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폭로'엔 "6급에 휘둘린다"더니 …'면직사유' 장성 기밀 분실에도 "공식문건 아냐"
정모 前행정관, 김용우 총장 '카페 회동'날 2급 군사기밀 준하는 장성급 인사자료 분실
김의겸, "행정관-총장 얼마든 얘기할 수 있다" "꼭 격식 맞춰야 하냐" 私見 브리핑 일관
'카페 회동 상관 지시 있었나' 질문엔 "없었다" 부인…입지 초라해지는 육군참모총장
盧 청와대 출신 김병준 "제 근무상식으론 이해 안 가는 코미디…이게 靑 맞나 싶다"
바른미래 "행정관이 총장 만난 경위, 문서 분실 경위, 사후대책 靑 밝혀야" 촉구
국회 국방위 한국당 "靑의 인사문란, 직권남용…외부세력 軍인사 개입 가능성"

(왼쪽부터)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사진=연합뉴스)

지난 2017년 9월 담배를 피우다가 2급 군사기밀에 속하는 장성급 인사 자료를 분실한 30대 청와대 인사수석실 5급 행정관이 당일 휴일임에도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을 사실상 '호출'해 국방부 부근 카페에서 만나 군(軍) 인사관련 사항을 협의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데 대해, 청와대는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는 상식 밖의 반응을 보였다.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을 불러낸 정 행정관은 올해 30대의 1년차 변호사 출신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7일 오전 춘추관 정례브리핑에서 "행정관이 왜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을) 만났나 이의를 제기할 수 있으나, 4급 행정관(최초 4급으로 알려짐)이든 인사수석이든 다 똑같은 대통령 비서다"며 "총장을 만나더라도 수석이 만나는 게 예의라고 생각이 들지만 행정관이라고 해서 만나지 말란 법은 없다"고 강변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불과 작년말만 해도 전직 민정수석실 산하 반(反)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반원이던 김태우 6급 수사관에 대해 '왜 6급 수사관에 대해 대변인을 비롯해 민정수석, 국민소통수석까지 나서서 스스로 급이 맞지 않는 대치 전선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는 청와대 내부자 언급 보도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 "그 언론들이 김태우 수사관의 말에 휘둘려왔다"고 공언한 장본인이다.

정모 전 인사수석실 행정관이 김용우 육군총장과의 '카페 회동'에서 분실해 면직 처분까지 당한 군 장성 진급자료에 대해서도, 김 대변인은 "공식 문서가 아니고 정 전 행정관이 자신 스스로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인사수석실 4급 행정관의 요구로 비공개 카페 회동을 가진 것으로 드러난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은 "정모 전 행정관이 인사 선발 절차에 대해 설명을 듣고 싶다며 먼저 만남을 요청했다"고 KBS에 언급했는데, 청와대의 사후 해명도 이와 같은 궤에서 이뤄지고 있다.(사진=KBS 보도화면 캡처)

또한 "육군총장을 만나서 논의하기 위해 가져간 대화자료인데, 이런 자료는 육군총장과 논의·협의하기 위해 가져갈 수 있다고 본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어 "장성 인사는 대통령 고유 권한이고, 각 참모총장에게는 추천권이 있다"며 "대통령의 지침을 받는 인사수석실 행정관은 대통령 지침에 대해서 추천권자인 총장과 얼마든지 얘기할 수 있다고 본다"고 자신의 사견을 거듭 덧붙였다.

아울러 "사람 하나하나 승진·탈락하는 게 아니라 대통령이 가진 군 인사 방침, 큰 방향에 대해선 얼마든지 논의·협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육사 편중을 고치기 위해 학군과 3사관 등을 어떻게 올릴지, 대통령이 취임 후 계속 강조하는 야전장교 우대 등 내용들을 얼마든지 행정관이 총장에게 얘기할 수 있다"고 자체 해설을 내놨다.

사진=KBS 보도화면 캡처

김 대변인은 절차 문제에 대해서도 "꼭 격식을 맞춰서 사무실을 방문하고 사전 통보하고 그렇게 이뤄져야 하느냐. 저도 필요하면 찾아가기도 하고 여러 가지 방식을 사용한다"면서 정 전 행정관이 김 총장을 호출한 배경을 짐작하기도 했다.

