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민 객원기자
정지민 객원기자

평양 올림픽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소위 북한 예술단에 의한 사전 점검이 이루어졌다. 핵 동결에 대한 북한의 아무런 기약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각종 언론은 마치 문화적 교류를 통해 평화를 달성할 수 있을 것처럼 유난을 떨었다. 점검하러 온 그들의 위세를 보고 나니, 소위 문화계 블랙리스트라는 죄명으로 선고를 받은 전 정권 인사들의 모습이 한결 더 안타까울 따름이다.

소위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오늘 내려졌다. 김 전 실장은 최후진술을 통해, “고도의 통일전선 전략에 의해 위협받는 엄중한 상황”에서 “자유대한민국 국가 공동체 위협이 되는 각종 활동에 국가가 국민의 세금을 지원할 수는 없다는 […] 국가수호의 소신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한 바 있다. 1심 양형은 김 전 실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였고, 이는 항소심에서 징역 4년으로 늘어났다.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은 조 전 장관은 항소심에서는 징역 2년을 받게 되었다. 박준우 전 정무수석이 민간단체보조금 TF를 운영하였고 당시 조 전 장관에게 보고를 통해 소위 블랙리스트 업무를 인수인계 하였다고 진술하였고, 청와대 문건이 스모킹 건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정확히 무슨 피해를 어느 특정인들에게 야기하였다는 것인지에 대해 국민들의 공감과 이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소위 법관 블랙리스트에 대한 추가조사소위원회의 발표 역시 22일 이루어졌다. 비록 증거를 제시하는데는 실패하였지만, 앞으로 어느 분야에서든, 소위 블랙리스트를 이유로 한 쳐내기 작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여겨진다.

이번 결과들에 이어 새로운 블랙리스트가 등장하고, 그에 따른 보복에 가까운 조치들이 내려질 가능성이 우려된다. 직접적인 박탈을 하거나 불이익을 끼쳤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도 블랙리스트라는 개념은 이미 성립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문화계의 소위 블랙리스트들이 계속해서 또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전 대통령과 비서실장까지 엮지 못하더라도, 현재 권력을 잡은 이들의 눈엣가시인 인물들이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단적으로, 올해 들어 MBC에서는 감사국이라는 기구를 설치하여, 본사 및 관계회사의 임직원이 사규나 법규를 위반한 사례를 접수하겠다고 사내에 공표하였다. 감사국은 최승호 MBC 사장의 신년사에서 처음 거론되었다. 최 사장은 “가칭 MBC 재건 정상화 위원회와 감사국”에서 주도하여 “지난 세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MBC를 망쳤던 사람들의 책임을 확실히 물을 것”이라고, 특정 인물들에 대한 청산의 의지를 밝혔다. 사원들은 2월 말까지 임원이나 다른 사원들에 대해 제보를 하도록 되어 있는데, 제보의 범위에는 “블랙리스트 관련 핵심 사항 등에 관한 사항”이 포함되어 있다.

가령 청산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인물들이 프로그램을 제작하며 출연자들을 선정한 것 자체가 블랙리스트 작성으로 해석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제보자의 신분과 이름은 1인에 의해 관리되며 감사국 내에서도 공개되지 않는다. MBC의 이 같은 조치에 이어, KBS를 비롯한 기타 방송국들 역시 임직원에 대한 비슷한 제보를 받겠다고 나설 가능성이 높다. 무슨 일이 이루어졌는지 보다는 누가 행했는지가 더 중요해진 이 시대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정지민 객원기자(2008년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 왜곡을 폭로한 번역작가)

jj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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