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 "정부의 과도한 행정조치에 대한 정상화 기대했지만 무산"
'6개월의 자율시정기간' 관련, "노조 합의 없이는 임금체계 변경 불가능"
대법원 판결 무시한 시행령 개정에 대해서도 "입법으로 처리되어야"
'기업의 임금 체계가 문제'라는 지적엔 "노조의 동의 없이 기업 스스로 임금체계 변경 불가능하게 만든 것은 바로 정부"

이낙연 국무총리가 3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올해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31일 오전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대해 경영계는 "더 이상 감당해내기 힘든 임금인상 부담"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한 이낙연 국무총리는 최저임금 산정 기준에 법정 주휴시간은 포함하되, 노사 간 합의로 정한 약정휴일 시간과 수당은 제외한다는 기존 수정안에 대해 "중요한 것은 최저임금의 안착"이라고 평가하며 의결을 강행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즉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 국무회의 통과에 대한 경영계 입장' 자료를 내고 "정부의 과도한 행정조치에 대한 정상화를 통해 다소나마 임금 인상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였으나 이마저도 무산되었다"며 "크게 낙담하고 억울한 심경마저 느낀다"고 밝혔다.

경총은 이번 개정안에 대해 "노동조합의 힘이 강한 대기업에만 존재하는 소위 약정유급휴일에 관한 수당(분자)과 해당 시간(분모)을 동시에 제외키로 수정한 것은 고용노동부의 기존 입장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것으로서 경영계 입장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방안"이라고 토로했다.

정부가 6개월의 자율시정기간을 부여한 것에 대해서는 "노조 합의 없이는 어떠한 임금체계 변경이 불가능한 현실"이라며 "6개월의 자율시정기간 부여는 정부의 책임 회피성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덧붙여 "본질적인 문제 해결의 핵심은 자율시정기간 부여가 아니라 최저임금 산정 시 근로 제공이 없고 임금만 주는 시간을 제외하는 것"이라면서 "6개월 자율시정기간 부여는 임금채권에 대한 부담 문제,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관한 법적·절차적 문제, 기업 현장의 혼선 야기 문제 등도 내포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최저임금과 관련한 행정 명령이 대법원의 판결을 무시한 점도 꼬집었다. 대법원은 그동안 일관되게 실제 근로시간만을 최저임금 산정 기준으로 봤다. 이에 대해 경총은 "정부가 행정미침을 대법원 판결에 맞추어 시정하는 것이 정도"라며 "이번 시행령 개정은 불합리한 기업 단속 잣대를 끝까지 고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정부는 법에 의해 시행령으로 위임받았다고 주장하나, 죄형법정주의와 3권 분립 원칙에 비추어 국회에서 입법으로 다루어져야 한다"면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은) 입법으로 처리되어야 함이 국가의 법체계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총은 '기업의 임금 체계가 문제다'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기본급 비중은 낮고 상여금, 성과급, 각종 수당 등의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비합리적인 임금체계는 최저임금과 통상임금에 관한 고용노동부의 행정지침과 노동조합에게 세계 최고의 막강한 단체교섭권과 행동권을 부여한 노동법제에 따라 기업들이 어쩔 수 없이 대응해 온 산물"이라고 주장하며 "정부가 자신의 책임을 기업에게 돌리며 일정 자율시정기간 내에 기업 스스로 해결하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밝혔다.

이어 "노조의 동의 없이 기업 스스로 어떠한 임금항목 조정이나 임금체계 변경 자체가 불가능하게 만든 것은 바로 정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경총은 또한 "우리나라의 복잡하고 기형적인 임금체계를 단순하고 체계적인 선진형으로 개편하는 것을 최우선적인 노동행정 국정과제의 하나로 추진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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