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두 출연한 1일 KBS 방송 이틀 지나서야 野서 "사과하라" "자리서 내려와야" 비판론
나경원 "文정부 천안함 폭침 조작 현실화 실감"…한국당 "참군인 포기, 따를 장병 없다"
하태경 "정경두 妄言, 천안함·연평도 희생자 '개죽음' 됐다"…바른 "정치군인 자백한 것"
이언주 "北 악행에 말못하는 주사파 세력 장관이냐…자격없는 그 군복 벗어라"

사진=청와대

김정은 집권기 북한이 저지른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대해 사과받기는커녕 '북한을 이해하고 미래로 가야 한다'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망언(妄言)을 두고 야권에서 뒤늦게 사퇴 요구가 나왔다.

정경두 장관이 KBS 기획프로그램에 출연해 논란된 발언을 한 지 이틀 지난 3일,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런 흐름을 보면서 결국 천안함 폭침을 '조작'이라고 이 정부가 규정할 날이 멀지 않은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 당선 직후 '여권 성향의 야당 중진의원'이 여당 의원에게 '천안함 사건(폭침을 사건으로 지칭)을 다시 봐야 된다'고 했고, 그 당시 여당 중진의원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들었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운을 뗀 뒤, "그때 섬뜩하다고 생각했는데, 엊그제 KBS의 외교안보분야 장관 초청 대담에서 나온 국방부 장관의 발언을 보면서 '아 이것이 현실화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소회했다.

한국당은 오후 중 윤영석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서는 "국방부 장관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망언"이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국군장병들의 희생을 보고서도 60만 국군장병과 군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는 국방장관의 입에서 '북한을 이해하자'는 망언이 나온 데 아연실색할 따름"이라며 "국방장관 스스로 참군인이길 포기한 발언"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참군인이길 포기한 국방장관을 믿고 자신의 목숨까지 바쳐가며 따를 국군장병은 없다"며 "장관직을 자신의 보신을 위한 자리로 수행한다면 즉각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함이 마땅하다. 또한 전(全) 국군장병과 북한의 도발로 희생당한 모든 분께 머리 숙여 사죄해야 할 것"이라고 사퇴 및 사과를 촉구했다. 한국당은 정 장관에 대해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카드뉴스를 소셜미디어에 배포하기도 했다.

사진=자유한국당

제2야당인 바른미래당에서는 초장부터 날선 비판이 나왔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당일 오전 '국회 국방위 간사' 자격으로 참석한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정 장관의 망언을 규탄한다"며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과거는 묻지 말자'는 건데, 정신나간 소리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우리가 먼저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건 먼저 항복하고 협상하자는 미련한 행동"이라며 "서해안에서 우리 군인들이 치렀던 희생이 정 장관 때문에 모두 '개죽음'이 되게 생겼다"고 질타했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국방장관은 청와대나 북한의 눈치를 봐선 안 된다. 군인다운 기개로 국민과 군장병만 바라보고 가야 한다"며 "정 장관은 이번 망언으로 상처를 입은 천안함과 연평도 희생자들의 유족들, 그리고 실망했을 군 장병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바른미래당은 이종철 대변인 논평을 통해 사퇴 요구로 수위를 끌어올렸다. 이종철 대변인은 "정 장관의 망언은 스스로 군인이기를 포기한 처사이며, 국민의 군인이 아니라 청와대 눈치 보고 시류에 휩쓸려 가는 '정치 군인'임을 스스로 고백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방장관으로서 가장 중요한 '정신'을 상실한 것"이라며 "장병들을 대표하는 국방장관만큼은 '안보정신'을 놓치면 안 된다. 다 해이해도, 군인은 그렇지 않아야 한다. 군인만은 철두철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정 장관의 망언을 듣고 천안함에서 극적으로 생환한 장병은 '너무 분하다'고 했다. 왜 목숨을 바치면서 군대를 갔을까 큰 회의감이 느껴지더라고 했다"며 "'정신'을 잃은 국방장관은 그 '권위'를 잃었으며, 그 자리에 앉아 있을 '자격'을 상실했다"고 압박했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정경두 국방장관, 천안함사건, 우리가 이해하고 넘어가자고요? 뭘 이해하고 넘어가자는 건지 분명히 밝히십시오. 북한이 우리 함정을 폭침시킨 거를요, 아님 우리 아이들, 병사들 46명을 죽인 거를요?"라고 추궁했다.

그는 "그러고도 당신이 추운겨울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전방에서 고생하고 있는 우리 장병들의 아버지격인 국방장관의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까? 장관은 대한민국의 국방장관인지, 인권과 민주주의를 입에 달고 살면서도 북한정권의 악행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못하는 주사파 운동권 집권세력의 장관인지 분명히 하시라"며 "그런 망언을 할 정도로 그깟 장관자리가 그렇게 탐났습니까? 부끄럽지 않습니까?"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지난번 김영철 방남 때 뭐라고 했습니까? 문 정부 스스로 '천안함 폭침을 그가 직접 지시했는지는 모르겠지만(이조차도 웃기는 얘기였지만) 북한의 소행인 건 맞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당신이 그러고도 국방장관입니까? 당장 그 군복 벗으십시오. 자격이 없습니다"라고 사퇴를 직접 촉구했다.

정치권 비판이 일자 국방부는 3일 입장자료를 내고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대해 "명백한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며 "북한이 책임있는 조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음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 또한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도발 시 희생된 전우들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뒷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이 '집착'하는 김정은의 남한 답방의 전제조건으로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사과를 받아낼지, 정 장관이 어떤 사항을 "이해"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인지 국방부는 여전히 밝히지 않았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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