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비서실장 노영민-정무수석 강기정-소통수석 윤도한 임명…친정체제 구축
노영민 신임 실장, '카드 결제기 과거' 김정은 訪中중 귀국한 駐中대사' 논란 겹쳐
강기정 정무, 의원 재임시절 국회 경위-보좌진 등 폭력 형사처분 前歷 도마위
윤도한 소통, MBC 언론노조 창립멤버…"대형사고도 아닌데 이렇게 기자 많은 것 처음봐"
"다 親文, 국민에겐 닫힌 문" "'카드결제기' 비서실장과 '주먹왕' 정무수석" 3野는 냉대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 노영민 비서실장과, 강기정 정무수석,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등 3명의 수석비서관급 이상 인사들을 임명했다. '친문(親문재인)' 성향의 인사들을 앞세운 '친정 체제'를 구축해, 국정 장악력을 높이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권 청와대 1기 참모진을 이끌어 온 임종석 전임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신임 비서실장-정무수석-소통수석 인선을 발표했다.

그래픽=연합뉴스

노영민 비서실장은 충북 청주 출신으로 2012년 제18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비서실장을 지냈고, 2017년 제19 대선 때 조직본부장을 맡은 인물이다.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3선 의원이자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이던 2015년, 의원실에 카드단말기를 설치하고 자신의 시집을 산자위 피감기관에 강매했다는 논란이 불거져 이듬해 20대 총선 공천에서 배제된 전력이 있다. 

하지만 '원조 친문'격이자 소위 '문의 남자'로서, 돌고 돌아 집권 3년 차에 청와대 2인자인 비서실장으로 발탁됐다. 

노 신임 비서실장 인선에 대해 청와대는 민주당 대변인과 국회 산자위원장 등을 거치면서 탁월한 정무 능력을 발휘했다며, 주중국 대사로 근무하면서도 통상과 안보 외교의 최전선에 근무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 의제인 혁신적 포용국가를 이끌어갈 최적임자"라고 덧붙였다.

정무수석으로 임명된 강기정 민주당 전 의원은 3선 국회의원 경력의 전남 고흥 출신으로, 역시 대표적인 친문 인사 중 일원이다.

청와대는 강 정무수석이 당 정책위의장 등을 역임하면서 공무원연금 개혁과 기초노령연금법 제정 등 타협을 이끄는 데 남다른 성과를 보였다는 평가를 소개했다.

윤도한 신임 국민소통수석은 서울 출신으로, MBC 미국 LA 특파원을 거쳐 논설위원에 임명됐던 인사다.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 MBC본부 1987년 창립 멤버이며, 언론노조 2기 집행부를 이끌기도 한 친노조-친문 인사로 평가된다. 지난해 말 MBC 사장 공모에 지원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윤 수석이 30여년 동안 통일 외교 사회 문화 국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언론인으로 활동해 왔다며 국민만을 위한 방송을 이끌어왔다는 점을 높이 샀다고 자체 평가를 밝혔다. 이날 발표된 새로운 참모진들은 오는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예정된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 배석할 예정이다.

(왼쪽부터)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1월8일 오후 노영민 신임 비서실장 등 수석비서관급 이상 3명 인선을 발표했다.(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1월8일 오후 노영민 신임 비서실장 등 수석비서관급 이상 3명 인선을 발표했다.(사진=연합뉴스)

청와대로 새로이 입성하는 사람, 떠나는 사람들은 각각 인사를 남겼다. 노 신임 비서실장은 임종석 전임 실장의 참모진 개편 발표 후 인사에서 '남을 대할 때에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대하고, 자신을 대할 때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하게 대한다'는 뜻의 사자성어 춘풍추상을 언급하며 "실장이든 수석이든 비서가 됐든 항상 잊지 않고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노 실장은 앞서 오전 11시30분 김포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공교롭게도 북한 김정은이 7일부터 10일까지 중국 방문 중인데 주중대사 신분으로 귀국하면서, 중국에서정보수집을 않고 자리를 비우는 데 여론의 비판과 의문이 제기됐다. 그는 하루 전 티켓팅을 한 것이라며 "비판하면 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임 전 실장은 재임 20개월을 마치고 고별사에서 "문재인 정부가 국민의 기대 수준만큼 충분하지는 못할 것이나, 지난 20개월 동안 대통령의 초심은 흔들린 적 없다"며 "올해는 안팎으로 시련과 도전이 예상된다. 대통령이 더 힘을 내서 국민과 헤쳐갈 수 있게 응원 부탁드린다"고 했다.

