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수석실이 해경 간부 특정해 포상대상자 지정 반대, 추천 재검토 지시 월권논란
"인식 문제있다"며 민정실과 반부패실 특감반 내려보내 해경 간부 3명 휴대전화 등 분석
靑 "민정비서관실 소관업무다" "특감반원 김태우 동행은 '민정수석실 요원' 자격" 강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사진=연합뉴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대통령 친·인척 관리 및 감찰'을 본분으로 하는 민정비서관실을 통해서도 탈선(脫線)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민정수석실의 또 다른 산하조직 반(反)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반이 고위공직자·대통령 특수관계인 비위 감찰 의무는 내팽개치고 민관(民官) 무차별 사찰, 환경부 등 정부부처 산하 공공기관 임직원 블랙리스트 작성·집행에 악용됐다는 폭로가 나온 데 이어서다. 관련 의혹에 청와대는 "규정상 민정비서관실 소관 업무"였다고 해명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7일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민정비서관실이 작년 9월 세월호 사고 당시 구두 경고를 받은 해양경찰청 소속 A간부를 정부 포상 후보에서 제외시키고 해경의 상훈(賞勳) 담당 직원을 불러 컴퓨터·휴대전화까지 조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민정비서관실이 부처 상훈 문제에 관여해 월권적 감찰을 했다"고 지적했다.

사정 당국과 야권에 따르면, 해경은 지난해 8월 말 행정안전부의 훈장 추천 계획에 따라 공적심사위원회를 열고 '해경의날 기념 정부 포상 대상자'에 A간부를 선정했다. 

해경은 A간부가 해경 활동에 기여하고 정부포상위원회 선발 기준에 부합한다고 판단했지만, 민정수석실은 A간부가 2014년 세월호 사고 당시 선박 관리에 대한 지휘 책임으로 구두 경고를 받은 전력을 문제 삼아 포상 대상자 지정에 반대했다.

'문재인 청와대'의 대통령비서실 직제

민정수석실은 또 해경 측에는 'A 간부에 대한 추천을 재검토하라'고 지침을 내린 데 이어, "해경의 인식에 상당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군기 잡기'식 감찰에 나섰다고 한다. 행안부가 이에 앞선 8월 초 '세월호 관련자는 포상 대상자에서 제외하라'고 해경에 구두 통보했는데 해경이 이를 어겼다고 문제 삼은 것이다.

민정수석실은 지난해 10월 2일 민정비서관실 직원과 특별감찰반을 해경 본청에 내려보냈다. 이들은 해경 간부 3명의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임의 제출 형식으로 받아 분석했다.

또 이들을 수차례 청와대로도 불러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정비서관실 관계자는 "민정은 국정 현안에 대한 업무도 맡고 있기 때문에 적법 절차에 따른 조치"라고 했다. 하지만 야권에선 "민정수석실이 세월호 문제를 앞세워 부처 상훈에까지 시시콜콜 관여하고 월권적 감찰까지 벌이느냐" "국정 현안에 대한 업무 범위가 도대체 어디까지냐"고 비판했다.

사정 당국에 따르면, 민정비서관실은 해경 본청을 직접 방문하기 전인 9월 초 '해경 내부에서 A간부를 추천한 경위를 자체 조사해 보고하라'고 해경에 지시했다. 이에 따라 해경은 상훈 대상자 선정 경위를 자체 조사했다. 

조사 결과, 행안부로부터 '세월호 관련자는 제외하라'는 구두 통보를 받은 상훈 담당 직원이 '세월호 관련자 제한은 대상·범위를 정하기 힘들고 정부의 포상 업무 지침의 제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 윗선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민정비서관실이 해경을 방문했을 당시에는 반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반원이던 김태우 수사관도 동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조선일보는 전했다. 김태우 수사관은 "상훈과 관련한 일로 민정이 해경 직원까지 감찰하는 것은 직무 범위를 넘은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관계자는 "(특감반 소속인) 김 수사관이 감찰 업무에 동행하게 된 것은 민정수석실 행정요원으로서 민정비서관실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직제 구분을 무색케 하는 기존 변명을 되풀이했다.

대(對)언론 브리핑에서도 청와대는 유사한 논리를 구사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해경 관련 민정비서관실의 조사는 규정상 당연히 소관 업무"라며 "당시 해경 간부를 훈포장 대상으로 추천하는 과정에서 행정안전부가 세월호와 관련해 징계를 받은 자는 배제하라는 지침을 내렸는데, 징계를 받은 분이 훈포장 대상자로 추천돼 민정비서관실에서 그 경위를 조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관계자는 이어 "당시 해경이 회의록을 허위로 작성한 부분이 드러나 상훈 취소 이후에도 추가 조사를 하게 됐다"는 이유를 들며 "(특별감찰반원인) 김 수사관이 동행한 것은 민정수석실 요원의 자격으로 조사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강압적인 공직자 감찰·사찰, 민간인 사찰 논란이 불거졌을 때 반부패비서관실은 특감반원을 '반부패비서관실 행정요원'으로 치환했고, 그 상부인 민정수석실은 해경 인사·포상 문제에까지 '민정수석실 (행정)요원' 자격이었다며 정당화에 나선 것이다.

청와대가 '임의 제출'이라고 주장하는 휴대전화 등 압수 분석을 거부하는 건 "항명"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이례적인 일이다.(사진=2018년 12월4일 KBS 보도 캡처)

뿐만 아니라 청와대는 '특감반이 수사권 부재에도 공직자들의 휴대전화 등을 근거없이 압수 감찰했다'는 비판론도 부인했다.

한 관계자는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특별감찰반은 형사소송법상 수사기관이 아니므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권이 없다"며 "공무원에 대한 특별감찰반의 휴대전화 제출 요구는 형사법적 압수수색이 아니라 행정법적 감찰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무원의 위법·비위에 대한 감찰에는 당연히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가 수반된다"며 "조사 방법에는 자료 검토, 진술 청취뿐만 아니라 컴퓨터나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한 사실확인도 포함된다"고 했다. 

이어 "특감반은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의 인사권을 보좌하는 차원에서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직자의 자필서명 동의를 얻어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감찰은 대통령비서실 직제 제7조 제2항에 따라 당사자 동의를 전제로 하는 임의적 방법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휴대전화 포렌식도 당연히 당사자의 동의하에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 인사권 보좌라는 명분으로 정당화하는 한편, 개인물품 압수 거부 시 자연스레 뒤따를 압력 논란을 외면하고 '당사자 자필서명 동의' 등 레토릭(수사)을 되풀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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