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진흥원, 작년 6월 光州지역 '데블스TV'에 2억6500만원 지원하는 계약 체결...지역콘텐츠진흥 명목
예산 지원 받은 뒤 만든 첫 동영상이 음담패설 논란 휩싸여...해당 동영상 삭제
콘텐츠진흥원 "현재로는 예정대로 예산집행할 것...올 3월에 최종점검후 사업비 회수 여부 판단"
안정권 GZSS 대표 "특정집단 대변 유튜버 국비지원 부당…데블스TV 사무실서 집회하겠다"
2014년 결성된 거리공연팀 '데블스'…박근혜 전 대통령 폄훼 퍼포먼스 하기도
호남지역 유튜버에 콘텐츠진흥원 국비지원 집중도 논란…전남 'the랑께TV' 이어 광주 '데블스TV'

한국콘텐츠진흥원 김영준 원장.(연합뉴스 제공)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콘텐츠진흥원(원장 김영준)이 2억 원 이상의 국가 예산을 지원키로 계약한 유튜브 채널인 '데블스TV'가 제작한 유튜브 동영상이 여성을 지나치게 성적 대상화했다는 비판에 휘말리면서 파문이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콘텐츠진흥원은 "관련 논란은 알고 있고 내부 검토를 통해 데블스TV에 올라온 성희롱 논란 동영상을 삭제했다"며 "논란은 있었지만 데블스TV에 대한 국비지원은 일단 계속해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9일 펜앤드마이크(PenN)의 취재 결과 콘텐츠진흥원 내부의 지역콘텐츠진흥단은 지난해 6월 25일 광주(光州)광역시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유튜브 채널인 데블스TV에 총 2억6500만 원의 국비(國費)를 지원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콘텐츠진흥원은 데블스TV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전라도 사투리로 대화하는 예능 프로그램 20편을 업로드하는 조건으로 이같은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라도 사투리를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해 유튜브에 업로드하는 것이 지역콘텐츠진흥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현재까지 총사업비의 70%인 1억8550만 원이 데블스TV에 전달됐고 이번 달 내로 5300만 원(총 사업비의 20%)이 추가 전달될 예정이다. 콘텐츠진흥원은 사업이 종료되는 3월에는 데블스TV가 성실히 계약을 이행했는지를 검토한 후 2650만 원(총 사업비의 10%)을 추가 지원할 예정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2억 원 상당의 국비지원을 받아 작년 7월에 유튜브에 업로드한 동영상이 성희롱 논란이 일자 데블스TV 공동대표인 김영빈(사진 왼쪽) 씨와 성희롱 대상이 된 여성 출연자 이혜원 씨가 사과 방송을 하고 있다.(유튜브 데블스TV 2018년 12월 8일 업로드된 동영상 캡처)

그러나 데블스TV가 콘텐츠진흥원의 예산지원을 받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한 첫 번째 영상이 여성을 노골적으로 성적 대상화했다는 비판을 받으며 콘텐츠진흥원과 데블스TV의 협업은 시작부터 비판에 직면했다. 해당 영상은 현재 콘텐츠진흥원의 지시로 삭제된 상태다. 작년 7월에 최초 업로드된 해당 영상의 제목은 '섹드립을 전라도 사투리로 바꿔본다면?'이었다. 전라도 사투리를 사용하는 남녀 출연자가 성적인 표현들을 주고받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해당 영상이 지나치게 여성을 성적 대상화했다는 비판과 함께 음담패설 논란이 일자 영상에 직접 출연한 데블스TV 김영빈 공동대표(29)와 여성 출연자 이혜원 씨(29)가 작년 12월 8일 공식 사과했다. 음담패설 논란과 성상품화 콘텐츠를 제작했다는 비판에 대해 사과하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업로드했고 이 영상은 119만회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관심을 받았다. 김 공동대표는 작년 7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음담패설 논란을 일으킨 부적절한 동영상을 제작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데블스TV는 2015년 광주NGO시민재단 사회적경제센터(현 사회적협동조합 '살림')의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을 통해 창업한 이른바 '마을기업'으로 2016년 12월에는 고용노동부형 예비사회적기업에 지정되기도 했다. 전주예고 동창인 신준섭 씨(29)와 김영빈 씨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두 사람은 2014년 '데블스'라는 거리 공연팀을 결성해 전라도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신준섭 씨의 전남대 철학과 선배인 오마이뉴스의 소중한 기자(32)의 개인 유튜브 계정에 올라온 동영상에 따르면 두 사람은 2014년 10월 1일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닭대가리 퍼포먼스'라는 제목의 거리공연을 했고 공연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폄훼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2014년 당시 24살이던 신준섭과 김영빈은 데블스라는 거리공연팀을 결성하고 광주 지역에서 정치적 내용을 담은 퍼포먼스를 펼쳤다. 두 사람은 2014년 10월 1일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폄훼하는 거리공연을 한 바 있다. 사진 왼쪽이 신준섭, 오른쪽이 김영빈이다.(오마이뉴스 소중한 기자 개인 유튜브 계정에 업로드된 거리공연팀 데블스의 공연 동영상 캡처)

