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공익제보자 지원委 발족·보호법안 발의 2년 안돼…공직자들 폭로엔 '메신저 공격'
'최순실 호가호위'한 호스트바 출신 고영태, 측근 노승일·박헌영엔 "의인 보호하라"던 與
前특감반원 김태우·前사무관 신재민엔 논박 피하고 '非인간화' 공세, 기밀누설 고발 압박
野 "소통 강조하더니 공익제보 재갈 물리려…'보호할 가치 있는 기밀' 아닌데 고발협박"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때 공익제보자 지원·보호를 표방하던 태도에서 돌변해, 2018년말 정부 내 불합리한 사태를 폭로한 김태우 전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원(왼쪽·추정)을 "미꾸라지 한마리"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오른쪽)을 "꼴뚜기가 뛰니 망둥이도 뛴다"라고 각각 '메신저 오염' 공세를 폈다.(사진=연합뉴스, 신재민 전 사무관 유튜브 캡처)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에서의 여권 비위 묵살·민관 사찰·블랙리스트 운용 등 '민정 농단', 기획재정부 내에서의 국채 조작 시도·민간기업 사장교체 개입 등 '경제 농단' 의혹 내부 폭로가 잇따르고 있다. 

문재인 정권이 집권기간 만 2년을 채우기도 전에 공익제보자가 연달아 나타난 것이다. 청와대나 기재부는 당초 각각의 폭로에 대해 "허위 주장"이라며 '법적 조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지만, 결국 '비밀누설' 명목으로만 검찰 수사를 의뢰하면서 '공익제보 내용이 틀리지 않았다'는 심증이 굳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권 핵심부와 집권여당이 공익제보자를 대하는 '이중잣대'가 도마 위에 오른다. 이들은 졸속한 해명으로 언론의 추궁을 피해가면서도, 전직 특감반원 김태우 6급 수사관에게는 부지런히 "미꾸라지"에 "비위행위자"라는 딱지를 붙였다.

청와대가 민간기업 사장 교체, 전임 정부 실적 왜곡 목적의 국채 발행을 지시했다고 폭로한 신재민 전 기재부 5급 사무관에 대해선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이 "꼴뚜기가 뛰니 망둥이도 뛰는 것일까"(지난해 12월31일 논평)라고 즉각 깎아내렸다. 

네이버 부사장 출신으로 2017년 상반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선후보 캠프에 합류했던 윤영찬 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비서관. 2018년말 김태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반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반원의 내부 폭로를 겨냥해 "궁지에 몰린 미꾸라지 한마리가 개울물을 온통 흐린다"고 폄하한 바 있다.(사진=연합뉴스)

'메시지' 반박이 곤란할 때 '메신저 공격'으로 일관하는 게 현 정부여당이 비판자와 내부폭로자를 대하는 본색(本色)인 셈이다. 

이를 두고 지난달 19일 조선일보는 '선우정 칼럼'에서 스탈린 소련의 유산계급 탄압,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을 사례로 든 뒤 "정권의 타자화(他者化)는 갈 데까지 갔다. 이제 우리 사회에 비(非)인간화까지 덧씌우려 한다"고 강한 우려를 내비친 바 있다. 

공격 대상을 '인간이 아닌 것'으로 대중에게 각인시켜 탄압을 정당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지적한 것이다.

특히 민주당 2017년 5월 집권하기 직전 소위 '최순실 부역자'들을 "의인"으로 치켜세우고, 문재인 대통령후보 선거대책위원회 내부의 공익제보 '지원위원회'를 출범시켜 그 일원을 위원으로 위촉했다.

'최순실 부역자'란 사인(私人) 최순실이 박근혜 대통령 재임 기간 직접 대면하고 비공개 보좌하거나 도움을 줄 만큼 신뢰를 받는 인물이었음을 알고, 최씨에게 접근해 측근으로 활동하면서,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예산사업 수주 등 이권을 챙기려고 시도했다가, 2016년 말 당시 야권과 결탁하고 '내부고발자'로 돌아선 이들을 가리킨다.

사진=중앙일보-뉴시스 인용 보도캡처
사진=중앙일보 인터넷판(뉴시스) 보도 캡처

본래 펜싱 선수 출신이지만, 호스트바에서 일하다가 최씨와 만나 가장 지근거리에서 지냈던 고영태씨는 K스포츠재단의 자금 전용을 목적으로 세워진 페이퍼컴퍼니 더블루K 이사직에 낙점됐었다. 고영태씨와 같은 체육계 출신 박헌영씨는 K스포츠재단 과장, 노승일씨는 K스포츠재단 부장 직을 얻어 사실상 더블루K 측 사무를 더 많이 봤으며, 고씨 주변 인사들은 고씨를 통해 최씨의 동향을 파악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은 2016년 12월부터 시작됐던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국회 국정조사에 모습을 드러내 최씨 관련 미확인 폭로를 벌이며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현재까지도 진위가 '불확실'한 JTBC의 '태블릿PC 보도'와 맞물리며 헌정사상 첫 대통령 탄핵의 도화선이 됐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약 2000개의 통화 녹취록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조작과 과장이 가미된 '기획폭로'를 벌인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일부 녹취에서 고씨는 주변 인사에게 "제일 좋은 그림은 뭐냐면…이렇게 틀을 딱딱 몇 개 짜놓은 다음에 (국정농단설이) 빵 터져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씨가) 날아가면 이게 다(미르·K스포츠 재단 등) 우리 거니깐 난 그 그림을 짜고 있는 거지"라고 사전 모의한 정황이 드러났다. 

