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靑 대체할 부지 광화문인근에 없다…광장 재구조화 이후 장기적 사업으로"
"경복궁-靑-북악산 연결해 개방하겠다"며 '꿩대신 닭' 내밀기도
"퇴근길 광화문에서 시민들과 소주한잔 할 수 있는 대통령" 취지 사라져
脫권위 경호처-일자리-공익제보보호 등도 무산…"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만 남나?
한국당 "대선공약으로 효과는 다 보고 휴지통에 내던져…文 사과부터 해야"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도 사실상 무산됐다. '대통령이 실무적 검토보다는 이념으로 광화문시대를 내세웠다'는 언급마저 나왔다. 문 대통령이 18대·19대 대선에 선거철마다 내놓은 공약(公約)이었지만, 처음부터 실현 가능성을 검토하지 않은 공약(空約)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유홍준 광화문대통령시대위원회 자문위원은 4일 오후 승효상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 등 전문가들과 함께 문 대통령에게 집무실 광화문 이전 공약을 검토한 결과를 보고한 뒤,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유홍준 자문위원은 "집무실을 현 단계에서 광화문 청사로 이전할 경우, 청와대 영빈관과 본관, 헬기장 등 집무실 이외의 주요 기능을 대체할 부지를 광화문 인근에서 찾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 개방과 집무실 광화문 이전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이 마무리된 이후 장기적인 사업으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 위원은 "서울시와 문화재청이 추진 중인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이 차질없이 추진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며 "이 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오는 21일 심사결과가 발표된다"고 말했다.

그는 "광화문 대통령을 하겠다는 뜻은 '국민과 소통과 청와대 개방'이라는 두 가지가 기본 기조였다"며 "그 중 청와대 개방은 경복궁-청와대-북악산을 연결해 청와대의 광화문이 아니라 광화문을 청와대 안으로 끌어들여 확장하는 개념으로 추진해서 북악산 정축으로 올라갈 수 있는 방법으로 추진하기로 했다"고 부연했다.

이어 "이렇게 연결하기 위해서는 현재 관저 앞을 통과해야 하는 문제가 있는데 이 문제를 관저 이전까지 포함해 중장기적으로 추진하는 동선을 경호처와 함께 검토하기로 했다"고 부연했다.

유 위원은 "가능하면 많은 사람이 청와대를 방문할 수 있기를 희망하는 방향에서 추진될 것"이라며 "이같이 결론 내림으로써 제가 맡은 광화문 시대 위원회는 별도로 구성하지 않고 이 사업을 실무 부서에서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홍준 광화문대통령시대위원회 자문위원(사진=연합뉴스)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유 위원은 "대통령이 실무적 검토보다는 이념으로 광화문시대를 (내세우고), 광화문으로 나가서 국민들과 자주 만나고 소통하겠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며 "대통령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보니 이에 따르는 경호와 의전이라는게 엄청나게 복잡하고 어렵다는 사실을 대통령이 인지했다"고 말했다. 

또한 "위원회도 그것은 기존으로 놔둔다는 전제에서도 동선을 만드는데 엄청난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이 모든 것을 볼 때 광화문 인근에 새로운 곳을 찾아 집무실과 관저를 전체적으로 재구성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그는 관저 이전 시점 및 방식에 대해서는 "관저가 갖고 있는 사용상의 불편한 점, 풍수상의 불길한 점을 생각할 때 옮겨야 한다"면서도 "현 대통령만 살다가는 집이 아니다. 제대로 된 위치에 어떻게 짓는 것이 좋겠냐는 것은 경호처가 건축가와 협의하고 용역을 줘서 안을 만들기로 잠정 결정했다"고 말했다. 

유 위원장은 이같은 보고를 받은 뒤 문 대통령의 반응에 대해서는 "옛날부터 같이 일해서 서로 논쟁하거나 하는 것 없이 (문 대통령이) 이심전심으로 우리가 가진 고민을 충분히 이해했다"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2012년과 2017년 대선 당시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옮기겠다'는 요지의 공약을 잇따라 내놨었다. 현재의 청와대는 국민과 소통하기 힘든 구조라는 이유 때문이었는데, 이런 레토릭(수사)으로 집권 중이던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자연스레 불통(不通) 정부로 각인되는 효과가 있었다.
 
2012년 12월12일 당시 문재인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현재 청와대에 있는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중앙청사로 옮기겠다"며 "제왕적 대통령 문화의 상징이었던 지금의 청와대는 개방해 국민께 돌려드리겠다"고 말했었다.
 
대통령 경호가 힘들어질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그는 "경호도 탈(脫)권위주의 시대에 맞게 달라져야 한다. 대통령이 시민과 함께할 수 있도록 보다 부드러운 경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2017년 대선 당시에도 이같은 입장을 내놨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정운영 100대 과제' 중 '소통으로 통합하는 광화문 대통령'을 내세웠다. 문 대통령은 당시 "퇴근길 광화문에서 시민들과 소주 한잔을 할 수 있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대통령 집무실 이전 등을 약속했었다. 

하지만 집권 후 이런 공약은 실현되지 않았고, 청와대 경호실을 경호처로 격하시키긴 했지만 경호·의전 예산은 더욱 많이 소요돼 두 공약 취지가 모두 무색해졌다. '일자리 대통령', '공익제보자 보호 강화' 등 공약도 '없던 일'이 되면서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라는 구호 외에 남은 것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오후 윤영석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대선공약으로 효과는 다 보고 국민과의 약속은 휴지통에 내던진 것으로 정치적 도의를 저버린 것"이라며 "문 대통령은 사과부터 해야한다"고 촌평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