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원, 고영태에는 "義人", 신재민은 "나쁜머리로 義人 위장" 주장
3일 '신재민 자살 암시' 파문 일기 직전까지 "가증스러워" "사기꾼" "썩은 동아줄" 악담
"지은 죄 만만찮다"고도…'신재민 거취' 세간 이목 쏠리자 페이스북 비방 삭제한 듯
국조특위 때 국조 증인인 '최순실 男娼' 고영태 직접 만나 인증샷 찍으며 "義人 보호"
'청와대 民情농단' 폭로에도 "김태우 끼고도는 조중동, 진실 언덕 지키는 조국" 폄하
손혜원, 문재인 대표때 영입인사…서울 마포을 '정청래 후임'으로 20대 국회 입성
2017년 5.9 대선 두달 전 "노무현 마지막으로 떠날 때도 계산됐나" 파문 前歷

문재인 정권 청와대와 여당의 '공익제보'에 대한 내로남불 행태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특히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도를 넘은 이중잣대가 논란이 되고 있다.

2016년 이른바 '최순실 국정조사위원'으로 활동할 때 고영태 씨 등 최순실씨 측근 출신 폭로자들을 "의인(義人)"으로 치켜세웠던 손혜원 의원은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공개 기자회견 이튿날인 3일 오전 '자살 예고'와 함께 잠적(오후 중 생존 확인)해 파문이 일기 직전, 페이스북에 추측을 가장해 "(기재부 내부 폭로로) 신재민은 진짜로 돈!!!을 벌러 나온 것"이라고 단언한 뒤 "나쁜 머리 쓰며 '의인'인 척 위장하고 순진한 표정을 만들어내며 청산유수로 떠드는 솜씨가 가증스럽기 짝이 없다"고 비방했다.

이어 "지속적으로 한 곳을 쳐다보지 못하고 계속 눈을 아래로 내리는 것을 보면 양심의 가책, 또는 지은 죄가 만만치 않은 것 같기도 하다"거나, "신재민이 기껏 들고 나온 카드는 불발탄 2개"라고 예단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자유한국당에는 "불발탄 양손에 든 사기꾼한테 또 속아서 더 이상 망신당하지 말라"고 '훈계'했다. '사기꾼' 표현에 앞서서는 "썩은 동아줄"이라고 적었던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월2일 밤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페이스북 글.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5급 사무관을 일방적으로 깎아내리는 내용이다. 3일 신 전 사무관의 '자살 암시 후 잠적' 사건을 전후로 삭제된 것으로 보인다.

'사기꾼한테 또 속아서'라는 표현은 한국당이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의 불법사찰· 운영실태를 폭로한 김태우 6급 수사관의 제보를 토대로 국회 운영위원회 개최 등 대여(對與)투쟁에 나섰던 것을 폄하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재민을 분석합니다"라는 언급으로 시작했던 이 글은 3일 오후 기준으로는 손 의원의 페이스북 상에선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초안과 수정본으로 보이는 글들의 '캡처'는 소셜미디어와 언론 보도를 통해 확산된 상태다. 

손 의원은 김태우 수사관의 폭로로 비롯된 지난달 31일 국회 운영위를 전후로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나 운영위원장인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에 대한 '찬사'를 쏟아냈다.

2일 글에서 그는 "숨기는 자는 끝없이 잔머리를 굴리기 때문에 허점이 많이 노출되고 진실을 말하는 자는 있는 그대로를 말하기 때문에 당당하고 단호하다"며 "조국 수석이 당당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정직하게 진실을 이야기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1일 글을 통해서는 조 수석이 "(특감반 파문은) 김 수사관의 비위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일방 주장한 것에 대해 "팩트가 드러나니 언론들도 결국 돌아선다. 당연한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달 31일에는 한국당 운영위원들을 가리켜 "평생 배운 무례한 말버릇의 악성프레임 전문가"라고 지칭했고, 조 수석에겐 "원리원칙대로 꼿꼿하게 살아온 법학자"라고 했다. 운영위 개최 자체를 "누가 봐도 필요없는 소모성 이벤트"라고 치부했다.

민정수석에게 국무위원 인사검증 실패를 추궁하는 전희경 한국당 의원의 질의를 무단으로 끊는 등 '편파 진행' 논란을 야기한 홍영표 운영위원장에 대해선 "카메라가 몰려 있는 오전 질의 시작 전에 위원장으로서의 존재감을 뽐내며 길게 길게 자기 말을 이어간다"며 "아주 잘하고 계신다"고 추어올렸다.

손 의원은 김 수사관의 폭로와 제보 자료 등을 중점적으로 전달했던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를 '조중동'으로 싸잡으며 '혐오'에 가까운 언론 비난으로 일관하기도 했다.

1일 오후 그는 5분 간격으로 2개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조중동은 앞으로도 김태우 말만 쓰라고 합시다. 조국과 김태우, 누구를 믿을지는 대중에게 맡기자"고, "김태우를 끼고 도는 조중동과 진실의 언덕을 지키는 조국 수석. 어제 국민은 봤다. 그 차이를"이라고 했다. 

손 의원의 글들을 아우르면 청와대나 우윤근 주러시아대사, 기재부가 명예훼손 고발에 나서지 못한 김 수사관(여권 고위인사 비위 묵살·무차별 민관 사찰·공공기관 블랙리스트)과 신 전 사무관(KT&G 사장 선임 개입과 적자국채 발행 강압)의 폭로 내용에 직접적인 근거를 들어 반박한 내용은 찾기가 힘들다. 두 인사를 하대하는 듯한 어투로 공익제보자 자체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가치판단이 대부분이다. 