실제로 고씨는 최씨에게 호가호위하며 '가상의 비선권력'을 앞세워 관세청 인천본부 세관장 인사에 개입하고 뒷돈을 챙긴 혐의(알선수재)로 2018년 5월 징역 1년이 선고되는 등 '정의로운 공익제보자'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실태가 확인되기도 했다.

사진=TV조선 보도화면 캡처
사진=MBN 보도 캡처
사진=MBN 보도 캡처

이런 진상을 뒤로 하고 민주당은 탄핵-대선 정국에서 이들을 매개로 한 내부고발 적극 장려·보호 분위기를 구축했었다.

2016년 '최순실 국정조사' 조사위원이던 손혜원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인들을 보호하라는 국민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화답하고자 오늘 고영태, 노승일 증인을 만났다"며 '인증샷'을 올렸다. 그러면서 "생각했던 것보다 고영태 증인은 더 여리고 더 착했으며 노승일 증인은 더 의롭고 더 용기있었다"고 적극 띄웠다.

이들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내부고발자 보호 및 피해보상을 강화'하는 좌파진영발(發) 입법 시도 및 위원회 출범도 있었다. 

2017년 3월9일 노회찬 정의당 의원(2018년 7월 사망)은 "드러나지 않을 뻔했던 국정농단 사태의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내부고발자들이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신변의 위협을 느끼며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는 보도가 있다"면서 이런 취지의 '공익신고자보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계류중)했다.

당시 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소속, 통합진보당 출신 무소속 의원들이 공동발의 서명한 이 개정법안은 내부고발자(공익제보자)가 고발할 수 있는 공익침해행위 개념을 기존의 '법률에서 나열한 공익침해행위'에서 포괄적으로, 대폭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했다.

이보다 한달 앞선 2017년 2월에는 민병두 민주당 의원이 공익침해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공익신고자보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계류중)했으며, 민주당 전해철·안규백 의원은 1월 내부고발자의 포상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대표발의(처리)했다.

민주당은 대선을 보름쯤 남겨둔 2017년 4월23일에는 국회에서 '공정국가, 기본소득, 공익제보지원 3개 위원회 통합 당직자 회의'를 열고 문재인 선대위 내 공익제보지원위원회 발족을 알리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대선 코앞'이던 5월초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선후보 측에 문재인 후보 아들 문준용씨의 특혜 취업 의혹 관련 추가 정황을 폭로한 '파슨스스쿨 동문'이라는 제보자의 "실명 공개"를 요구하는 이중성을 드러낸 바 있다. 

이때 국민의당은 "(민주당은) 위원회를 만들어 내부고발자를 보호하겠다고 해놓고 자신한테 불리한 내부고발자는 목숨을 내놓으라는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지난 2017년 4월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내부에는 소위 '최순실 부역자'로 지목된 내부고발자 등을 보호·지원한다는 취지로 공익제보지원위원회가 신설돼 활동한 바 있다.(사진=일요시사 보도 캡처)

이후 여당이 된 민주당은 자신들의 휘하에서 일했던 지금의 내부고발자들에게는 한층 가혹하게 '메신저 공격'과 사법 처리라는 협박으로 일관하는 셈이다. '최순실 부역자'들이 권력 오·남용을 노리던 사인의 측근들이었던 것에 비해, 지금의 공익제보자들은 공무상 월권·불법적 행위를 고발한다는 점에서 폭로의 질(質)을 평가하는 이중잣대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소셜미디어 등 여론 일각에서는 "'호빠' 출신 고영태는 의인이라더니, 공무원 출신 공익제보자들은 일방적으로 매도한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기재부의 신재민 전 사무관 '검찰 고발 예고'를 계기로 2일 윤영석 수석대변인 명의로 '소통을 강조하던 문재인 정부, 신재민 전 사무관의 용기 있는 공익제보에는 재갈을 물리려 하는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신 전 사무관은) 어렵게 입직한 기재부 사무관 자리도 박차고 국익과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우국의 마음으로 공익 제보를 결심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신년 벽두부터 그 입을 틀어막기 위해 신 전 사무관을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겁박하고 나섰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상적인 정부의 반응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라며 "기재부가 신 전 사무관의 입을 틀어막기 위해 악용하려는 공무상비밀누설죄(형법 제127조)의 보호 법익을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2018년 2월)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무상비밀누설죄는 '비밀' 그 자체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다" "비밀 누설에 의해 위협받는 '국가의 기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라는 대법원의 판시대로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이란 '실질적으로 그것을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윤 수석대변인은 "신 전 사무관의 폭로로 현 청와대의 '부당한 인사개입, 적자국채발행 강압' 등 반국가적 국정농단 시도를 국민들께 알릴 수 있었다"며 "문 대통령이 말하던 소통은 국민과의 소통이 아니라 검경 수사기관과의 소통인가. 기재부는 당장 고발을 철회하고 이번 폭로를 국정쇄신을 도모할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