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靑에 전달돼…文 SNS로도 알리며 "답방 궁금했던 국민들 반가울 것" 짐작
김의겸 "친서 A4 2장…金 올해 서울방문 고대했으나 못 이뤄 아쉬워했다"
"(내년) 서울방문 강한 의지"라면서도…"그대로 전달하는건 외교결례, 의역 전달"
구체적 내용 문의에 "정상간 친서, 김정은 쿼트 딸 수 있는 내용 아니다"
친서 전달役도 안밝혀…'대북특사로 답장하나' 질문엔 "논의 안되고 있다"

지난3월5일 김정은 조선로동당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대표단이 방북했을 무렵 문 대통령의 친서를 읽는 장면.(사진=북한 조선중앙TV)
문재인 대통령이 12월30일 오후 북한 김정은으로부터 받은 뒤 페이스북 등에 직접 공개한 김정은 친서 일부분.(사진=문재인 공식 페이스북)

청와대는 30일 북한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연내 서울 방문이 이뤄지지 않아 아쉬워했다고 전했다. 친서는 당일 오후 문 대통령에게 전달됐으며,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친서를 통해 2018년을 마감하는 따뜻한 인사를 전하고 내년에도 남북 두 정상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나가자는 뜻을 전했다"고 알렸다.

이어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두 정상이 평양에서 합의한대로 올해 서울 방문을 고대했으나 이뤄지지 못한 걸 못내 아쉬워했다"며 "앞으로 상황을 주시하면서 서울을 방문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고 덧붙였다.

김의겸 대변인은 또 "김 위원장은 남북 정상이 한 해 세번씩이나 만나며 남북의 오랜 대결구도를 넘는 실질적이고 과감한 조처를 이뤘고, 이를 통해 우리 민족이 군사적 긴장감과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나게 했다고 강조했다"고 했다.

아울러 "2019년에도 문 대통령과 자주 만나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논의를 진척시키고 한반도 비핵화 문제도 함께 해결해 나갈 용기가 있음을 밝혔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김 대변인은 김정은 친서 브리핑 직후 출입기자들과의 문답을 가졌는데, 친서의 전달 경로나 내용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친서는 어떤 형태였느냐'는 질문에 그는 "구체적 내용은 말하기 어렵다. 남북 사이에 여러 소통 창구가 있다. 그 중 한 창구를 통해 전해왔다"고 했다. '북에서 친서를 갖고 내려온 분이 있냐'는 문의에는 "전달 경로를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연내 서울 방문을 못 이룬 것을 아쉬워했다는데, 관련 워딩이 있었나'라는 물음에는 "이 내용은 정상 친서다. 친서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은 외교관례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그 친서 내용을 의역해서 전달한 것이다. (추가적인) 김 위원장의 쿼트(발언 인용을) 를 딸 수 있는 내용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친서를 직접 봤느냐'는 후속 질문에는 "봤다"고 확인했다. 

'문 대통령이 답장할 예정인가'라는 물음에는 "친서를 받았으니 조만간 답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년 전망을 김정은이 어떻게 했나'라는 질의에는 "서울을 방문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말했다"고 답변했다. '(방한 시기를) 내년이라고 특정했나'라고 물었을 땐 "말한대로 이해해달라"고만 했다.

'비핵화와 북미협상에 대한 언급' 여부 문의에는 "제가 이정도로 밖에 말을 못 한다"고 말을 아꼈고, '분량이 어느 정도였나'라는 질문에는 "A4용지 2장"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친서를 먼저 보낸 데 대한 답장이냐'는 취지의 물음엔 "그렇지 않다. 그냥 왔다"고 설명했다. 

'밝힐 수 없는 내용도 있느냐'는 질문에는 "내용 상 문제라기 보다는, 두 정상 간의 친서를 제가 그대로 전하는 게 외교 관례에 어긋난다"는 논리를 댔다.  

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답장은 대북특사가 조만간 갖고 가느냐'는 질문에도 "거기까진 논의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문 대통령은 김 대변인의 브리핑 후 약 100분 만인 오후 6시쯤 페이스북을 통해 김정은 친서의 실물(일부분)과 함께 자신의 감사 인사를 적었다.

문 대통령은 "새해를 앞두고 김 위원장이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우리 민족이 전쟁의 위험에서 벗어나 더는 돌려세울 수 없는 화해와 신뢰의 관계가 되었음을 전해줬다. 서울 상봉이 이뤄지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도 담겨있다. 남북과 북미정상회담의 합의에 대한 적극적인 실천 의지도 다시 한 번 천명해줬다"고 김 대변인 브리핑과 비슷한 설명을 내놨다.

문 대통령은 "새해에도 자주 만나 평화 번영을 위한 실천적 문제와 비핵화문제를 함께 풀어나가고자 한다는 김 위원장의 뜻이 매우 반갑다"며 "진심을 가지고 서로 만난다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 오랜 시간이 걸려 여기까지 왔고, 한 해 동안 많은 변화를 이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앞으로도 어려움이 많을 것이나 우리가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서로의 마음도 열릴 것"이라며 "김 위원장을 환영하는 우리의 마음은 결코 변함이 없다"고 단언했다. 특히 "연말, 바쁜 중에 따뜻한 편지를 보내주어 고맙다. 연내 답방 연기가 궁금했던 우리 국민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 되었을 것"이라고 짐작해, 그동안의 김정은 연내 답방에 집착하는 청와대 국정행태를 둘러싼 비판 여론이나 김정은 칭송과 같은 사실상 불법·이적행위 논란을 일절 무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나아가 김정은 측에 "가족들 모두 건강하시길 바라며, 새해에 다시 만나길 기원한다"고 썼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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