 시진핑 주석과 직접 얼굴을 맞대고 상의하면서 레버리지(지렛대)를 증가시키고 중국이 그를 지지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펜실베니아 대학 동아시아 연구센터 자크 들릴 교수는 김정은은 중국과 우호 관계를 확실히 함으로써 미국과 별 진전을 이루지 못할 가능성을 대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김정은 집권 이후 몇 년간 소원했던 북중관계를 상기시키며 양국 관계 회복 작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김정은이 또다시 중국을 방문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북중 밀월 관계가 중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는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했다.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VOA에 “북한문제가 미국에 의해 결정되도록 놔두지 않겠다는 중국의 의중을 보여준다”며 “중국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싶어하며 미국은 이를 인식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중국과 북한은 더욱 가까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보좌관은 “시진핑 주석이 북한에 오는 대신 김정은이 또다시 중국을 방문한 것은 중국이 현재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는 미중 무역 협상을 의식해 미북 협상에 너무 깊게 관여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정은의 이번 방중과 미중 무역 협상 간 무역관계에 대해 전문가들은 엇갈린 분석을 내놨다.

들릴 교수는 “복잡하고 다면적인 미중관계를 고려할 때 김정은의 이번 방중은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다소 높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부시 연구원은 “미중 경제 관계와 북한문제는 너무 복잡해 연결시킬 수조차 없고 미국 행정부도 이를 별개로 다룬다”며 “미중 무역 협상이 북핵 협상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만약 중국이 지난해 후반기 수준의 대북 압박을 가한다면 북핵협상에 도움이 되겠지만 중국인 ‘쌍중단’이 실현된 현재 상황과 한국의 대북정책에 매우 만족하고 있어 그런 역할을 맡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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