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관리 예산, 교통복지로 포장해 공짜 대중교통에 사용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 주원인 중국발 편서풍 기상상태
대기질 성공적으로 개선하려면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박석순 객원 칼럼니스트
박석순 객원 칼럼니스트

서울시가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로 무료 대중교통정책을 시행하면서 150억에 달하는 재난관리 예산을 단 3일 만에 써 버렸다. 교통량 감소효과 없는 ‘포퓰리즘’에 불과하다는 여론이 거세지자, 경기도와 인천시가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하더니 이번에는 ‘차량 2부제 의무화’를 추진하겠다고 한다. 이 정책은 지난해 5월 27일 광화문 광장에서 개최한 미세먼지 시민원탁토론회에 뿌리를 두고 있다. 토론회에 참석한 시민을 대상으로 ‘환경적 가치가 시민적 편익보다 우선해야 하는지’, ‘미세먼지 고농도 발령시 차량 2부제 실시’ 등에 관한 찬반 투표를 하고, 박원순 시장은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비롯한 ‘대기질 개선 5대 약속’을 선언했다.

재난관리 예산을 교통복지로 포장하여 공짜 대중교통에 사용한 것도 문제지만, 대기질 개선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광장 민주주의’ 운운하면서 시민원탁토론회를 개최한 것도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대기환경정책은 대기오염 발생원에서부터 기상상태와 대기화학반응, 인체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정책 대안별 경제성과 기술성 등을 비교·검토하는 환경과학과 기술에 바탕을 둔 전문가가 중심이 되어 수립되어야 한다. 그런데 3천명에 가까운 시민을 모아서 찬반 투표로 정책을 논한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뿐만 아니라, 당연한 질문을 올려놓고 찬반을 묻는 것 또한 조소를 금할 수 없다. 재난관리기금 사용도 합법적 예산 전용에 해당하는지 따져볼 문제다. 재난이란 ‘정부의 통상적인 관리 절차나 자원으로 대체할 수 없는 인적·물적 손상을 초래하는 사건’을 말하는 것인데, 과연 이것이 재난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사용한 엄청난 예산이 재난관리에 어떤 효과를 가져왔는지 시의회에서는 면밀히 검토해야 할 사항이다.

수도권 대기오염은 어제오늘 문제가 아니다. 환경부는 2003년 ‘수도권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2005년에는 수도권 대기환경청을 별도 산하 기관으로 설립하여 지역배출총량관리제, 사업장총량관리제, 저공해차 의무화 등 선진국 수준의 대기환경정책을 추진해오고 있다. 서울시 또한 강력한 대기환경정책을 추진해왔다. 지난 2006년 7월 오세훈 시장은 취임하면서 대기오염으로 잃어버린 수명 3년을 돌려드리겠다며 ‘공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적도 있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지금까지 미세먼지를 포함한 수도권 대기환경 전반이 꾸준히 개선되어왔다. 특히 서울시는 시내버스를 경유차에서 천연가스(CNG) 버스로 교체하기 시작한 2002년을 정점으로 개선 정도는 크게 향상되었다. 국립환경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2002년 80μg/m3에 육박했던 서울시 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2007년 60μg/m3, 그리고 2012년에는 40μg/m3 부근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후 다시 상승하여 지금은 연평균 50μg/m3 가까이에 머물고 있다.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시 ‘공짜 대중교통’ 또는 ‘차량 2부제’로 가시적인 개선이 이루어진다면 시행해야 한다. 하지만 투자되는 예산이나 시민 불편에 비해 나타나는 개선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의 주원인이 기상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중국발 편서풍이 불거나 한반도 상공에서 기류(공기 흐름) 정체현상이 일어날 때 고농도가 발생한다. 특히 겨울철에는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도 난방이 대기오염 주요 배출원이다. 국립환경과학원에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관측한 서울시 미세먼지 월별 평균 농도를 보면 1월과 2월 평균(60μg/m3)이 7월과 8월(30μg/m3)의 두 배가 넘는다.

자동차는 덥고 건조한 날씨로 광화학스모그 발생이 심한 곳에서 주요 관리 대상이다. 추운 겨울에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이 나타나는 곳은 자동차 보다 건물 난방을 집중 관리해야 한다. 해외 사례도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과거 겨울철에 심각한 대기오염을 보였던 영국 런던과 미국 뉴욕은 난방연료 교체로 획기적인 대기질 개선을 달성했다. 영국 런던은 지난 1952년 4천여 명이 사망한 최악의 대기오염 사건을 당한 이후 석탄과 기타 고체연료를 사용을 점차 줄이다 지금은 완전히 중단했다. 최근에는 석유 사용도 중단하고 에너지원 대부분을 천연가스와 전기로 하고 있다. 미국 뉴욕 또한 건물 난방 관리로 대기질을 개선했다. 특히 지난 2008년 불룸버그 시장의 녹색건물(Green Building) 정책이 성공하면서 현재 세계 대도시 중 가장 맑은 공기를 가진 도시로 탈바꿈했다. 반면에 덥고 건조하여 광화학스모그가 심했던 로스앤젤레스는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를 시행하여 대기질을 개선했다. 지난 2016년 세계보건기구(WHO) 자료에 따르면 뉴욕, 로스앤젤레스, 런던의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각각 16, 20, 22 μg/m3, 초미세먼지는 9, 11, 15 μg/m3로,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서울시가 성공적인 대기질 개선을 이룩하려면 선진 대도시의 사례를 따라 과학적 접근을 해야 한다. 2016년 서울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해외 유입을 제외하면 가장 큰 대기오염 발생원은 건물 난방과 파워플랜트(39%)다. 곳곳에 재래식 난방을 하는 오래된 건물이 즐비하고, 여전히 무연탄으로 난방을 하는 가구 수가 서울시내만 5천이 넘는다. 공짜 대중교통에 쓸 예산으로 에너지 빈곤층을 돕고 모든 건물의 난방을 가스나 전기로 교체할 수 있는 보다 강력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선진 대도시처럼 도로와 빌딩 물청소, 조경수 세척, 공원 숲 조성 등을 지속적으로 하여 청결한 환경도시를 만들어가야 한다.

기상상태로 인해 불가피한 고농도 미세먼지가 예보될 경우는 노약자, 호흡기 또는 심혈관 질환자, 임산부, 어린이 등과 같은 대기오염 민감 계층에 대한 외출 금지나 야외활동 자제를 경고하고, 마스크 착용, 연월차 휴무, 휴교, 재택근무 등을 권장하여 시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야 한다. 무엇보다 공짜 대중교통, 교통복지, 시민원탁토론회 등과 같은 정치적 접근은 예산 낭비만 초래할 뿐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박석순 객원 칼럼니스트(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전 국립환경과학원 원장)

※ 주요 경력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제17대 국립환경과학원 원장
제11대 (사)한국환경교육학회 회장
한국연구재단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수상(2007년)
미국프린스턴대 객원교수, 대통령 과학기술자문위원,
대통령녹색성장위원 등 역임
한국인 최초의 환경과학박사(미국 럿거스대, 1985년)
'부국환경론', '환경재난과 인류의 생존전략' 등 20여편의 저역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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