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청와대 4급 행정관이 육군참모총장 만나자고 해서 軍인사 관련 협의한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일
KBS, "장성 진급자료 잃어버린 정모 前 청와대 행정관, 같은날 김용우 육군참모총장 만났다" 보도
김 육참총장-심 행정관 '비공개 회의' 동석한 靑행정관 심모 대령, 만남 후 2017년 12월 준장 진급
김용우 육참총장, 지난해 국감에서는 "靑, 군 인사개입 없다" 주장

사진=청와대
사진=청와대

담배를 피우다가 군(軍) 장성 진급 관련 인사자료를 분실한 사실이 드러난 청와대 인사수석실 정모 전 행정관이 육군 인사 선발 절차에 대해 설명을 듣겠다며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에게 만나자고 요청해 청와대 부근 카페에서 비공식 면담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30대의 청와대 4급 행정관이 육군의 최고 사령탑인 4성 장군 육군참모총장을 사실상 '호출'해 인사관련 협의를 한 것은 전례(前例)를 찾기 어려운 일로 문재인 정권 청와대의 노골적인 군 인사 개입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다.

KBS 9시뉴스는 6일 밤 “2017년 9월 토요일 오전 정모 청와대 행정관과 청와대 안보실에 파견된 육군 대령 심모 전 행정관, 김용우 육참총장이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KBS는 또 “김 육참총장은 정 전 행정관이 육군 인사 선발 절차에 대해 설명을 듣고 싶다며 먼저 만남을 요청했다고 전했다”면서 “청와대 행정관이 실무자급에서도 확인 가능한 인사 선발 절차를 들으려 육군 최고 책임자를 불러냈다는 말”이라고 덧붙였다.

육군은 이 비공식 회의가 있기 전인 2017년 7월, 국방부에 후반기 장군 진급이 가능한 대상자 명단을 국방부에 넘겼다. 정 전 행정관과 김 총장이 만난 9월은 육군 장성급 인사 절차가 진행 중인 시기였다. 육군 인사 선발 절차는 대령급 실무자가 담당한다. 육군참모총장은 청와대 행정관과의 협의대상이 아니다. 또, 김 총장의 경우 장성 진급 추천권을 가지고 있어 청와대 측에서 주도해 비공식 회의를 가진 것은 비판의 소지가 있다.

청와대는 이날 “정 전 행정관이 의욕적으로 일을 하는 과정에서 군 인사 전반에 대한 파악이 필요해, 육군참모총장에게 관련 의견을 청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장성 진급 대상자에 대한 검증 업무는 정 전 행정관의 업무도 아니었고, 동석한 심 모 행정관은 본인 스스로가 진급 심사 대상이었다고 한다. 그는 같은해 12월에 준장으로 진급했다. 청와대가 군 인사에 개입해 심 모 행정관을 진급시키려 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정 전 행정관은 2017년 9월 2급 군사기밀에 준하는 장성급 진급 관련 인사자료를 담배를 피우다가 분실했던 것이 전해지기도 했다. 자리에 동석한 장성 진급 대상자인 심 전 행정관은, 이 분실이 김 총장과의 만남이 일어난 직후 벌어졌다고 밝혔다. 또, 심 전 행정관은 김 총장과의 만남을 주선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7년 중장 이하 장성 진급 발표는 평소보다 두 달가량 늦춰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청와대 측이 인사를 지시하려 했다가, 해당 자료를 분실해 진급 발표를 늦춘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이를 부인하면서도, 분실에 책임을 지고 사표를 낸 정 전 행정관에게 대기발령 조치한 뒤 조사를 거쳐 의원 면직했다.

한편 김 총장은 전남 장성 출신으로, 2017년 8월 문재인 대통령이 육군 참모총장으로 임명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육·해·공군 3군 중 김용우 육군참모총장과 심승섭 해군참모총장 등 육군과 해군이 호남 출신 참모총장으로 채워져 지역 편중 논란도 나온 바 있다. 김 총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군 인사에 대한 청와대 개입은 없다고 답한 바 있어, 이번 사태에 대한 해명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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