강 신임 정무수석은 "3년여간 밖에 있으면서 정책이 날것으로 다니며 국민과 충돌하고 국민이 이해를 못하는 것을 봤다"면서 "정책에 민심의 옷을 입히는 것이 정무수석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당일 국무회의 발언과 마찬가지로 정책 개선보단 '국정 홍보'에 초점을 맞춘 발언으로 풀이된다.

윤 신임 소통수석은 "대형 사건·사고 현장도 아닌데 이렇게 기자들이 많은 것은 처음 봤다. 그만큼 이 자리가 중요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제게 주어진 역할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기자 여러분, 국민과 소통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소통수석 직에는 김의겸 현 청와대 대변인이 유력했다고 하나, 최종적으로는 문 대통령과 상대적으로 접점이 없는 윤 전 논설위원으로 낙점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이날 수석급 이상 인선을 두고 야권에선 제1~3야당이 싸늘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이만희 원내대변인 논평을 통해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기재부의 적자국채 발행 압박 등 청와대와 연관된 의혹들이 잇따라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표적인 친문 인사들이 발탁됨으로써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는 '인의 장막'이 대통령을 둘러싸는 게 아닌가"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만희 원내대변인은 "'카드 결제기 비서실장'과 '주먹왕 정무수석'의 임명은 실망을 넘어 절망을 느끼게 한다"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노 실장은 민주당 국회의원 시절 아들 특혜 채용으로 논란이 있었고 더욱이 2015년에는 의원실에 카드결제기까지 갖추어 놓고 산하기관 등을 상대로 본인의 저서를 강매해 당원 자격정지 6개월의 징계를 받기도 했다"고, 강 수석에 대해선 "국회의원시절 두 번이나 공무집행방해 등 폭력적 행동으로 형사처분을 받았고 그 대상 역시 국회 경위와 보좌진 등 상대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갑질 폭행이었다"고 각각 지적했다.

특히 노 실장에 대해선 현 시점 입국이 부적절하다며 "실제로 대통령 방중시에도 혼밥 논란에 더해 우리 기자 2명이 무차별 폭행당해도 제대로 된 항의 한마디 못한 무능한 대사여서 기대할 것도 없었다", "의전용 주중대사였다"고 비난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또 "인사검증 실패와 민간인 사찰의 책임자인 조국수석 등 민정라인에 대한 경질은커녕 청와대 일개 행정관이 진급 대상자와 함께 육군참모총장을 카페로 불러내 불법적으로 만나고 역대급 보안 사고를 냈음에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발표하는 청와대의 비상식적 인식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유감"이라고 밝혔다.

바른미래당은 김정화 대변인 논평을 통해 "주위는 다 친문, 국민에겐 닫친(닫힌) 문"이라며 "대통령 주변에는 인물이, 결점 많은 친문밖에 없는 것인가. 적재적소에 인재를 삼고초려해 쓰겠다고 한 취임사는 잊은 것인가"라고 질타했다. "이제 보니 '삼고 초려' 아니고 '친문 고려'다. 기강해이 논란의 중심인 민정수석은 그대로 둔 채 갑질하는 비서실장과 폭행 전과 정무수석을 앉혔다"고도 했다.

민주평화당에서는 박주현 수석대변인이 "국민에게 아무런 기대를 주지 못하는 인사"라며 "누가 봐도 친정체제 구축"이라고 비판했다. 노 실장 인선에도 "카드단말기를 동원한 저서 강매로 지탄을 받았던 자"라며 "비서실장에 앉히는 건 국민의 시선따위 신경쓰지 않는다는 오만"이라고 혹평했다.

특히 "채용비리는 청년들이 헬조선을 탈출하려는 가장 큰 이유"라며 노 실장 아들의 채용비리 논란을 재차 들춰냈다. 인사추천위원장인 임 전 실장이 이날 오후 인사를 발표하기에 앞서 귀국한 점도 꼬집었다.

아울러 "변양균·성경륭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임종석 교체를 건의하고 더 개혁적인 인사를 앉혀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한다"며 "노영민이 임종석보다 더 개혁적이어서 비서실장으로 앉히는 것인가"라고 따졌다.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문제가 많은 비서진으로 개혁 강공을 펼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교체 대상에 경질 요구가 거셌던 인사는 포함되지 않았다. 과녁을 빗나간 인사"라는 평가도 덧붙였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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