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기지 건설 반대 측 '구럼비 바위 순찰' 막은 경찰 행위, 적법치 않다"...공무집행방해 성립 어렵다고 판단

카약을 타고 제주해군기지 공사가 진행되는 강정마을 중덕 해안에 들어가려는 사람들. (사진 = 연합뉴스)
카약을 타고 제주해군기지 공사가 진행되는 강정마을 중덕 해안에 들어가려는 사람들. (사진 = 연합뉴스)

대법원이 2012년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며 경찰과 대치하고, 이 와중 경찰을 때리기도 한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2일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조경철 전 강정마을 회장 등 강정마을 주민 등 총 6명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조 씨 등 6명은 2012년 2월 27일 제주 서귀포시 강정포구에서 카약을 타고 바다로 나가겠다며, 이를 막은 경찰들과 대치하다가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강정마을 주민 등은 해군기지 건설 등에 반대한다며 “환경오염 실태를 카약을 타고 조사하겠다”고 했다. 해군기지 건설이 예정된 구럼비 바위 등 건설 예정지를 순찰하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경찰은 구럼비 바위 발파를 앞두고 출입을 막으면서, 강정포구 주변에 기동대 등을 대거 배치하고 봉쇄에 나선 바 있다.

조 씨 등에 대한 기소는 출항 차단이 적법한 공무집행이라는 전제로 이뤄졌다. 하지만 앞선 재판에서는 경찰이 강정포구를 봉쇄한 조치가 ‘적법한 공무집행’이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앞선 1심과 2심은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경찰의 강정포구 봉쇄 조치가 법률상 요건과 절차를 갖췄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당시 카약 출항 행위는 주민들의 인명·신체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적어, 이에 대한 경찰 봉쇄가 적절치 않았다는 것이다.

이날 대법원 재판부도 경찰 봉쇄 조치가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볼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앞서서도 ‘적법하지 않은 직무행위’를 한 공무원에 대항해 폭행·협박을 하는 경우에는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결한 바 있다. 현행법상 공무집행방해죄는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적법’한 경우에 성립하는 것으로 돼 있어,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날 내려진 판결이 향후 집회·시위 관련 판결 등에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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