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수출 증가율, 반도체 빼면 0%대에 그쳐...작년 12월 반도체 수출 -8.3%
코트라, 올해 1분기 수출선행지수 암담...수출 견인해온 가전제품·반도체·자동차 등에서 대폭 감소할 듯

작년 연간 수출액이 최초 60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는 소식과는 대조적으로 올해 수출에 대해선 부정적인 전망이 지배적이다. 작년 수출은 반도체를 제외하면 0%대일 정도로 사실상 반도체가 수출을 견인해왔지만, 작년 12월 반도체 수출 증가가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등 반도체 수출이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글로벌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산 제품에 대한 수요도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으며, 미국과 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높은 수출구조상 양국의 무역분쟁으로 인한 타격도 적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2018년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한국의 2018년 연간 수출액이 전년보다 5.5% 증가한 6055억 달러(약 675조 7380억원)로 잠정 집계됐지만, 증가율만 놓고 본다면 전년 증가율(15.8%)에 비해 3분의 1 수준이다. 

더군다나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 증가율은 0.6% 밖에 되지 않는다. 자동차 수출은 409억 달러로, 전년보다 1.9% 줄었으며 디스플레이 수출도 9.9% 감소했다. 세계 시장에서 한국산 자동차는 기존 유럽과 일본 자동차와의 경쟁에선 밀리고, 급속도로 추격하는 중국과의 경쟁에서도 밀려 입지가 갈수록 약화하는 추세다. 디스플레이 수출도 기존 주력품인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중국에게 뺏겨 점차 수출이 감소하는 추세다. 조선은 2016~2017년 선박 수주가 급감했던 여파로 수출이 49.6%나 감소했다. 이처럼 작년 반도체를 제외한 기존 주력 수출 품목들이 부진했지만, 반도체 호황으로 그동안 수출 증가세를 유지해온 것이다.

그러나 올해 반도체 수출 전망마저도 그리 밝지 않다. 반도체 수출은 2017년 57.4%에 이어 작년엔 29.4%로 높은 증가율을 보였지만, 월별로 보면 반도체 수출은 작년 11월 11.6%, 12월엔 -8.3%를 기록했다. 작년 말부터 증가세가 주춤하더니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반도체는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5분의 1에 달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반도체 수출과 관련한 올해 1분기 수출선행지수도 수출 둔화를 전망하고 있으며, 반도체 시장 규모 자체도 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는 지난해 1321억달러에서 올해 1205억달러로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동안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기업들의 팽창으로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터져나왔지만 올해는 투자가 줄면서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수출을 견인했던 D램 수출도 공급이 늘면서 가격은 2017년 12월 9.7달러에서 작년 12월 6.8달러까지 떨어졌다. 이같은 배경 속에 기획재정부는 올해 수출 증가율이 3.1%에 그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KOTRA 제공

작년 말부터 꿈틀대기 시작한 수출 악화 조짐은 올해 1분기 수출선행지수를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2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2019년 1분기 수출선행지수는 전분기(57.6) 대비 5.5포인트(p) 하락한 52.1로 나타나 수출 증가세가 작년 4분기보다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출선행지수는 한국제품을 수입하는 해외 바이어들의 주문 동향을 토대로 수출경기를 예측한 지수다. 수출선행지수가 50 이상이면 지난 분기 대비 수출호조를, 50 미만이면 수출부진을 의미한다.

품목별 수출선행지수는 그동안 주력 수출 품목이었던 가전제품, 반도체, 자동차 등에서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가전제품은 작년 4분기(80.4)와 비교해 39.5p 감소한 40.9로 기준치를 하회했으며, 반도체는 19.6p 하락(65.9→46.3), 자동차도 19.5p 하락(48.9→29.4)해 기준치에 못 미쳤다. 석유제품와 철강 제품도 각각 7.1p, 2.4p 하락하며 수출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무선통신기기(+19.8p), 일반기계(+11.1p), 섬유류(+5.3) 등은 지수가 상승했다.

지역별로는 중국(49.2)과 일본(49.4)이 전분기 대비 10.1p, 2.0p 감소해 기준치(50)를 하회했다. 중국 수출 비중이 큰 우리나라의 수출 구조를 감안하면 지수가 10p 이상 떨어져 큰 타격이 예상된다. 북미(61.1)·유럽(57.0)·독립국가연합(CIS)(54.8)·아대양주(54.0)도 전분기보다 각각 3.0p, 3.2p, 6.2p, 3.7p 감소해 수출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코트라는 "미국과 중국의 통상 분쟁 장기화 가능성으로 북미와 중국 지역 지수가 전분기 대비 감소했고, 브렉시트(Brexit)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유럽 지역 또한 지수가 하락해 주요 수출국으로의 증가율이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한국 제품의 품질경쟁력지수(55.0)는 일본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기준치를 상회했지만, 가격경쟁력에 대한 평가지수(48.3)는 11분기 연속 기준치에 못 미쳤다.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도 문제지만, 일각에선 한국서 반도체를 대체할 수출 산업이 실종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거세다. 언제까지 반도체에만 의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산업 분야를 길러내거나 제품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임에도 불구하고,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제품의 경쟁력은 약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정부의 규제에 가로막혀 신산업 분야의 진전이 더디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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