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주의 경제학' 거두…2016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 고문 맡기도 해
"이윤 만드는 건 임금 아니라 생산성…기업이 노동자 더 많이 고용하면 임금은 상승한다"
"정부는 민간 부(富) 가장 덜 파괴하면서 세금 거둬야…세금으로 장난하면 망해"

아서 래퍼 교수. (사진 = 연합뉴스)
아서 래퍼 교수. (사진 = 연합뉴스)

경제학에서 세율과 세수(稅收)의 관계를 설명한 ‘래퍼 곡선’으로 유명한 아서 래퍼 교수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울고 싶을 정도다. 그렇게 멍청한 이론은 처음 들어봤을 정도”라고 평했다.

한국경제신문은 2일 래퍼 교수와의 현지 인터뷰(미 테네시주 내슈빌)를 보도했다. 래퍼 교수는 2016년 미국 대선 때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의 고문이었고, 시카고대 등에서 교수를 지낸 바 있다. 그는 감세와 규제 완화 등으로 경제주체에게 생산과 투자 동기를 부여하면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는 ‘공급주의 경제학’의 거목(巨木)으로 평가된다.

래퍼 교수는 한국과 관련된 질문에 “잘 모른다”고 답하면서도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처럼 하면 안 된다는 건 확실하다”고 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증세를 했고, 재정 지출을 늘렸으며 규제를 강화해 성장을 저해했다는 것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새해에도 기조를 이어나가겠다는 소득주도 성장은 ‘멍청한 이론’으로 평가했다. 래퍼 교수는 “임금 상승은 결과다. 생산성이 늘어나고 이윤이 증가하고 기업들이 노동자를 더 많이 고용하면 임금은 상승하는 것”이라며 “임금이 이윤을 만드는 게 아니다. 생산성이다. 최저임금을 시간당 1백만 달러로 올렸다고 생각해보자.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고용될 수 있겠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빈부격차를 줄이는 방법은 두 가지다. 가난한 사람을 부유하게 만들거나, 부자를 끌어내리는 거다. 나는 첫 번째 방법을 사랑하고 두 번째 방법을 싫어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35%에 달하던 법인세율을 21%로 낮춘 바 있다. 래퍼 교수는 규제 완화와 감세를 추진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해당 정책을 ‘지난 50년간 최고의 감세’라고 평가했다. 래퍼 교수가 고안한 래퍼 곡선은 ‘세율을 일정한 범위에서 올리면 세금을 더 거둘 수 있지만, 너무 올리면 세수가 오히려 줄어든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날도 “나는 모든 세금이 나쁘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민간의 부를 가장 덜 파괴하는 방법으로 세금을 거둬야 한다”며 “(미 행정부도) 이번 감세 이후 시간이 흐르면 재정적자가 줄고 경제가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래퍼 교수는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과, 미국 금리 인상이 세계에 미치는 여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는 적정한 금리를 찾아야 한다. 그런 금리를 찾는 게 공급주의 경제학이고 지금 제롬 파월 Fed 의장이 하는 것”이라며 “현재 미국 경제는 건강하고 다른 나라들은 그렇지 못하다. 성장에는 낮은 세율·최소한의 규제·자유무역·재정지출 제한·건전한 통화정책 등 5가지 축이 있는데, 자유무역을 제외한 4가지 정책에서 다른 나라들이 미국에 뒤쳐져 (여파가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도 했다.

그는 ‘(자본주의 성장으로) 상대적 불평등은 커지고 있다’는 주장에도 반대했다. 래퍼 교수는 “그건 잘못된 주장이고 경제학이 아닌 시기와 질투에 기반해 다른 사람을 끌어내리려는 것”이라면서 “왜 더 좋고 싼 물건을 만들어내는 사람(기업)에게 더 많은 세금을 요구하나. 왜 다른 사람을 고용하고 더 많은 부가가치를 만드는 이에게 더 많은 세금을 매겨 벌을 주냐”고 되물었다. 또 “좋은 의도로 부자에게 세금을 더 많이 거둬 가난한 사람을 도우려고 한다고 치자. 그러면 일하는 사람은 줄고 보조금을 받으며 노는 사람을 양산하게 될 것이다. 세금을 갖고 장난을 하면 망한다. 정치인들은 그런 걸 모른다”라고도 말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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