유튜브 채널 GZSS TV의 안정권 대표는 8일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11일부터 사흘간 광주 데블스TV 사무실 앞에서 국비지원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집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남 보성 출신인 안 대표는 "젊은 유튜버를 돕는다는 취지에 반대하지 않지만 특정 정당의 나팔수, 특정 이해집단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는 유튜버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예산, 즉 세금으로 지원한다는 것은 수 많은 유튜버들의 출발선을 다르게 만드는 것"이라며 "특정 대학과 학과를 나온 선후배, 전남대 철학과 선후배들이 지역 예산을 다 해먹는 커넥션이라면 적폐"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또 신준섭 데블스TV 공동대표와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의 이정현 전 원장(전주대 게임콘텐츠학과 교수)이 자주 만난 사이라고 주장했다.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은 콘텐츠진흥원과 광주시의 예산이 데블스TV로 지원되도록 도운 단체다. 이 전 원장은 2015년 11월에 취임했고 원장 임기는 3년이다. 또 안 대표는 전라도 지역에서 활동하는 코끼리협동조합과 신준섭 데블스TV 공동대표의 관계를 언급하며 김영빈 데블스TV 공동대표는 몸통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한편 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PenN과의 통화에서 "데블스TV가 국비지원을 받아 제작한 '광주남매' 영상에 대해 성희롱, 여성의 성적 대상화 논란이 있다는 사실을 내부적으로 검토했고 작년 12월에 데블스TV와 하고 있는 사업의 중간평가도 했지만 일단은 1~2주일 이내 추가 지원금이 전달될 예정"이라며 "3월 데블스TV와 사업이 최종 마무리된 후 한콘진이 당초 원했던 영상과 다른 결과물이 나왔다고 판단되면 2억6500만 원의 사업비를 회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관계자는 PenN의 전화문의에 "이메일로 정리해서 질문하면 내부적으로 검토 후 답변하겠다"면서 즉답을 피했고 "현재 데블스TV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소송을 준비하고 있고 변호사를 선임한 상태라서 진흥원 입장을 설명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데블스TV가 준비한다는 소송은 자신들에 대해 과도하게 비판한 일부 네티즌 등을 상대로 한 소송인 것으로 전해졌다.

파문이 커지면서 문재인 정부 출범 후인 작년 1월 김영준 콘텐츠진흥원장 부임 후 설립된 지역콘텐츠진흥단이 진행한 첫 유튜버 국비지원 사업에 대한 논란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외대 81학번인 김영준 원장은 운동가요 테이프를 판매한 운동권 출신으로 민주당 중앙선대위 부본부장을 지냈고 18, 19대 대선 때 문재인 캠프 등에서 활동했다. 김제동, 윤도현 등이 소속된 연예기획사 다음기획(現 디컴퍼니)을 1995년 설립해 2013년까지 대표를 지낸 김 원장은 김제동을 발탁해 윤도현과 함께 연예계에 데뷔시킨 전력(前歷)으로도 유명하다다. 탁현민 현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행정관도 다음기획에서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일했다. 

전라남도에서 초록물고기라는 영상 촬영업체를 운영하는 개인사업자 임창락 씨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국비 2억5000만 원과 전남도청의 지자체 지원금 1억5000만 원 등을 지원받아 제작한 영상 300개를 업로드한 유튜브 채널.(유튜브 화면 캡처) 

한편, 콘텐츠진흥원은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지역 유튜브 사업자에게 국비를 지원하고 있는데 2년 연속 호남지역 유튜버들에게만 지원한 것으로도 확인돼 국비지원을 둘러싼 '지역편중' 논란도 나온다. 2017년에 콘텐츠진흥원을 통해 국비 2억5000만 원을 지원 받은 사업자는 전라남도에서 영상 촬영업체를 운영하는 개인사업자 임창락 씨로 확인됐다. 임 씨는 국비 2억5000만 원 외에도 전남도청에서 1억5000만 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당시 임 씨는 전남 소식을 300개 영상 콘텐츠로 제작해 'the랑께TV'(구독자 15명, 2019년 1월 8일 기준), 진돗개패밀리(구독자 1만5864명, 2019년 1월 8일 기준), '얼라이브로컬 by The랑께TV'(구독자 1060명, 2019년 1월 8일 기준) 등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했다. 현재 콘텐츠진흥원은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에 따라 전남 나주로 본사를 옮긴 상태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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