'정 전 행정관과 김 총장이 만난 카페는 육군본부와 100m도 떨어져 있지 않다'는 반박성 질의에는 "그건 잘 모르겠다. 들어가는 절차가 복잡하거나…"라고 얼버무렸다.

그는 또 조금 전 장성급 인사자료를 정 전 행정관이 개인적으로 만든 자료로 언급한 것에 대해선 "김 총장을 만나기 위해 가져간, 대화를 위한 자료"라면서도 "제가 직접 조사한 것은 아니다. 확정적으로 말할 순 없다"고 했다.

'정 전 행정관과 김 총장간 만남에는 상관의 지시가 있었나'라는 질문에는 "그건 없었다"고 했다.

한편 '청와대 행정관의 육군총장 호출 회동' 건을 두고 두 야당의 지도부는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간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비대위원회의에서, "제 청와대 근무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간다"며 "왜 그랬는지 코미디 같은 일"이라고 혹평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청와대 행정관이 인사파일을 을고 육군총장과, 집무실도 아니고 청와대 안도 아니고 바깥 카페에서 인사 대상자가 되는 사람(심모 전 청와대 파견 행정관·2017년 9월 당시 준장 진급심사 앞둔 육군 대령)하고 같이 만났다고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육군총장 집무실을 찾아가든가, 국방부 내 회의실을 빌리든가, (육군총장이) 청와대를 오든가, 청와대에 들어오기 힘들면 서(西)별관에서 잠시 만나든가 얼마든지 공식적으로 보이는 절차와 과정·형식들이 있을 것"이라며 "한편으로는 참 이해가 안돼서 저 스스로도 당혹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정부 청와대가 어떤 청와대인지 모르겠다" "청와대 행정관 위세가 그렇게 강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기가 막힌 상황. 앞서 나온 (청와대 내부) 기강해이 문제랑 연결해 생각하면 이게 청와대가 맞나 싶다. 청와대가 아닌 것같다"고 질타했다.

바른미래당에서는 김관영 원내대표가 같은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과연 정상적인 청와대 운영이라고 할 수 있을지 아연실색할 상황"이라며 "청와대는 행정관이 어떤 이유로 육군총장을 만났는지, 어떤 이야기를 주고 받았는지, 문서 분실 경위와 사후 대책은 어땠는지 등을 알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백승주 간사 등 의원들이 7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청와대 행정관의 군 인사 개입 문란행위' 진상규명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종명 의원, 백승주 의원, 이주영 국회부의장.(사진=연합뉴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백승주 간사 등 의원들이 7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청와대 행정관의 군 인사 개입 문란행위' 진상규명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종명 의원, 백승주 의원, 이주영 국회부의장.(사진=연합뉴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한국당 의원단도 이날 오후 성명 발표를 통해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장성급 인사를 앞두고 청와대 인사수석실 정 전 행정관과 국방개혁비서관실 심 전 육군 대령이 인사추천권자인 육군 참모총장을 만나 인사 절차를 논의했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인사 개입이고 문란 행위"라고 규정했다.

한국당 국방위원들은 "(인사 추천권·제청권·임명권이 없는) 청와대 행정관이 총장을 개인적으로 만나 인사 전반을 상의한 것은 인사추천권자에게 (장성급 인사) 사전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법률이 정한 인사절차를 무시한 청와대의 명백한 직권남용"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정 전 행정관의 군 인사자료 외부 반출을 두고 "보이지 않는 외부세력들의 군 인사 개입 가능성"을 거론했으며, "분단 현실에서 군사작전을 통솔하는 육군총장을 집무 공간이 아닌 국방부 주변 외부 카페에서 만난다는 건 있을 수도 없는 국군에 대한 모독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아가 "(정 전 행정관이) 해군 및 공군 참모총장을만난 사실이 있는지도 확인해 봐야 할 것"이라며 "2급 군사기밀에 준하는 문서를 담배를 피우다가 분실했다는 건 지나가는 소도 웃을 궤변"이라고 질타했다.

이들은 심 전 행정관에 대해서도 "평소 정 전 행정관과 친분을 유지했던 심 대령은 2017년 6월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 후보 인사청문회 준비TF에서 핵심 인사로 활동한 이후 전격적으로 청와대 국방개혁비서관실로 자리를 옮겼다"며 "정 전 행정관과 함께 국방부 주변 카페에서 육군총장을 만난 사실이 있고, 그해 12월 준장(임기제)으로 진급했다"고 주목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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