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中 대결구도 활용 전략...美 상응조치 않으면 1950년대 중소분쟁 줄타기 재연 전망”

북한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말한 ‘새로운 길’은 핵미사일 시험을 통한 군사긴장 고조로의 회귀가 아니라 지금의 대미 협력 노선을 접고 중국과 밀착 노선을 택할 수 있다는 뜻이라는 분석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앞서 김정은은 지난 1일 미국의 일방적인 대북제재와 압박이 지속될 경우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미국 등 서방 언론과 전문가들은 북한의 잇따른 핵미사일 시험으로 인해 미북 간 군사충돌 위기감이 최고조로 치솟았던 2017년 상황으로 돌아가겠다는 위협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 연구원은 김정은이 미국이 대북제재와 압박을 계속 가할 경우 ‘새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한 데 대해 ‘이를 핵미사일 실험으로 돌아가겠다는 위협으로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이 말을 다시 핵실험으로 돌아가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것보다는 외교적인 전술로 봐야 한다”며 대북제재 해제, 평화협정 체결과 같은 북한의 요구사항을 협의하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논의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북한이 물리적 갈등보다는 외교적 방법을 취하는 방안을 선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올해 미북 고위급 회담이나 정상회담이 열린다 하더라도 양국이 비핵화에 대한 접점을 찾기는 여전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정보기관에서 오랫동안 북한을 분석해 북한의 언행 속 의미 분석에 정통한 로버트 칼린 스팀슨센터 연구원은 김정은이 극도의 완곡어법을 사용해 경고한 것에 주목했다.

칼린 연구원은 “김정은은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라고 하지 않고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라고 극도의 완곡어법으로 경고했다”며 “이는 위협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신년사에서 말한 긍정적인 부분들이 이 대목 때문에 가려지지 않도록 매우 공들여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뤼디거 프랑크 오스트리아 빈대학교 교수와 미국의 보수성향 국익연구소(CNI) 해리 카지아니스 국방연구국장은 각각 무역전쟁을 비롯한 미중 대결이라는 구도를 통해 김정은의 ‘새로운 길’을 해석했다. 즉 김정은이 미국과 친구가 되고 싶다는 현재의 노선이 여의치 않을 경우 중국으로 발길을 돌릴 수 있다는 전략적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대내적으로는 ‘반미’ 선전을 통해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김일성 주석 때부터 늘 미국과 관계개선에 목말라 했다.

프랑크 교수는 이날 38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김정은 신년사의 ‘새로운 길’은 “2019년이라는 단기적 범위를 훨씬 넘어서는 커다란 전략적 의미”라고 지적했다. 그는 “김정은은 지난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3차례 만난 결과를 바탕으로 미중 간 냉전 2.0 상황에서 안보와 경제 양면에서 중국의 지원에 대해 낙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과 소련 간 수십 년 냉전 시간 양국이 각각 가끔 자신들의 말을 안 듣는 동맹들에 대해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것처럼 현 전략 환경 속에서도 중국은 과도한 직접적인 개입을 자제하며 안보와 경제지원을 제공할 것이라는 김정은의 희망이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중국 입장에선 북한의 고삐를 틀어쥐는 것보다는 한반도와 동아시아에서 미국을 몰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프랑크 교수는 이번에도 중국과 밀착 노선으로 선회한다고 해서 미국과 협력을 영원히 포기하는 것은 아니며 중국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끌어내기 위해 대미 관계를 활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 미국이 이런 계산대로 놀아주지 않을 때 김정은은 주목을 끌기 위해 다시 핵 위협을 들고 나올지도 모르니 ‘한국은 이 게임에서 볼모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카지아니스 국장도 1일 폭스뉴스, 더 힐 등에 기고한 글에서 ‘새로운 길’은 중국으로부터 더 많은 지원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시진핑 주석이 곧 북한을 방문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그 기회에 중국이 대북제재를 완화하거나 완전히 해제해줄 것을 설득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중 봉쇄론자인 그는 평소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중국 이외의 그 모든 것은 심지어 북한이 핵탄두를 65개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중국을 막는 것과 중요성에서 비교가 안 된다”며 최우선 순위를 아시아에서 중국의 패권방지에 둘 것을 주문하고 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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