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업 사장 찍어내기, 언론 재갈 '자신들만 깨끗하다' 하는 데 경악" 한국당 비대위 '성토대회'
바른미래당은 '청년대변인의 읍소(泣訴)' 논평…"평등·공정·정의 주장하던 정권 이중적 모습"
윤영찬 靑소통수석 뚜렷한 부정 없이 "신재민 신뢰성 의심" 운운도 논란 자초

김태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원에 이어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경제농단' 폭로가 나오자, 야권에서는 "국가권력의 타락" "의혹 발생 자체가 정권의 불찰이자 실책"이라는 질타가 쏟아졌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31일 국회에서 열린 당 비대위원회의에서 "(김태우 전 특감반원이 폭로한) 민간인 사찰에 이어, 어제 양심선언하고 또 다시 일종의 내부고발을 한 전직 기재부 사무관의 영상을 우리가 봤다"며 "그 영상을 두번 보면서 국가권력이 여기까지 왔구나, '양심을 갖고 공무원을 할 수 없는' 데까지 국가권력이 타락했구나 했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과격한 표현을 쓰기를 자제하지만, 이건 '짓거리'다. 짓거리. 국가가 왜 이런 짓을 하나. 국가가 이런 일을 하면 안 된다"며 "국민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만들고, 이게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인가. 대통령께서 다시 생각해 보라"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사무관이 그 속에서 양심과 촛불을 여러번 얘기하더라.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 많은 공무원들이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공무원이 됐나' 묻고 있을 것인데, 대통령도 스스로 '양심의 소리'를 들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는 "국가권력이 이래도 되는지 스스로 물어보시라. '내가 안 시켰다'하면 안 되는 것이다. 권력은 그 자체로 메커니즘에 의해 돌아가게 돼 있는데, 그런 일을 (직접) 안했다면 그것도 비양심적"이라며 "모든 국가권력이 이렇게 돌아가게 두고 온통 북한문제에만 신경쓰고 있다. 그 엄청난 권력을 엉뚱한 데에 행사하면서 정말 챙겨야 할 건 챙기지 않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2월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비대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2월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비대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나경원 원내대표도 "김태우 전 특감반원 폭로에 이어 신재민 전 사무관 폭로가 나왔다. 제2 제3 폭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짐작한다"며 "당에도 많은 제보가 온다. 대통령이 책임있는 결단을 내리고 유감을 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 역시 이날 회의에서 "(청와대가) KT&G와 서울신문 사장을 교체하라고 했다는 (신 전 사무관) 폭로가 있었다"고 운을 뗀 뒤 "(이런 짓을 하고도) '자신들만 깨끗하다'고 하는 것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청와대가 민영기업 사장 찍어내기를 하려는 것을 넘어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인 언론에까지 재갈 물리려 한 것"이라고 가세했다.

그는 또 "청와대의 언론장악 시도는 방송통신위원회에 의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며 "지상파 방송에는 중간관고 허용 특혜를 주고, 정권비판적인 종편에 대해선 의무송출을 폐지하겠다고 한다. 보도채널(YTN 등)은 그대로 두고 종편채널에만 불이익을 준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유출자를 색출한다며 청와대가 공무원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포렌식 조사하는 직권남용도 서슴지 않고 지상파 넘어 종편까지 길들이겠다는 현 정권은 누구를 위한, 뭘 위한 정권이냐"고 반문했다.

정용기 의장은 또 당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청와대 임종석 비서실장·조국 민정수석비서관 등 핵심인사들로부터 진상을 밝혀내겠다고 했다. 일련의 의혹에 대해 "과거 대통령 언급처럼 '대통령이 이런 사실을 알거나 지시했다면 대통령이 직접 책임져야'할 일"이라고 문 대통령을 직접 겨누기도 했다.

사진=바른미래당 홈페이지 캡처

제2야당인 바른미래당에서는 31일 <대통령께 읍고(泣告)함>이라는 제목의 김홍균 청년대변인 논평을 냈다. 

김홍균 청년대변인은 문 대통령에게 "저희 청년들은 민주화 이후의 교육을 받으며 평등과 공정함, 그리고 정의로움을 지상 최대의 가치로서 교육받았다"며 "하지만 민주화 세대의 대표를 자처하는 현 정권의 이중적인 모습에 청년들은 절망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공기업 인사개입에 있어서의 정권의 부당한 권력행사 의혹에 많은 청년들이 무수한 분노를 느꼈다면, 민영기업인 KT&G에 대한 부당 인사개입 의혹마저 불거진 지금 저희의 심정을 형용할 마땅한 단어를 찾지 못하겠다"고 토로했다.

그는 "신 전 사무관은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의 얼굴과 이름까지 걸어가며 정권의 부당함을 전국민에게 호소했다"며 "하지만 정권의 해명은 어떤가. 그저 '사실과 다르다' 식의 단순 보도해명자료로는 결코 정권에 대한 청년들의 불신을 해소할 수 없다. 어떠한 진정성도 국민들에 대한 송구스러움도 느껴지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누구보다 평등함과 공정함, 그리고 정의로움을 주장하셨던 대통령님께서 결코 청년들의 노여움을 가볍게 여기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같은 당 이준석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신 전 사무관의 폭로에 대한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비서관의 해명 행태를 두고 "했으면 했다고 하고, 아니면 아니라고 한 다음 진실공방을 해야하는 거지, '신뢰성 의심'이 뭐냐"고 지적했다.

이어 "왜 3인칭 화법입니까? 김태우 수사관한테 '안했다' 부인할 때마다 반박당해서 이제는 모호하게 발언하는 겁니까"고 따졌다.

윤영찬 수석은 앞서 당일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서울신문 전 사장은 임기를 마치고 후임인사가 늦어져 임기 2개월을 넘겨 재직했다. (청와대에서) 사장 교체를 시도했다면 여러분 동료인 서울신문 기자들이 내용을 더 잘 알고 있을 것", "기재부가 서울신문의 1대 주주라는 점도 참고하시기 바란다"고 일단 부인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정황을 종합해 볼 때 그분(신 전 사무관) 발언의 신뢰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매우 유감스럽다"고 명확한 부정화법을 취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의혹을 증폭시켰다는 지적이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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