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국고국, 적자 국채 줄이는 방안 추진...김동연 前경제부총리 '정무적 판단' 요구하며 질책
김동연 "GDP대비 채무비율을 낮추면 앞으로 문재인 정권 내내 부담"
담당 국장등이 김 前부총리 설득해 막아...靑, 기재부의 취소 발표에도 적자국채 발행 요구

 

문재인 정권 청와대가 민간기업인 KT&G 사장을 바꾸려고 했다고 폭로한 신재민 전(前)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청와대가 박근혜 정부와 비교해 경제 운영을 잘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막대한 이자 부담을 초래하는 적자국채 발행을 추진했다고 추가 폭로했다.

신 전 사무관은 30일 저녁 고려대 재학생·졸업생들의 인터넷 커뮤니티 '고파스'에 올린 글과 추가 유튜브 동영상에서 자신이 공무원을 그만 둔 이유를 설명하면서 지난해 불필요하게 대규모 적자 국채 발행이 이뤄진 배경을 폭로했다. 당시 그는 기재부 국고국 국고과에서 자금 관리 총괄 업무를 맡았다. 

지난해 11월 신 전 사무관 등을 포함함 국고국 공무원들은 세수 여건 호조로 연간 세금이 예상보다 15조원 초과로 걷힐 것으로 예상되자 적자성 국채 발행을 8조7000억원 줄이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 경우 1년 이자 부담만 2000억원 이상을 아낄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계획을 기재부 재정차관보로부터 보고받은 김동연 부총리는 강한 질책을 쏟아냈다고 신 전 사무관은 폭로했다. 기재부 재정차관보가 "공직 생활 중 제일 심하게 야단맞은 것 같다"고 할 정도였다. 

당시 김 부총리는 '정무적 판단'을 요구했다. 당시 국채 발행을 줄이게 된다면 GDP(국내총생산) 대비 채무비율이 줄어드는데, 당시 정권이 문재인 정권으로 교체된 해이기 때문에 향후 문 정권이 지속되는 내내 부담이 간다는 것도 이유였다.  

이에 대해 신 전 사무관은 "앞으로 GDP대비 채무비율은 증가할 수 밖에 없을 것이고, 비교 대상이 될 기준점이 박근혜 정권의 교체기인 2017년이 될 것"이라며 "이 시기의 GDP대비 채무비율을 낮추면 향후 정권 내내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보고 이후 결국 적자성 국채 발행 가능 규모를 4조원 규모로 늘리는 것으로 기재부의 방향이 잡혔고, 당장 다음날인 11월14일로 예정된 1조원의 국채 조기상환(바이백)을 취소하기로 했다.  

이미 조기상환이 공지된 상황이어서 국채시장에는 무리가 갈 수 있었다. 신 전 사무관은 "선물시장 등에서 금리 하락 포지션에 큰 돈을 투자했던 투자자는 손실규모가 컸을 것"이라며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어쩌면 누군가는 포지션을 잘못 설정했다 직장을 옮겼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 전 사무관에 따르면 4조원 규모의 적자국채를 추가 발행하려던 계획은, 막판에 담당 국장 등이 “세수도 좋은데 비용까지 물면서 적자국채를 발행하는 건 원칙에 맞지 않다”는 이유를 내세워 김 전 부총리를 설득했고, 결국 적자국채 추가 발행은 없던 일이 됐다.

그러나 여기서 상황이 끝나지 않았다. 청와대가 문제를 삼기 시작한 것이다. 

적자성 국채 발행 규모를 줄이기로 하자 청와대가 기재부 담당 국장을 소환해 소명할 것을 요구했다고 신 전 사무관은 주장했다. 적자성 국채 추가 발행이 없는 것으로 12월 국고채 발행계획을 수립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한 뒤에도 청와대는 국채 추가 발행을 요구했고, 이후 국채 발행에 대한 재공고를 통해 발행을 추가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신 전 사무관은 앞서 김 전 부총리가 국채 조기상환 취소를 요구한 것과 같은 이유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부총리는 대통령 월례보고를 요청했다. 신 전 사무관은 “청와대는 ‘이미 결정돼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된 사안이라 되돌릴 수 없다. 기존 계획대로 발행하라’고 요구했다”고 썼다.

하지만 기재부는 11월23일, 적자국채 추가 발행 계획을 담지 않은 ‘12월 국고채 발행계획’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신 전 사무관은 “이후 홍장표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과 김 전 부총리가 전화로 싸웠다. 김 전 부총리가 ‘대통령 월례보고를 하겠다고 했을 때 시켜주지 않더니 이제 와서 그런 요구를 하느냐’고 따졌다”고 밝혔다.

신 전 사무관은 “정책의 합리성을 따지지 않고, 대통령에게 보고된 사안이라 무조건 지켜야 한다는 것은 국민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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