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기재부 2차관 "신재민 전 사무관, KT&G 관련 내용 정확히 알기 힘든 위치"
KT&G 백복인 사장 연임에 기재부 51.8% 지분 보유한 기업은행 반대의사 피력
"적자성 국채 추가발생 청와대 강압적인 지시가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이 31일 오전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주장에 대해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문재인 정권 청와대가 민간기업인 KT&G 사장 교체를 시도하고, 4조 원 규모의 적자성 국채 발행을 강요했다는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32·행정고시 57회)의 폭로에 대해 구윤철 기재부 2차관은 "사실과 다르다"며 법적 대응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구 차관은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브리핑에서 "신 전 사무관은 KT&G 자료 유출 당시 출자관리과가 아닌 국고과에 근무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확한 상황을 파악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며 "KT&G와 관련한 신 전 사무관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또 구 차관은 "여러 가지 법적인 검토를 거쳐 요건에 해당한다면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구 차관은 KT&G 사장 교체 시도 문건에 대해서 "당시 사장의 연임 등 이슈가 있었고 기재부는 담배사업법상 관리·감독 주무 기관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어 해당 문건을 작성했다"며 "KT&G 사장 연임과 관련해 차관이 현황을 문의한 적이 있고 기업은행을 통해 동향을 파악했지만 차관이 바빠 보고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구 차관이 설명하는 KT&G 사장 연임 이슈는 올해 3월에 연임이 결정된 백복인 현 KT&G 사장의 사건을 말한다. 1993년 KT&G의 전신인 한국담배인삼공사에 공채로 입사해 2015년 최고경영자(CEO)가 된 백 사장의 올해 3월 16일 주주총회에서 찬성률 56.3%로 연임에 성공했다. 2015년부터 3년 임기를 마친 백 사장은 오는 2021년까지 KT&G를 이끌게 됐다. 

당시 백 사장의 연임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찬성으로 이뤄졌다. KT&G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9.09%)과 2대주주인 기업은행(6.93%)이 백 사장의 연임을 반대했다. 2015년 사장 취임 이후 글로벌 사업에 적극 나서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2017년에는 해외 매출 1조 원 시대를 이끄는 등 경영성과를 달성한 백 사장의 연임은 연임은 무난하게 통과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국민연금과 기업은행이 제동을 걸었다. 

외국인 주주(53.18%)와 개인‧기타주주(28.56%) 등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백 사장이 연임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기업은행이 백 사장의 연임을 결정하는 주주총회를 앞둔 올해 2월 2일 KT&G의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하면서 백 사장의 연임을 적극적으로 반대하기 시작했다. 백 사장의 연임에 반대 의견을 밝혔던 기업은행의 최대주주는 지분 51.8%를 보유한 기재부고 이런 상황을 두고 KT&G 노조는 "정부가 지분 51.8%를 보유한 기업은행을 통해 KT&G 경영 개입에 나섰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구 차관은 국채 조기상환 취소 및 적자성 국채 추가발행과 관련해서는 청와대의 강압적인 지시가 있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연말 세수여건과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내부 토론을 거쳐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신 전 사무관의 주장처럼 김동연 전 부총리가 '정무적 고려'라는 표현을 사용했는지에 대해서는 "워딩은 모르겠지만 토론 과정에서 여러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겠냐"고 말했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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