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 건강 악화 이유로 불출석…지난해부터 '다른 지역서 재판받게 해달라' 요청해와
광주지법, "3월에는 구인영장 발부"...재판 강행 의지 내비쳐
"치매앓는 구십노인 구인해서 어떻게 한다는 얘기냐" 지적도

1980년 서울의 봄 당시 신군부의 주역으로 5공 창출의 주역이 되었던 전두환 전 대통령.(연합뉴스 제공)
전두환 전 대통령. (사진 = 연합뉴스)

회고록에서 5·18 광주사태 희생자를 모욕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88)에 대한 재판이 연기됐다. 전 전 대통령이 감기로 인한 고열 등을 이유로 7일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예정된 재판이 열린 곳은 광주사태가 일어났던 광주지방법원이다.

이날 광주지방법원 형사8단독(김호석 부장판사) 재판부는 “피고인 불출석으로 재판을 진행할 수 없어, 연기할 수밖에 없다”며 다음 재판을 오는 3월 11일 오후 2시 30분으로 연기했다. 재판부는 또 “(3월 재판에서는) 구인영장을 발부해 재판을 진행하겠다”고도 했다. 이 영장이 발부되면, 검찰은 재판 당일 전 전 대통령이 있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으로 가서 그를 강제로 구인하게 된다.

당초 전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27일 첫 재판을 받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전 전 대통령은 알츠하이머 진단, 재판 공정성 우려 등을 이유로 '광주가 아닌 다른 곳에서 재판받게 해달라'고 법정에 요청해왔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30일 요청을 기각하면서 “광주지법에서의 재판이 공평을 유지하기 어려워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날도, 전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독감과 고열로 외출이 어려워 참석하지 못했다”며 재판부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전 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출간한 회고록에서 1980년 5월 당시 계엄군 헬기사격이 없었다고 주장하며,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가면 쓴 사탄’이라고 칭한 데 대해 사자명예훼손혐의를 받아 기소됐다. 그는 1980년 5월21일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주장하는 조 신부에 대해 회고록에서 “가짜 사진까지 가져왔고 가면을 쓴 사탄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일 뿐”이라고 했다.

기소 당시, 검찰은 국가기록원 자료,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조사 결과, 관련 수사 및 공판 기록, 참고인 진술 등 방대한 자료를 통해 회고록 내용이 허위이며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특조위는 5·18 당시 광주 시민에게 헬기 실탄사격이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전 전 대통령의 기소를 두고, 일각에서는 “광주라는 지역 특성상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광주지법에서 재판이 열린 이날도, 예비역 군인들을 비롯한 시민들이 전 전 대통령의 자택 앞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을 보호하자’ ‘5·18 광주사태에 대해 진상규명을 요구한다’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전 전 대통령의 소식을 다룬 포털 뉴스에도 비슷한 의견의 댓글들이 달렸다.

야권 일각에서도 전 전 대통령의 재판 절차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치매 앓고 있는 구십 노인을 구인해서 뭘 어떻게 한다는 얘기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했고, 강연재 변호사는 “정적들을 향한 치졸한 복수심에만 눈이 뒤집혀, 이 모든 빨갱이 짓거리들이 결국 자신들에게도 모두 해당되고 부메랑이 돼 되돌아 맞게 된다는 것도 모른다”며 “5년짜리 권력으로 100년을 갈 것처럼 미쳐 날뛴다”고 사법부 등의 행태를 지적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 앞에 모인 시민들. (사진 = 유튜브 영상 캡처)
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 앞에 모인 시민들. (사진 = 유튜브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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