반면 청와대와 여당 지도부를 향해서는 구애(救愛)에 가까운 언급 일색이다. '메시지'(폭로 내용)가 아니라 '메신저'(전달자)를 중심 공략한 것으로 풀이된다.

2016년 12월23일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는 당시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증인으로 채택됐던 노승일씨, 고영태씨 등 '최순실 측근' 출신들과 손혜원 의원이 함께 찍은 사진이 동반 게재됐다. 

손 의원은 자신이 일명 '최순실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던 2016년 12월23일에는 연계 폭로에 나선 국조특위 증인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최씨의 최측근으로 활동했던 펜싱선수·호스트바 출신),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의인들을 보호하라!'는 1000개도 넘는 메시지가 제게 도착했다"며 "생각했던 것보다 고영태 증인은 더 여리고 착했으며 노승일 증인은 더 의롭고 더 용감했다"고 감싼 전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수사관과 신 전 사무관에 대해서는 폭로 내용에서 눈을 돌리려는 듯 '공익제보자 자격'을 문제 삼으며 권력을 비호하는 글을 올린 것이다. 그의 글들은 페이스북 1000건이 넘는 '좋아요' 등 공감을 받은 것으로 확인돼 '공익제보자 탄압' 여론에 적잖은 영향력을 끼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가운데 신 전 사무관은 3일 오전 중 자신의 지인에게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하는 흔적을 남기고, 고려대 내부 커뮤니티인 '고파스'에 "마지막 글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사실상 유서를 올린 뒤 1시간 20여분 만에 서울 봉천동 한 모텔에서 구조인력들에 의해 발견됐다.

신 전 사무관은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가, 정말 말하지 않고는 못견딜것 같아서 말한거에요. 이러면 안되는것 아닌가요?"라며 "다들 아무일도 아니라 하는데, GDP 대비 채무비율 향상을 위해 적자국채 추가 발행하는게 문제가 아니라구요? 아무리 그게 미수라 하더라도, 정책 최고결정자 입에서 그런이야기가 나오고 그 후 청와대에서도 추가발행하라 하는데요? 증거도 차관보님 카톡까지 보여드렸는데도요?"라고 자신의 폭로 내용의 진실성을 '일관되게' 호소했다.

그는 "부총리가 대통령보고를 원하는데로 못들어가고 있는게 문제가 아니라구요?? (부총리는) 원칙상 행정부 서열3위입니다", "민간기업 CEO인사 개입하는게 정당한 주주권 행사라구요?? 그러면 왜 당시 우리부는 숨기면서 했을까요?", "서울신문 사장건은요? 이미 사장님이 인정해서 언론보도까지 되었는 건인데요?"라고 정부여당에 따져 묻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래요. 제가 부족하고 틀렸다고 해요. 만약 그래도 이번정부라면 최소한 내부고발로 제 목소리 들어주시려 해야 하는것 아닌가요?"라며 "전 이렇게 말하면 그래도 진지하게 들어주고 재발방지 이야기 해주실 줄 알았어요. 이 모든 것이 제가 제대로 침착하지 못했던 제 잘못입니다"라고 무기력감을 드러냈다. 

신 전 사무관이 "(자살을) 벌써 집에서 몇번을 실패하고 왔는지 모르겠어요…" "먼저 가 있겠습니다. 이 유서도 공개되었으면 합니다", "저희 부모님욕은 제발 하지 말아주세요. 그래도 죽으면 제가하는 말을 믿어주겠죠"라고 적었다는 점에서 자살을 정말 실행으로 옮길 수도 있다는 세간의 우려가 폭증됐었다.

실제로 신 전 사무관이 자살을 이행했다면 그에게 논점일탈 식 메신저 오염 공세로 일관한 친문(親문재인) 좌파진영은 '잠재적 살인 가해자'가 될 뻔한 것이다. 일부 언론에선 신 전 사무관 잠적-구조 사건을 계기로 "누가 신재민을 죽이려 했나"라고 논평하며, 손 의원의 페이스북 글을 대표 사례로 지목하기도 했다.

손 의원은 2016년 4월 20대 총선 서울 마포구을 지역구에서 정청래 민주당 전 의원의 후임 격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2015년 6월 당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체제에서 '광고·브랜드 전문가'로서 영입돼 홍보위원장을 맡았다. 홍익대 미대 출신으로 광고업계에 종사하면서 '참이슬' '처음처럼' '트롬' '힐스테이트' '엔제리너스' 같은 유명 브랜드를 만들어내 명성이 높다는 게 영입 배경이었다.

손 의원은 2017년 5.9대선을 두달 앞둔 시점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을 "계산된 것"이라고 발언해 민주당 지지자들의 반발을 산 바 있다. 그는 당해 3월9일 팟캐스트 방송 '정치 알바'에 출연했을 때, 정청래 전 의원이 "노 전 대통령은 고도로 치밀하게 계산된 승부사"라고 발언하자 "(노 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떠나실 땐 계산된 것이냐"고 되물었다.

이어 "계산을 했으면 어떻게 됐던 것이냐. 모든 게 끝나는 것 아닌가"라고 물었고, 정 전 의원은 "그것은 계산하지 않은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과정에서 손 의원은 정 전 의원의 답변에도 불구하고 노 전 대통령의 자살을 "계산한 것"이라고 정의하면서 "(노 전 대통령이) '내가 이렇게 떠날 때 여기서 모든 일은 끝날 것'이라고 했다"고 부연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후 지지층 반발이 확산되자 문재인 대선캠프 내 홍보본부장직을 내려놨었다. 한편 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 커버사진에 후원계좌 번호와 함께 "더 당당하게 더 소신있게 국민만 바라보고 가겠습니다"는 글귀를 걸어두고 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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